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도 적절하고, 내용도 굉장히 유쾌합니다. 바람의아이들에서 나온 책은 특이하게도 삽화가 적습니다. 사실 요즘 어린이 책에는 삽화가 너무 과잉인 경우가 많지요. 삽화가 많이 들어간 책이 고급스럽긴 하지만 문자라는 추상적 개념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초등학교 중학년이나 고학년 아이의 경우 독서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독서흐름을 깨고 문자를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죠. 같은 시리즈의 책들도 그러했지만, 이번 책은 삽화가 특히 마음에 듭니다. 자기 존재를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든든하게 제 할일을 한다고 할까요? 이 책은 장난꾸러기 4명의 시골 아이들이 가짜 고래 벽화를 그리면서 벌어지는 마을의 소동을 담았습니다. 아이들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꼬투리를 잡자면 아이들의 별명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햄릿, 돈키호테, 제갈공명, 화가... 가 이 아이들의 별명인데 요즘 아이들이 과연 자기 친구들에게 햄릿이나 돈키호테 같은 별명을 붙일까요? 사실, 햄릿이나 돈키호테가 누군지는 알까요? 이런 별명이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방해하지 않을가 조금 걱정이 됩니다.

그림책에 대한 글을 쓰다보면 아무래도 그림에 대해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밖에는 하지 못합니다. 색상이 어떻다, 데생이 어떻다 느낌이 어떻다와 같은 일종의 인상주의 비평에 머물게 되지요. 저 역시, 그림에 대해서는 일단 개념이나 어휘에서 막히게 되지요. 이 책은 그림을 전공하고 그림을 그려온 화가의 입장에서 그림책에 대해 이야기한 책입니다. 읽으면서, 아 그래 이 그림은 이렇게 평하는구나, 이 그림이 왜 좋은지를 설명하지 못해 안타깝고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해지더군요. 물론 이야기가 전문적이라 쉽게 읽히진 않지만, 그림책을 좋아하는 분, 그림책의 그림에 대해 좀더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국내에 출간된 책 뿐만 아니라 아직 출판되지 않은, 그리고 앞으로 출간될 일이 요원할 것 같은 해외의 멋진 그림책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답니다. 다만, 국내 그림책에 대한 부분은 논쟁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읽어보시고 판단을 내리세요.

아. 너무도 사랑스러워요. 각 콩들의 얼마나 오밀조밀하게 귀여운지 그림을 보는 순간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까만 크레파스>를 그린 작가가 그린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3권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4월말에 같은 시리즈의 책이 또 나온다고 해서 엄청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유아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을 참 유쾌하게 해소시켜주거든요. 이 <누에콩과 콩알 친구들>의 중심 줄거리는 항상 자기 침대가 최고라고 뻐기던 누에콩이 자기보다 더 좋은 침대를 가진 강낭콩 형제들과 대결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 대결은 대결이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뭉쳐서 위기를 넘기지요. 아이들에게 서로를 인정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합니다. 침대(사실 콩깍지입니다)의 우열을 가리는 대결에서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는 그 결론으로 넘가는 과정이 저는 참 설득력있게 다가왔습니다.(제가 어린이가 아닌데도 말이지요.) 이런 교훈적인 요소가 강하게 들어있지만 책 자체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나카야 미와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도책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있을까요. 저도 어렸을 때 지리과부도를 펴놓고 각 나라의 수도를 외우던 기억이 납니다. <나의 첫 세계여행>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호야와 곰곰이의 세계지도여행>보다는 쉬운 책으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아직 글씨책 읽기가 버거운 초등학교 저학년이 읽기에 참 좋습니다. 이 책이 특이한 점은 기름종이(트레이싱 페이퍼)를 사용해서 지리적인 부분은 트레이싱 페이퍼에, 식생이나 문화유적과 같은 것은 아래에 있는 종이에 인쇄한 점입니다. 3가지로 활용이 가능한 구성이죠. 먼저 기름종이에 그려진 국경선과 국가 이름을 보고, 기름종이를 넘기면 해당 대륙의 중요한 부분이 그림으로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는 사막이나 강, 호수의 위치, 그리고 각 지역에 사는 특이한 동물과 식물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지요. 그리고 기름종이에 겹쳐서 보면 그 두가지를 동시에 볼 수 있답니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회.문화적인 부분을 잘 정리했고, 옛날과 오늘날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시선'을 견지하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이 책에서는 북아메리카 대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북아메리카 대륙에는 23개의 나라가 있어요. 그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는 아주 잘살지만, 그 밖에 나라는 대부분 가난해요.". 북아메리카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간결하면서도 쉬운 설명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책은 혼자 읽어도 좋지만 엄마와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습니다. 엄마가 알고 있는 지리나 역사, 문화 상식을 이야기할 수 있고, 아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제3세계의 문제, 기아와 가난의 문제, 부의 편중 문제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그야말로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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