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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 미래그림책 24
고바야시 유타카 글 그림,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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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시아 대륙에 속한 나라, 아프가니스탄 공화국.
  이 나라의 작은 마을 "피구만"은 봄이면 자구나무, 벚나무, 배나무, 피스타치오나무에 꽃이 만개해 꽃동산이 되는 마을이다.
  또, 여름이면 자두와 버찌가 나무 가득 열려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 주는 마을이다. 야모는 아빠와 당나귀 뽐빠를 데리고 시장에 가서 버찌와 자두를 판다.
  열심히 달콤한 피구만 버찌를 판 야모에게 아빠는 양을 한 마리 선물해 주고, 야모는 봄이라는 뜻을 가진 "바할"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다.

  선명하고 뚜렷하진 않지만, 푸근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그림에 빠져 책장을 넘기다가 마지막 장을 보고는 거칠게 책장을 덮었다. 이국의 시장 풍경과 도시 정경을 신기해하면 천천히 넘기던 책장을 빨리 덮게 만드는  마지막 장의 무서운 비밀!(궁금하면 읽어보라. 순식간에 주위에 몰려있던 여름의 덥덥한 기운이 사라진다.)

  이 책은 이야기한다. 우리 삶의 아름다운 것들을 전쟁이 몽땅 다 빼앗아간다고.

  아프가니스탄은 내전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나라다. 다른 나라와의 전쟁보다 몇 배는 더 힘든 내전. 6.25라는 이름의 내전을 경험한 적이 있는 우리 나라는 시간이 지나도 치료되지 않는 그 아픔과 슬픔을 여전히 겪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지구의 한쪽 이라크 국민들은 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전쟁의 무서움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어떤 사람은 이 책의 가치는 마지막 장의 '반전'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으로 인해, 독자에게 전쟁의 무서움을 뼈져리게 느끼도록 하는 좋은 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마지막 장때문에 아직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다. 아직은 순수하고 좋은 것만 봐두 모자란 아이들에게 일종의 속임수인 '반전'이 있는(그것도 무서운) 마지막 장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마지막 장을 읽고 나면 기분까지 '반전'된다.(  [푸른그림책]에서 나온 '싱잉푸 치킨집에서 쫒겨나다'라는 책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결말 형태가 맘에 든다. 고양이가 정말 글을 읽을 줄 아는 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도록 만든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은 놀라운 책이지만, 어린이들이 봐야 할 동화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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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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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규의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6개의 이야기와 3개의 쪽만화로 이루어져 있는 만.화.책.이다. 그러나 10분만에 뚝딱 훑어 보고서 "다 읽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만.화.책이 아니었다. 나는 한 장 한 장 힘겹게 책장을 넘겼고, 세 번째 이야기인 <공룡둘리>를 읽고선 책장을 덮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을 마주하기까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책을 덮은 후 의자 위에 둔 것을 남동생이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앉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교과서가 우일하게 보는 책인 놈이, 만화책도 겨우 바둑만화나 쪼금 봤던 놈이 꽤 오랜시간 앉아서 이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동생은 "웃기네!"라는 한 마디를 던지고 학교로 갔다.

  일주일간 애써 외면했던 나는 그 말에 의아심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책장을 들췄다. 내가 처음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은 '죽음지향성'이었다. 그리고 '죽음으로 인해 파생되는 업'이었다. 그 업의 무게에 눌리운 나는 이 책이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는 현실을 외면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었다. 그러므로 남동생의 "웃기네!"라는 감상은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도대체 뭐가 웃기단 말인가?

  다시 찬찬히 이 책을 읽었다. 이 번에는 다행히도 마지막 장까지 읽어 나갈 수 있었다. 6개의 이야기와 3개의 쪽만화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나는 책의 곳곳에서 '죽음지향성'을 발견했다. 그러나 웃겼다. 웃기다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이것은 하나의 가정이었다. 그것도 실현성이 매우 낮은 가정이었다. 마법을 부리는 초능력 공룡 둘리가 기계를 다루다 손가락을 짤리는 일을 하러 갈리 있겠는가? 24년이 지난 지금도 둘리는 여전히 초능력으로 아이들을 꿈꾸게 하고 있다.

