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만 보아도 '아 이건 누구 작품이다'라고 알아챌 수 있는 작가가 몇 명 있습니다. 이 그림책의 작가 심스 태백도 그런 작가 중의 한 사람이죠. 이번 그림책은 마더 구스와 같은 너서리 리듬을 그림책으로 만들었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놀이라도 하듯이 책을 읽을 수 있답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많은 노래가 별다른 의미가 없듯이 '잭이 지은 집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노래도 별다른 의미가 없이 여러명의 주인공이 순차적으로 등장해 유쾌한 소동을 벌이지요.

심스 태백은 칼데콧 상을 받은 <요셉의 낡은 오버코트가...> 에서 보여준 독특한 그림을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특히, 이 그림책은 심스 태백의 장난스러운 개성이 페이지마다 펼쳐집니다. 이 그림책은 그림을 그린 심스 태백만큼이나 번역자와 디자이너의 노고가 돋보입니다. 이 책의 경우 그림과 글의 경우가 모호하거든요. 글자 역시 그래픽적인 효과가 충실하기 때문에 본문의 텍스트를 어떤 글씨체로 옮겨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을 겁니다. 또, 본문 번역은 어떻구요. 원래 이런 전래적인 민요는 자국의 민속색을 강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타국 사람들은 그 리듬과 분위기를 잘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이 책의 경우 재미있는 우리말 리듬으로 노래의 흥겹고 유쾌한 분위기를 잘 살려내,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에서도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림책으로 되살려냈습니다. 특히 꼼꼼히 볼 것을 권하는 그림책입니다. 책 뒷면에 빼곡하게 씌여진 글씨도 놓치지 말고 보세요. 배꼽이 빠집니다.

케네스 C. 데이비스는 'Don't Know Much About'  시리즈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역사, 지리에 이어 이번에는 우주에 대한 상식을 실었는데요, 이전에 나온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지리 이야기>를 읽으셨다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금방 감이 올 것입니다. 케네스 데이비스는 무엇보다 유치하지 않게 지식을 풀어 설명합니다. 어린이책이 시시해지기 시작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과 중학교 학생의 눈높이에 딱 맞는 책이고요, 한국어판의 경우 책의 분위기와 잘맞는 만화식 삽화를 넣어서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런 식의 책은 참 소개하는 것이 힘들지요. 어떻게 재미있게 상식을 가르쳐주는지를 보여주기 힘드니까요. <울퉁하고 불퉁한 우주 이야기>는 적당히 재미있으면서도 학습적인 면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책읽기가 버겁고 우주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재미없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아이들이 보기에 딱 좋은 책이지요. 케네스 데이비스가 아이들에게 흥미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주변을 공략하면서 핵심을 찌르는 어법입니다. 처음부터 스트레이트하게 지식을 가르쳐주면 누구든 지루함을 느낄 것입니다. 과학에 사명감을 가진 아이가 아니고서야 말입니다. 이 책은 먼저 아이들엑 눈이 반짝 뜨일 것 같은 사실을 알려줍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최초로 별을 관찰한 사람은 누구일까?' 별은 어떤 것이고 관측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면 다들 눈꺼풀이 무겁겠지만 이런 단편적인 퀴즈 상식은 궁금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애둘러 가르쳐주면서 천문관측의 역사를 다 파악하게 하지요.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93년입니다. 꽤 오래되었지요. 거의 10년 전에 이 정도 수준의 백과사전이 나왔다는 것은 꽤 놀라운 이야깁니다. 그때 10권으로 나왔다가 품절되었고, 이번에 개정판을 냈습니다. 10권 중에서 4권밖에 나오지 않은 점이 너무 아쉽네요. <살아있는 우주>, <재미있는 미술 여행>, <나무와 숲>, <물, 샘에서 큰 바다까지> 가 이번에 나온 책입니다. 이 백과사전은 일단 책을 낸 곳이 너무도 유명한 갈리마르입니다. 이미 책을 낸 출판사 이름만으로도 어느 정도 믿음이 가지요. 그리고 가격은 비싸지만 그만큼 책안은 독특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습니다.

책은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읽고, 실습하고, 생각하고, 만지고 놀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자료를 찾는 것으로만 이용하던 백과사전에서 탈피해, 능동적으로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온갖 장치가 책 속에 가득합니다. 회전판, 팝업, 스티커 붙이기, 뜯어 붙이기와 같이 책 자체를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요. 직접 만져보고 대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책을 꾸몄습니다. 제가 특히 놀란 것은 나무의 표면처럼 인쇄한 두꺼운 페이지였습니다. 올록볼록하게 인쇄가 되어 있어서 직접 만지면서 나무의 촉감을 느낄 수 있지요. 또, 파피루스를 알려주는 페이지에는 진짜 파피루스가 책에 붙어 있습니다. 그렇게 여러차례 활용해도 책 자체게 훼손되지 않도록 특수제본된 스프링북이고요. 거의 모든 페이지를 UV 코팅을 했습니다. 정말 그림과 사진이 선명하면서도 눈이 부시지 않더라구요. 거기다 우리나라에 관련된 내용을 따로 삽입해서 활용도를 더 높혔답니다. 초등학교 중학년들에게 여러가지 체험을 경험하고 여러 분야에 흥미를 가지도록 하는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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