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사진과 그림이 재밌기 시작했다. 사진은 예전부터 보는 것은 좋아했지만 굳이 작가의 선호가 없었는데, 얼마 전 지젤 프로인트의 사진 몇 장을 보고나서 이 사람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사진의 현장감보다는 차분한 네덜란드 정물화나 인물화를 보는 느낌. 사진에서는 흔치 않은 느낌이다.
구도라든가 인물의 표정이라든가 장면의 연출이라는가 마치 몇날 며칠 모델을 세워놓고 여러 장을 찍은 후 그 중 한 장을 건져낸 듯한 높은 완성도지만, 이 사람에 대한 책을 읽어보니, 굉장히 집중해서 딱 한 장의 사진만 찍는 스타일이란다.. 처음 이렇게 버릇을 들이게 된 이유는 필름값이 비싸서였다고.
제일 마음에 든 사진은 어두운 수녀원 복도를 걷고 있는 수녀의 사진. 한 창문에서 햇빛이 쏟아지고 그 바로 옆을 지나가는 수녀의 모습이 찍혀 있다. 콧날에서 입술까지 햇빛이 윤곽을 뚜렷하게 만들어 주고, 표정없는 수녀의 얼굴에 빛이 얹히는 순간 억눌려 있는 감성이 폭발하듯 날아오르는 느낌. 지극히 정적이면서도 내밀한 어느 지점에서는 무엇인가가 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다.
박사 논문인 <사진과 사회>를 읽을까 말까 고민중. 서점에 가서 책을 잠깐 보았는데 너무 어려워서 나같이 자동카메라 선호자로서는 용어 자체도 잘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 밖에 검색해 보니 <20세기의 여인들>이라는 책에 잠깐 언급이 되어 있는 듯 한데, 그냥 외서를 검색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