뭐 그럴리는 없겠지만, 출판사에서 꼭 짜기라도 한 것처럼 비슷한 주제의 책이 한꺼번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올 하반기에는 교실문제를 다룬 책이 4권이나 나왔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동화 2편과 비롯하여, <있잖아요, 민들레 선생님>, 그리고 이 책까지. 하이타니 겐지로는 한국에도 워낙 유명한 사람이지만, 이 책을 쓴 고토 류지나 <있잖아요..>를 쓴 미야가아 히로도 모두 일본에서 교육관련 동화나 글로 이름이 높은 사람들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인터뷰해서 쓴 책답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교실 문제를 풀어간다. 모범생, 공부에만 관심이 있는 아이, 집안 문제로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 선생님을 쫓아낸 아이. 오늘 날 우리 교실의 모습을 보는 듯 생생한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면, 절망적인 기분이 든다.

교육에 관한 한 나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긍정적인 생각이 불가능하다. 위의 이야기 속에서는 단 한 명의 선생님이 교실을 구한다. 그런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나는 '불가사리'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애들은 운좋게 썰물인 해변에서 바다로 되돌려진 불가사리들이다. 많은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으면 '감동'은 하겠지만 자신의 현실에는 별도움이 못된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학교라는 공간이 경쟁하도록, 누군가를 낙오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곳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성적이 없는 학교가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사회가 이상적 공산주의 사회(물론 이것도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가 되지 않으면 -뭐 인디언 사회같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교실의 문제를 인격자인 선생님에게 모두 다 짊어지우는 것도 너무 말이 안된다. 선생님도 인간이고, 봉급 생활자다. 결국은 사회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한 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열두 살의 전설>에 등장하는 릴라 선생님이나, <너는 닥스 선생님이 싫으냐>에 등장하는 닥스 선생님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내 긴긴 학창시절을 회고해 보아도 그다지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없다. 그래서 싫다는 것이 아니다. 별로 기억에 안남는다는 것은 무난한 선생님들과 하루하루를 보냈다는 거니까.

교실동화의 한계는 바로 교실의 문제를 모두 '선생님과 아이들의 힘'으로 풀려고 하는 데에 있다. 물론,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잘되었다는 이야기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좋은 선생님들이 가뭄에 콩나듯 있긴 하다. 하지만, 교실에서 벌어지는 투쟁과 전쟁은 좋은 선생님 하나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이미 곪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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