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봄마다 책을 정리해서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은 못 입는 옷을 버리듯이 내버려요. 모두들 큰 충격을 받지요. 제 친구들은 책이라면 별나게 구는 사람들이거든요. 이 친구들은 베스트셀러는 뭐든 다 가져다가 최대한 한 빠른 속도로 끝내버려요. 건너뛰는 데가 많을 거다, 하는 게 제 생각이죠. 그러고는 뭐든 두 번 읽지 않으니 1년쯤 지나면 한마디도 기억하지 못하지요. 그러는 사람들이 정작 제가 책 한 권 쓰레기통에 던지거나 누구한테 주는 걸 보면 펄펄 뛰는 거예요. 그 친구들 주장을 이래요. 책을 사면 읽고서 책꽂이에 꽂아둬. 평생 다시 펼쳐보는 일이 없을지언정 내버리면 안 돼! 양장 제본한 책이라면 더욱더! 저 개인적으로는 나쁜 책보다 신성을 모독하는 것은 없다, 이런 생각이에요.

<채링크로스 84번지> p.88 중에서

나와 비슷한 버릇을 가진 사람에게는 호감이 생깁니다. 저 역시 시시때때로 책을 헌옷 버리듯 버립니다. 지금은 주로 저희 동네 지하철을 애용하지요. 이사올 때 제일 눈여겨 본 지하철 책꽂이. 그곳에 더이상 읽지 않을 책들을 철마다 꽂아둡니다. 그러면 그 책들은 새로운 주인들을 만나겠지요.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일 수록 책을 빌려주거나, 갖다버리는 데 인색하다는 말은 정말 100% 동감입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책 빌려주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물론 저는 절대로 안빌려주는 책이 몇 권 있긴 하지만요. 보르헤스가 그랬던가요? 책은 기억하기 위해 읽는다..라고. 기억이 가물거려서 정확한 인용인지는 잘모르겠습니다. ^^;; 옛날 김영하 씨가 어느 수필에서 책은 꽂아두기 위해 산다고 했지요. 책을 소비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패션 소품(?)이나 체력 단련용(? - 책많은 집 이사도와주신 분이라면 공감하실거에요)으로도요.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읽고 기억하는 거겠지요.

(굵은 글씨는 저자가, 밑줄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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