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어떻게 읽어야 할까? -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성경 읽기 방법 How Book Series 5
이대희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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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13] 성경, 어떻게 읽어야 할까?

 

글쓴이 : 이대희

출판사 : 브니엘

발행일 : 2020.01.17

쪽수 : 231

 

(읽기 전에)

성경 읽기는 갈수록 매년 숙제 같은 것이 되었다. 처음 모질게 마음먹고 성경 1독을 시작할 때는 하나님의 말씀을 자의로 읽고 받아들인다는 마음 때문에 늘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었다. 날마다 읽은 성경은 그날의 영적인 무기가 되었고,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 되었고, 힘들고 어려운 감정을 다스리는 약이 되었다.

 

하지만 1독이 성공하고 그 다음해도 성공하고 매년 성공이 쉬워지면서 성경1독은 습관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성경읽기는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썰매개처럼 출발선에 모여 땅 하는 총소리와 함께 1231일을 향해 달려가는 숙제 같은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성경을 이렇게 읽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 새해가 되면 성경읽기는 목표가 되었고,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있는 영으로 내 안에서 역사하는 실체가 되지 못했다.

 

그런 즈음에 이 책을 발견했다. 책 소개는 성경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하는 성도들을 위한 아주 쉬운 바이블 리딩 가이드북이라고 되어 있어서, 내가 원하는 목적에 정확하게 부합하지는 않은 듯했지만, 어떤 모양으로든 나의 나태해지고 형식적인 성경읽기를 바꾸는 데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이 책과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나는 꿀송이처럼 달게 성경을 읽고 싶었다.

 

(읽고 나서)

저자인 이대희 목사님은 성경 통독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나도 그 부분은 크게 동의하는 바이다. 특히 성경을 빨리 읽기 위해 5배속으로 오디오 성경을 틀어놓고 눈으로만 좇아가며 성경을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많은 교회들은 새해가 되면 성도들의 성경 일독을 위해 그렇게 해서 들어도 성경을 읽은 것으로 쳐주겠다며 독려한다. 물론 평생 성경을 한 번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그런 방법으로라도 다가가는 게 필요할 수 있겠으나 모든 성도들을 그렇게 통독으로 성경읽기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자도 이 부분에 대하여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성경 통독 방식과 성경 읽기 방식을 비교하며 차이점을 역설한다.

 

성경 통독이 아닌 성경 읽기는, 성경 자체를 즐거워하는 성경 읽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즐거움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 것이다. 숙제 해치우듯이 후다닥 고배속으로 읽어내어서는 안 된다.

 

성경통독은 본래 동양의 학습법에서 유래한 것이다. 성경 통독은 대부분 전체를 한 번 읽는 데 만족하고 권별로 공부하는 데까지는 들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성경 통독은 몇 독 했느냐에 관심이 있고 시간을 정해서 빨리 일독하는 데 목적을 두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바리새인처럼 성경 읽기가 자기 의를 세우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039)

 

저자는 성경 읽기의 방식으로 유대인들이 읽던 방식을 설명해주고 있다. 모세 5경인 토라가 원래는 하나의 성경으로 두루마리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후대에 와서 읽기 편하게 장과 절로 나누어졌다고 한다. 성경읽기는 소리내어 읽어야 한다. 구약시대부터 성경을 읽는다고 하면 모두 소리내어 읽는 방식을 따랐다. 우리가 지금 눈으로만 읽는 묵독은 애초에 없었다. 예수님도 회당에서 성경을 읽을 때는 소리내어 읽었다. 이 부분은 새롭게 발견한 내용으로 꼭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대 히브리인의 성경의 명칭은 미크라였다. 미크라는 읽는다. 선포한다는 뜻의 히브리어다. 성경은 본래 읽는 책이다. 이것은 성경은 읽을 때 성경이 된다는 의미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소리 내 읽는 책이 성경이다. 읽는 순간 말씀이 선포되면서 듣는 자에게 치료와 창조가 일어난다.” (072)

 

그리고 무엇보다 성경을 읽는 목적은 성경대로 살기 위한 것이다. 즉 말씀의 실천에 성경 읽기의 의미가 있다.

 

저자는 성경 읽기의 방법에 대하여 예수님처럼 읽기를 하라고 한다. 소리내어 읽기. 전체로 읽기. 통합적으로 읽기, 수평적으로 읽기, 수직적으로 읽고, 성령 체험하며 읽기 등이다.

