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과 청소년들을 위한 <아라비안나이트>입니다. 무엇보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그린 신일숙 씨가 그렸다는 것이 눈에 띄네요. 작가마다 맞는 분위기가 있는데 역시 신일숙 씨는 중동의 은밀하면서도 화려한 분위기가 그림풍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아라비안나이트>는 모두 열권으로 나올 시리즈인데요, 순정만화 특유의 감상적인 인물처리와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가 볼만합니다.

신일숙 씨의 그림도 그림이지만, <아라비안나이트>는 천년의 세월을 살아남은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한 이야기 다른 이야기가 열리고, 그 이야기에서 또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차례로 하나씩 닫히는 다층적 액자구조, 양파와 비슷한 이야기가 매력적이지요. 이야기 속에는 또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등장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 속에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가 끝없는 연쇄고리를 이루지요. 원작이 워낙 재미있고, 원작에 충실하게 스토리를 끌어가다 보니, 신일숙 특유의 운명에 저항하는 드라마틱한 사건과 인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죽기 전에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꼽히는 <아라비안나이트>를 만화로 접하는 것이 무척 신선합니다. PS.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알라딘'의 이야기는 원래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평생 <아라비안나이트>를 연구한 프랑스 학자가 창작해서 책 속에 끼워넣었다고 하는군요.

패러디는 이제 문학이나 동화에서 고유한 영역을 점하고 있는 듯 합니다. 특히, 오늘날의 가치관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전래동화, 민담의 경우 그림책과 동화로 수없이 패러디되고 있지요. 이 중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공주 이야기를 패러디한 <종이봉지공주>가 있지요. 이 책은 오랫만에 나온 국내 패러디물입니다. '인어 공주'. '흥부전', '아기돼지 삼형제', '단군신화'까지 국내외의 이야기를 가리지 않고, 널리 알려진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이야기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요. 예를 들어, 인어 공주와 왕자가 사실 외모가 이상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놀부의 입장에서 볼 때는 흥부는 구제불능의 게으름뱅이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우리가 늘 성급하게 동굴을 박차고 나간 호랑이를 비난하는 '단군신화'는 어떤가요? 호랑이도 분명히 할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사실, 단군 신화에서 환웅이 냈던 시험 문제는 호랑이에게는 너무 불리한 것이었고, 환웅 역시 시험관으로서 객관성을 지키지 못했지요. 이 동화책은 그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2학년이 읽으면 좋은 분량이고, 이야기 자체도 가볍고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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