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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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거나 재미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 어질어질할 정도로 구역질이 올라와서 읽기 힘들었다. 안네의 일기 이후 이렇게 고통스럽게 읽기를 마친 책은 처음이다. 쌓인 고통과 분노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더 답답하다. 앞으로도 이런 책은 없을 것이고,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제발 그랬으면 한다.
하지만 아무리 불편하고 불쾌하고 불화가 치밀어도 읽어야 한다. 사실 여부에 상관 없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팡쓰치는 분명히 있기에 우리는 읽어야 한다. 어딘가에 있을 팡쓰치를 위해, 그래야만 한다.
여리지만 꿋꿋했던 이원도 기억하자.

밤을 밝히는 전등이 정오의 태양보다 더 뜨거웠다. 엄청난 스트레스 앞에서 걱정 근심 없는 학교생활에 대한 향수와 행복한 미래에 대한 환상이 모조리 리 선생님을 향한 동경으로 바뀌었다...러브레터를 담아놓은 상자는 생을 향한 거대한 아우성이었다! 그 아이들이 글씨체의 반만큼만 예뻐도 충분할 것이다. 그는 그 거대한 욕망을 아름다운 아이들 안으로 쏟아넣었다. 입시교육의 고통, 잔혹함, 비정함을 밀어넣고, 등불을 들고 전쟁을 치르는 투지에 365일을 곱하고 다시 못생긴 아이들이 싸워 이겨야 하는 십수만 명을 곱해 아름다운 아이들 속으로 싹 다 욱여넣었다.
장렬한 정절, 서사시 같은 강간, 위대한 입시지옥이여!

팡쓰치, 한 걸음 모자라.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듯 절벽 밑에서 절벽 끝으로 돌아오게 될 거야. 한 발만 내디디면 돼, 한 마디면 돼...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쓰치는 나머지 한 걸음을 내디디는 걸 포기한 후였다.

"나는 나보다 먼저 이 세상에 존재했던 사람과 사물을 좋아해요. 이메일보다 카드를 좋아하고 유혹하는 것보다는 맞선으로 만나는 걸 좋아하죠."

오랫동안 힘겹게 한 악마를 받아들였는데 그 악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은 더러운 것 자체가 아니라 그 더러운 것조차 자신을 버리는 일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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