 

저자 이대희 목사님은 스스로 성경 읽기를 하면서 만든 바이블 리딩맵을 만들어 책 속에 수기로 작성한 많은 자료들을 삽입하였다. 성경을 수평적으로, 수직적으로, 통합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가이드가 되어주니 처음 읽으려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성경 1독에만 목적을 두어 날짜를 정해 후다닥 성경 통독을 하기보다는, 날마다 영의 양식으로 정해진 분량씩 조금씩 읽고 말씀이 주시는 뜻을 생각하고 하루하루 실천하는 크리스천이 되면 좋겠다.

 

삶을 바꾸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은 성경을 읽는 데서 시작된다. 매일 성경을 읽는 것은 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지표가 된다. 하루의 길을 밝히는 등불과 같다. 말씀 없는 삶은 영적으로 보면 어둠에서 길을 잃어버린 삶이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시편 119105)“ (058)

 

[선한리뷰]

말씀을 읽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자.

성경 읽기는 숙제가 아니다. 날마다의 영적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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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신 안에 담긴 위대한 복음 - 빌레몬서 강해
이상웅 지음 / 솔로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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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12] 작은 서신에 담긴 위대한 복음

 

글쓴이 : 이상웅

발행처 : 솔로몬

발행일 : 초판 12018820/ 220181025

쪽수 : 179

 

(한 줄 평)

가장 짧은 성경, 빌레몬서 1장이 위대한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읽기 전)

작년(2019) 성경 1독을 위해 열심히 성경을 읽다가 빌레몬서를 지날 때였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후루룩 컵 라면 먹듯이 스쳐 지나가던 빌레몬서였지요. 그 내용이라는 것도 바울이 빌레몬의 노예였다 도망쳐 바울의 동역자가 된 오네시모를 잘 봐달라고 편지하는 게 다 아니던가요. 특별히 개인적으로 뭔가 와닿는 부분이 없어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가던 장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작년 겨울은 달랐다. 달랐다는 건 뭔가 의심에 가득 찬 눈으로 빌레몬서를 보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다른 성경에 비하면 참으로 시시해 보이는 이 빌레몬서가 어떻게 성경에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혹시 내가 모르는 위대한 비밀이 숨겨진 성경 아닐까? 빌레몬서를 더 자세히 알아보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뭔가 내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하나님의 말씀이 숨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책을 고르며)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빌레몬서가 제목으로 나오는 책을 검색해 훑어보았습니다. 빌레몬서가 한 장짜리 성경으로 분량이 많지 않아서인지 책은 대부분 다른 성경을 포함해 한 권의 책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온전히 빌레몬서만을 다룬 책은 없었다는 뜻입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골로새서 빌레몬서’, ‘메인 아이디어로 푸는 데살로니가전후서 디도서 빌레몬서’, ‘스펄전 설교전집 디모데전후서 디도서 빌레몬서’. 해외 저자이든 국내 저자이든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내를 가지고 계속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찾아냈습니다. 책 제목에는 빌레몬서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유일하게 단독으로 빌레몬서만으로 강해가 이루어진 책이었습니다. 그것도 한국 목사님의 책. 더 이상 다른 책을 찾아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책 소개에서 저자인 이상웅 목사님은 빌레몬서 강해를 위해 전 세계에 나온 빌레몬서와 관련된 모든 주석집과 관련 서적을 공부했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본 강해서의 토대가 된 것은 대구 산격제일교회에서 담임목회하던 시기였던 2010년 경 빌레몬서의 세계가 열리어 새벽 강단을 통해 10회에 걸쳐 강해를 하고 여름 수련회를 통해 다시 나누었던 것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빌레몬서를 일반적인 수준에서 생각하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곽선희 목사님의 2002년 빌레몬서 강해 네 편을 오디오로 들으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 발단이 되어 빌레몬서에 대해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자료를 구하여 읽고 연구하고 설교 원고 형태로 준비하여 제가 섬기던 교회에서 먼저 나누었습니다.” (서문에서)

 

단 한 장짜리 바울의 옥중서신, 다른 편지는 교회에 보내는 공적인 편지 형식인 반면, 빌레몬서는 동역자 빌레몬에게 보내는 개인서신이라는 점. 빌레몬서에 대한 궁금점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저자는 25절로 이루어진 빌레몬서를 한두 절, 또는 두세 절 또는 단 한 개의 절만으로 목차를 구성하여 총 10개의 목차로 강해를 하였습니다. 25절을 10회로 나누어 강해하였으니 얼마가 그 깊이가 깊은지 말로 이루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1장의 1절은 빌레몬서의 중요성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빌레몬서는 바울이 쓴 유일한 사적인 편지글입니다. 바울 신학자인 랄프 P. 마틴은 빌레몬서에 대해 바울의 인격을 알기 위해 열려진 창문이라고 평했습니다. 딕 루카스는 신약의 특별한 보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책은 그리스도 예수를 위하여 갇힌 자 된 바울1절부터 시작해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너희 심령과 함께 있을지어다.’의 마지막 25절 인사까지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바울의 신학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책 전반에 성령님의 특별한 동행이 함께 이루어졌음은 물론입니다.

