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보고 님 보듯 - 유준 -


오늘 열었던 하루 대문 닫히니

온종일 같이하던 그림자마저

잠시 머물다 지고 마는 석양 되고


이어 보름달이 밤  따라오기에

그 예쁜 달이 그리운 내 님인 듯

빛만이라도 잠시 머물다 가려무나

멋쩍게 창문을 살짝 제쳐 놓았지


달아 달아 보름달아

내 님 그리워 외롭다 말하면

한 달에 단 한 번만 이라도

내 외로움 님에게 좀 전해 주렴


#유준 #글 #창작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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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쥐어짜다  105


아낙네 시린 손으로 빨래 짜듯이

詩人은 詩를 오로지 비틀고 있네

미쟁이 쓰러지는 담벼락 틈 메꾸듯

詩人은 詩를 오로지 땜질만 하네


털고 까부르고 키질만 해대니

흰 눈 속에 쌓인 겉보리 같아 

얼어붙은 겉보리를 누가 먹어 

어느 평론가가 약으로 쓰면 모를까


누가 詩를 읽어

홍수 나면 마실 물 없듯

읽을 만한 詩가 드물다는데

서점에서 詩코너를 없앴다지?

아유 詩야 가련 쿠나

아유 詩人아 불쌍타


#유준 #글 #창작


詩를 쥐어짜다  105


아낙네 시린 손으로 빨래 짜듯이

詩人은 詩를 오로지 비틀고 있네

미쟁이 쓰러지는 담벼락 틈 메꾸듯

詩人은 詩를 오로지 땜질만 하네


털고 까부르고 키질만 해대니

흰 눈 속에 쌓인 겉보리 같아 

얼어붙은 겉보리를 누가 먹어 

어느 평론가가 약으로 쓰면 모를까


누가 詩를 읽어

홍수 나면 마실 물 없듯

읽을 만한 詩가 드물다는데

서점에서 詩코너를 없앴다지?

아유 詩야 가련 쿠나

아유 詩人아 불쌍타


#유준 #글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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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인 여자 104


애쉬톤 호수가 야자 나무에 기대어, 황혼에

세상 먼저 떠난 뉴욕 키 큰 남자를 그리워하는 여자

옛날 분당 뒷마을 서낭당 돌더미가 그립다는 여자


당찬 가슴하며, 빠른 허리하며

훌스윙 버팅기는 두 다리하며

먹줄 날리는 가녀린 두 팔하며

슬라이스 싫어하는 직선인 여자


결국엔

하얀 점 하나 직선따라 허공에 쏜 여자

하얀 꿈 하나 구멍 한 가운데 넣고만 여자

詩人인 당찬 여자


직선도 좋지만 곡선도 좋구다, 굽이굽이

RV 몰고 미국을 누비는 여자

누구보다도 한 치나 더 큰 자그마한 여자


#유준 #글 #창작

*애쉬톤 호수(Ashton Lake) - 훌로리다 중부에 위치한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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枯木과 담쟁이 103

어느 동지인가 섣달 이맘 때 
눈 쌓인 하얀 밖을 내다보다
枯木 오르는 담쟁이를 보았지

알몸뿐인 마른 줄기에 매달려 
행여 지나는 바람에 떨어질세라
아직은 초록인 담쟁이 이파리들이
순백의 눈꽃을 온몸으로 떠받치고

빛이라 물이라 바람이라 하는지
뭔 뭔 魂이며 氣들이 서로 뒤엉켜
즐겁게 뭐라 뭐라 흥얼대고 있더군
정말 잎소리만큼은 싱싱히 들렸어

#유준 #글 #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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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 그 무엇이  


돌이라 숨구멍 없을까
바위가 숨을 쉬고 있네


물이라 숨구멍 없을까
이슬 방울 숨을 고르네

물결따라 바람따라 
혼들이 오르락 내리락  

詩로도 말하기 어려운

詩에 정말 그 무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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