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그림책으로 한글을 어떻게 익혀야 하는지에 대해 문의를 받는다. 안 봐도 그림이 그려진다. 그림책을 펴고 사이좋게 앉은 엄마와 아이. 엄마는 한자 한자 글자를 짚어가며 그림책을 읽는다. 혹시라도 아이가 빨리 글자를 익히게 하는 바램으로. 여기서 끝나도 좋으련면, 한걸음 더 나아가 교육열에 불타는 엄마는 아이에게 '이건 무슨 글자야?'하는 테러를 가하기도 한다.

한글을 가르치고 싶으면 학습지를 사다가 시키길 간곡히 부탁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한창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있는데. 어떤 손가락이 영화 화면에 떡하니 나타나 글자를 한자 한자 짚기 시작한다. 그래, 뭐 화면이 좀 가렸다고 생각하면 되지..하고 영화에 다시 몰입할 찰나, 손가락의 주인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 글자 뭐라고 읽는지 아니? 한 번 읽어봐."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그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고,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귀를 타고 들어온다. 아. 얼마나 포근하고 행복한 시간이랴. 그런데, 난데없이 손가락이 튀어나와 시커멓게 그려진 지렁이들을 짚어댄다. 아, 미운 손가락. 때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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