  --- 라고 나는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규석이 들려주는 하나 하나의 가정들을, 그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는 어린 시절, '나'에게 꿈과 환상을 품게했던 <아기 공룡 둘리>까지 동원하여, 세상이 보여주는 위선에 속지말라고 이야기 한다. 이제 그만 가면을 벗어 던지라고 이야기한다. 제사를 지내 새로운 태양이 매일 뜨는 것이 아니라, 오늘 떠 있는 태양은 어제 떴던 태양이며, 내일 뜰 태양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비가 내리면, 홍수가 나는 것이 아니라, 무지개가 뜬다고 믿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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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9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빨간 늑대 베틀북 그림책 42
마가렛 섀넌 글 그림, 정해왕 옮김 / 베틀북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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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에는 아크타입(원형)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자면, <햄릿>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그 원형이다. 새넌의 그림책 <빨간 늑대>는 아버지의 억압으로 인하여 탑에 갇힌 공주의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억압과 그에 희생당한 여자의 이야기는 동화 <긴머리 공주>와 입센의 <인형의 집> 등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남성의 공격성과 여성의 수동성에 관한 이야기로 확대될 수 있다.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 이러한 이야기의 대표작이라 하겠다.)

  아버지는 여자가 만나는 최초의 이성인 동시에, 사회를 상징한다. 즉, 아버지로부터의 억압은 사회구조로 부터의 억압이다.  탑 역시 아버지의 억압과 같은 것을 상징한다. 얼핏 보기에는 공주는 사회로 부터 격리 된 것 같지만, 사실 사회구조 속에 격리된 것이다. 

   '빨간'색은 예로보터 '금기' 또는 '생명'의 상징이었다. 아버지 왕에 의해 탑에 갇힌 공주 로젤루핀이 빨간 늑대 옷을 입고, 탑을 부수고 나가는 것은 여자를 억압하는 사회구조를 깨트리는 행위이다. '금기'시된 그것을 깨트린 공주는 자유(=생명)를 얻는다. 그래서 빨간 늑대가 되어서 탑을 부수고 나가는 장면에 태양이 찬란히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새넌은  체코 공화국의 로케트 나드 오호르시라는 아름다운 성곽 마을에 우연히 들렀다가 이 이야기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뒷날 이 마을을 다시 찾아가 일곱 달을 머무르면서 이 이야기의 삽화를 그렸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볼때, 새넌은 그 마을에 전해오는 설화를 채록하여 동화책을 만든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창작동화와 달리 상징성이 강한 것들(빨간색, 탑, 늑대 같은 것들)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것 같다.

  특이한 것은 서구의 경우 탑이나 성에 갇히는 공주(잠자는 숲 속의 미녀, 라푼제, 미녀와 야수 등인데, 라푼젤과 미녀와 야수는 아버지의 죄로 이해 딸이 탑이나 성에 갇힌다는 점에서 아버지로 부터 파생된 억압이라고 볼 수 있다)나 아버지의 억압에 관한 이야기(긴머리 공주 등)가 많은데, 우리 나라의 설화에는 이런 유형의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 민족과 서구의 사고 방식 차이때문이리라.(대신 우리 나라의 설화에는 부녀지간의 갈등구조보다는 고부갈등구조가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며느리 밥풀꽃이나 소쩍새 설화를 보면...)

  새넌의 그림책 <빨간 늑대>는 조금은 낯선 북유럽풍의 인물과 밝고 선명한 선홍빛으로 그려진 빨간 늑대, 여러 가지 색깔들이 뒤섞여 있는 숲, 그리고 섬뜩하기도 한 이야기의 결말은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무엇보다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동화책이다. 많은 말이 적혀 있지는 않으나, 알아 듣기 힘든 말이 한가득 적혀있는 두꺼운 책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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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7-03 03:12   좋아요 0 | URL
이 그림책.
저도 참 좋아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주위에 권하고 그랬지요.
그런데 이파리님 리뷰를 읽으니 눈이 새롭게 떠집니다.

서구의 전래이야기가 아버지 억압이 많은 게 아마도 여자를 너무 하찮게 보아서 그랬던 걸까요?
너무 좋아서 추천 꾹 누릅니다.

이파리 2004-07-03 14:08   좋아요 0 | URL
저들은 아닌 척 하고 있지만, 서양의 여성차별 역사가 훨씬 길며, 현재도...
그래서 더욱 페미니즘이니 여성상위니 신사도니 하고 떠드는 거 아니겠어요.
조선시대에 약간 옆길로 새긴 했으나... 우리 나라가 여성을(특히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성을) 더욱 존중하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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