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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필요 없다 - 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6.04] 인간은 필요 없다.(Humans need not apply: a guide to wealth and work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 제리 카플란 -
이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로봇, 인공지능이라 부르는 인조노동, 인조지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단히 과학적이거나 기술적인 설명은 없으며, 오히려 미래에 대한 윤리적, 법적, 사회적, 노동적 의미와 대비책, 정책 전망 등을 이야기하는 사회과학 서적에 가깝다.
인조지능을 사실상 처음 개발한 50여년 전 IBM에서는 '설계된 업무만 수행함'이라는 말을 통해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여 표현하고자 했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였겠지만 저 말은 이제 사실이 아니다. 최근의 신경망, 머신러닝 등을 통한 인조지능이 판단 매커니즘은 사실상 인간도 표현이나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기계가 극도로 짧은 순간에 수 없이 많은 계산을 수행안 끝에 거의 직관적으로 답을 도출 해 내기 때문에, 이제 그 답이 어떤과정을 통해 나온 것인지 인간이 이해하고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인조지능이 생각을 할 수 있냐고 묻는 것은 잠수함이 (수상)항해를 할 수 있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 방식의 차이일 뿐 이제 기계는 확실히 생각을 하는 존재이고, 인간이 이를 완전히 통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사례는 금융시장에서 확인된 적이 있다. 1초에 수천번 매매하는 초단타 프로그램 매매에서, 인간간의 거래였다면 현상을 보고 판단 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연 되었거나 거의 일어나지 않았을 폭락사태 발생한 것인데, 기계 간의 초단타 거래를 통해 거의 몇분만에 미국 증시가 10퍼센트나 폭락한 것이었다. 기계의 이러한 비이성적(사실은 그 상황에 한정해서만은 과도하게 이성적인) 매매를 멈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지 1초 간의 거래정지였다. 단 1초가 기계에게는 영겁과 같은 시간이라 이 시간을 통해 상황이 진정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례를 통해 '인간이 프로그램한대로만 움직이는 인조지능'이란 허구이며, 기계가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지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이 밝혀졌다.
저자는 인조노동과 인조지능의 출현에 따른 소득의 재분배나 일자리 문제에 많은 지면을 할애 했다.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특정 일자리를 없애는 현상은 사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예를 들어 19세기 초 농업에 종사하는 미국인의 비율과 현대를 비교해보면 기계가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농업 섹터에서 대체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은 오히려 더 많은 양질을 일자리를 갖게 되었음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데, 즉 문제는 사라지는 일자리 자체이기보다는 그 속도라는 것이다.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다른 일자리가 생겨나기 시작하면 사회는 그에 대한 교육을 준비하고 되고, 지금까지는 이전세대에서 다음세대로의 시대의 이행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자리 비중의 교체가 일어났던 것인데 앞으로는 사람이 미처 적응하기도 전에 일이 완전히 바뀌어버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정책적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계로 노동력이 거의 완전히 대체된다면 과연 인간의 노동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다소 낙관적 전망에 기반한 것이기도 한데, 실제로 사람은 지난 수백년간 지속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왔다는 것이다. 사람은 단지 더 부자가 되기위해 무조건 더 많은 시간을 일할 것인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은 많은 부분 동의가 되는 것 같다. 따라서 기계에 의해 창출된 부가가치가 적절히 분배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일하는 시간을 더 줄이고, 경제적 섹터보다는 예술이나 학문이나 여가 등 다른 분야에 시간을 많이 쏟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계가 언젠가 세상을 지배하고 인간을 노예처럼 부릴 것인가? 저자는 앞은 맞지만 뒤는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계와 인간 간에 다투는 자원이 다르고, 마치 인간이 여러 이유로 우리보다 열등한 많은 생명체를 그런대로 보호하고자 하는 것과 같이, 물리적 실체가 명확치 않고 세상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인조지능은 인간을 어쩌면 지구상에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서 관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리가 현재 인조지능의 발달로 얻게되는 편의가 그 때가 되면 사실 그들이 우리를 관리하는 한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아직 오지않은 먼 미래에 대한 견해일 뿐이나 이것이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분간하기 힘든 상황에 대해 가정하고 있다. 미래를 누가 알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나오는 사실과 가정들을 잘 이해하면, 단기간에는 분명 빠른 기술적 진보로 인해 사라지는 많은 육체적, 지식적 일자리로 인해 고통받을 계층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이를 피할 방법은 스스로가 속한 섹터가 언제 대체될 것인지 잘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단순 육체노동자나 운전기사 등은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날이 임박했다는 점을 알아야하며, 법률전문가, 회계사, 의사의 경우에는 조금은 시간이 있겠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사관리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상황에서도 인간의 일자리는 정치적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상당기간 유지될 수 밖에 없지만, 순차적으로 노동조합의 힘은 약해질 것이며 자연스레 카운터파트인 노동관계관리 쪽도 약해질 것 같다(그러나 일시적으로 본다면 이러한 대체과정에서 촉발될 노무 이슈의 해결에 필요한 전문가 수요가 늘어날지도 모른다). 사무직 인사관리에서 중요한 보상, 몰입, 동기부여 이론 등도 결국엔 약화될 수 있다. 로봇이나 인조지능은 저런것들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대한 인조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업종에 종사한다면 인사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다가오는 미래가 생각보다 빠르다 판단된다면 과감히 그에 맞는 새로운 지식을 익힐 준비를 하여야 한다. 요점은 언제나 준비되어있어야 하고,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위기를 피하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저자가 제시하는 부의 분배 시스템 중에서, 부가 집중될 기업의 일부를 소유하는 방식이 상당히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마존의 예만 보아도 이제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한 기업이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가게 되는지는 명확한 것 같다. 심지아 아마존은 같은 매출을 올리면서도 꾸준히 일자리를 줄여가고 있다. 노동 시장에선 나빠보이더라도 투자자가 환영할 이런 좋은 기업을 찾아 꾸준히 투자하는 것은 인조지능이 내 일자리를 대체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초연하게 다른 일을 찾거나, 공부를 좀 더 하거나, 아니면 그냥 노는! 결정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투자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