 

마지막 25절은 유일한 바울의 개인서신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빌레몬서의 가정교회 전체에 읽혀졌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데 그것은 너희 심령이라는 복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은혜라는 일반화된 용어에 있어서도 저자는 허투루 지나가지 않고 바울신학과 신약성경 안에서, 그리고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통찰해 들어갑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낮아지심으로 진흙 같은 우리 인생이 성령을 받고 하나님의 형상 회복이라고 하는 창조의 목적 회복이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시는 은혜입니다.” (166)

 

이 책은 바울이 빌레몬이라는 동역자에게 그의 종이었던 오네시모, 주인의 돈을 훔쳐 달아났던 노예 오네시모, 하지만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리스도인이 된 오네시모를 바울이 어떠한 심정으로 빌레몬에게 돌려보내는지, 종이 아니라 동역자로 대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글이, 어떻게 신학적으로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그래서 빌레몬서는 바울의 구원론, 교회론, 그리스도인의 삶의 윤리가 모두 들어있는 신약의 보배로운 성경이 됩니다. 빌레몬서를 읽으면서 그냥 지나쳤다면 이제 이 책을 읽고 다시 빌레몬서를 읽는 은혜를 누리기를 소원합니다.

 

바울이 원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십자가 때문에 일어나는 사랑의 관계 변화인 것입니다.” (157)

 

[선한 리뷰]

과거의 관계에 얽매이지 말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갑과 을, 주인과 종이 아니라, 모두 한자녀, 한형제이다.

작다고, 짧다고, 얇다고 깊이까지 그런 건 아니다.

 

내가 바울의 편지를 받은 오네시모의 주인 빌레몬이라면,

내가 도망쳐 온 노예 오네시모를 만난 바울이라면,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 바울을 만난 오네시모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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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이영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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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11]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글쓴이 : 이영산

출판사 : 문학동네

발행일 : 초판120171031/ 1420181113

쪽수 : 385

 

(독자 카피)

만남은 삶을 바꾼다.

저자를 몽골에 자리잡게 한 진짜 오랑캐와의 만남 이야기.

 

(책을 읽고)

몽골에 꼭 가보고 싶다.

광활한 대륙을 바람을 가르며 말을 타고 달려보고 싶다.

몽골에 대한 나의 생각은 거의 환상에 가깝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지독하게 소외시켜 왔던 몽골.

몽골인 비지아를 만나 몽골에 푹 빠져버린 저자가 아예 몽골로 거처를 옮겼다. 저자는 몽골에 출판사를 차리고 몽골과 한국을 엮어주는 출판일을 하고 있다. 무엇이 그를 몽골에 빠지게 만들었을까.

 

이 책은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 진짜 참 오랑캐의 진짜 마지막 지상의 후손이라고 밝히는 비지아를 몽골 가이드로 만난 것, 그것이 인생역전의 시작이었다.

 

거대한 중국과 유럽을 점령했던 징기스칸의 후예들.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은 우리나라 역사의 참혹한 암흑기를 만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몽고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왕의 비굴한 패배와 수많은 고려인들의 포로, 매년 끌려간 수많은 여자들. 게다가 우리 신체에 남아있는 몽골반점까지. 지울 수 없는 몽골과의 인연은 자연스레 몽고에 대한 불편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두게 만들었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덥석 주문하였는데, 몽골 초원을 가르는 것처럼 시원하게 책을 읽고(저자의 몽골 이야기에 푹 빠져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나도 그만 몽골에 푹 빠져 버렸다.

 

소설보다 재미있고 여행기보다 생생하며 문화인류학보다 깊이 있다,는 책 뒷표지의 뻥같은 자기자랑이 결코 자랑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건 소설보다 더 재미있어!!

 

몽골인에 대한 편견은 책 17쪽부터 이어지는 세 가지 이야기에 그만 넋을 놓고 만다. 이는 저자가 몽골에 가서 느꼈던 그 충격이 그대로 독자에게 전해지는 것인데, 집 없이 떠돌아 다니는 유목생활의 몽골인의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얼마나 큰지 책을 읽어보지 않고는 실감할 수 없다. 스포가 될까봐 좀 그렇지만 한 가지만 설명한다면 누군가 방문할 것을 대비해 양을 치러 멀리 집(게르 천막)을 떠니 비울 경우 게르 안에 손님이 오면 먹으라고 식사를 풍성하게 차려놓고 떠난다는 것. 처음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받은 문화적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어렵사리 도착한 게르엔 그러나 사람이 없었다. 허망한 표정으로 돌아서야 했다.

