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클린 윌슨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닉 샤랫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편식과 올바른 식습관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그림책은 참 많지요. 예를 들면, <난 토마토 절대 안먹어!>, <뱃속 마을 꼭꼭이>, <왜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할까요> 같은 책들이요. 이 그림책들이 하나같이 아이들에게 싫어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설득했다면 이 책은 조금 다름니다. 아이의 엄마는 어떻게 꼬셔서도 콩을 먹이기 위해 애를 쓰지만 애는 요지부동입니다. 별의별 말로도 콩 앞에서 고개를 가로젓는 아이. 그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가 방울양배추를 다 먹으면 나도 콩을 다 먹을게요." ㅎㅎㅎ 그렇죠. 사람에겐 누구나 먹기 싫은 음식이 한가지 정도는 있기 마련이죠. 골고루 먹이는 것이 엄마의 희망이자 꿈이긴 하지만, 싫어하는 음식 한 가지 정도는 안먹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엄마들은 이 책을 읽히고 나서도 어쩌면 '그래도...' 라고 말할지 모르겠어요.

이 책은 일종의 수상작품집입니다. 프랑스의 어린이.청소년 문예지인 '주 부퀸'에서 여는 문학콩쿨인데, 대회방식이 참 재미있습니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 미셸 트루니에 외에도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타르 벤 젤룬 등 쟁쟁한 문인들이 출제자이자 심사위원입니다. 이 쟁쟁한 작가분들이 앞부분을 쓰면 참가자가 뒷부분을 쓰는 형식으로 진행되지요. 이런 식으로 감상을 쓰긴 참 그렇지만 너무 흥미진진합니다. 무엇보다 기성작가의 글빨에 아이들의 글이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틀에 갇혀있지 않아서 그런지 아이들의 상상력과 이야기 구성은 참 신선하고 매력적입니다. 엉뚱한 결론들도 많이 있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건축 이야기의 한 권으로 아래에서 소개할 <땅속 세상>과 함께 출간되었습니다. 이로써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건축 이야기 시리즈가 여섯권으로 완간되었네요. 매번 읽을 때마다 정교한 그림과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짚어주는 글에 감탄하고 맙니다. 사실 어린이가 읽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건축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이 읽기에 딱 좋습니다. 다리, 터널, 댐, 돔, 초고층빌딩 등 각 건물들이 어떻게 지어졌는지를 지극히 건조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배를 잡고 웃었네요. 데이비드 맥컬레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록영화 제작자들이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또 웅대한 의지와 애끓는 마음, 환희와 같은 인간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동안 내 마음 속에는 암나사와 수나사에 대한 호기심이 커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왜 저런 모양이 아니고 이런 모양일까? 어째서 콘크리트나 돌 대신 강철을 썼을까? 왜 이것을 저쪽에 놓지 않고 이쪽에 놓았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내 관심은 자연히 기본 설계 과정으로 옮아갔다." 읽기에 절대 만만한 책이 아닙니다. 하지만 꼼꼼하게 한층한층 올라가는 거대한 건출물에서 논리와 상상력을 한 번에 맛보는 즐거움이 있지요. 진득하게 읽기 좋은 책입니다. 저는 언젠가 이 책을 옆에 끼고 실제 건물을 보러가는 여행을 하고 싶더군요.

그리고 <땅속 세상>. 책 표지에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 도로공사 때 파헤친 땅 밑을 보면 수많은 관이 땅 밑에 파묻혀 있습니다. 상.하수도관, 케이블, 터널.. 그뿐만이 아니라 땅 밑에는 건물을 떠받치는 벽이나 기둥도 묻혀있지요. 땅속에 묻혀있는 시설들은 현대 도시를 떠받치는 거대한 지지대입니다. 이것들이 조용히 자기들의 일을 별탈없이 해내어 사람들은 무심히 그리고 아무일 없이 길 위를 지나갈 뿐이지요. 이 책은 두 길이 교차하는 지역의 땅속을 파헤칩니다. 좁은 사거리에 묻혀있는 것들을 보고는 정말 깜짝 놀랄 겁니다. 이렇게 복잡한 것들이 서로 체계를 이루어 모든 일을 수행하는 것들이요.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그림책을 정교한 시계 속을 보는 것 같습니다. 복잡한 톱니바귀와 나사가 척척 맞물리면서 다음 시간을 알리는 시계의 속같은 그림이라고 할까요? 이 책 역시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이것을 다 읽고나면 정말 현장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진짜 지식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흐아.. 그런데 왜 저는 주먹구구식으로 파헤쳤다 묻었다를 반복하는 우리네 공사가 생각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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