괜찮아요.”

유목민 출신의 비지아가 입에 붙다시피 한 말을 던지곤 게르로 들어갔다.

언뜻 봐도 가난한 집이었다. 좁고 낮은 게르 안은 허리를 펴기도 불편할 정도였다. 그런데 게르 한가운데, 음식이 차려진 탁자가 보였다.

 

주인이 집을 비우게 되면 지나가는 나그네를 위해 음식을 준비해놓고 나가요. 유목민의 전통이죠.” (19)

 

웃음으로 세월을 이겨내는 민족, 저장하지 않고 몽땅 나누는 민족, 우리가 보기엔 오랑캐로 보이지만 그들은 늘 집 없이 옮겨 다녀야 하기 때문에 공자 맹자가 필요 없었다. 그건 우리들이 정한 기준이고 잣대였다.

 

유목민들은 오천 년간 적으로 살아온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 유교적인 눈으로 바라본 도덕과 가치, 도와 예, 군자지도를 초원에 이식한 적이 없다. 음풍농월 따위를 부러워한 적도 업속, 족보를 이고 다니지도 않는다. 공맹의 도를 따져 야만인을 선발한다면 몽골 유목민들은 오랑캐가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잣대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213)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인에게 몽골 가이드를 하는 전통 오랑캐 비지아의 이야기와 그를 바라보는 저자의 눈을 통해 전해지는 순박한 몽골 이야기.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지적 희열이 화산 폭발하듯 터져나온다.

 

나무가 태어난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삶과 죽음을 이어가듯, 몽골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고려, 조선, 중국과 상관없이 그 자리에서 몽골인으로 살고 있었다. 그들은 적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의 이웃이었는데, 이제라도 진짜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 언젠가 꼭 몽골에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이 책, 대단하다.

 

[선한리뷰]

타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타인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무를 이해할 땐 움직이지 못하는 생명체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하고,

몽골인을 이해할 땐, 늘 움직이는 유목민임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해의 기준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다.

당신을 먼저 생각하는 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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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게 길을 묻다 - ‘나고 살고 이루고 죽는’ 존재의 발견 (10주년 컬러 개정판)
김용규 지음 / 비아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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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10] 숲에게 길을 묻다

 

글쓴이 : 김용규 (여우숲 주인장)

출판사 : 비아북

추천사 : 구본형 (변화경영 사상가)

쪽수 : 279

발행일 : 초판 12009410/ 개정판 120191115

 

 

숲에 살며 숲에게 배운 지혜를 나누는 글.

읽다보면 숲처럼 삶에 대한 시선이 울창해지는 글.

 

 

숲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제목에 얼른 시선이 가리라.

나로 살고 이루고 죽는존재의 발견.

 

숲에게 길을 묻다니. 자연과 철학과의 만남은 읽기도 전에 사람의 마음을 뒤흔듭니다.

대나무 숲 서걱이는 바람처럼 쏴아아 소리내며 갈증이 사라집니다.

 

이 책은 2009년에 초판으로 발행된 책인데 작년에 개정판으로 다시 발행되었습니다. 직선으로 표현된 나무의 모습과, 곡선으로 표현된 삶의 연결이 매우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표지로 읽혀졌습니다.

 

저자는 벤처기업 CEO를 하다 홀연히 괴산 숲으로 들어가 월든처럼 오두막을 짓고 숲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제는 작고하신 구본형 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했던 것으로 여겨지는데, 구본형 선생님의 추천사가 책에 실려 있으니 책이 더 단단하고 울창한 느낌이 듭니다.

 

저자는 월든처럼 오두막에서 살되 그저 1년 살아보고 다시 문명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계속 숲에서 숲과 함께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월든보다 더 숲과 자연에 가까운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은 그 삶의 결정체다. 그가 숲에서 살며 숲과 이야기하고 숲에게 배운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는 숲처럼 느립니다. 삶에 대한 통찰이 신선한 공기처럼 꽉 차 있고 삶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햇살처럼 나무 잎사귀를 뚫고 내려와 우리 가슴을 따스하게 감싸줍니다.

 

도토리라는 한 알의 씨앗 속에 참나무의 수백 년 삶이 이미 담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작은 원형질 알갱이 속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삶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씨앗은 오로지 그 작은 알갱이에 담긴 양분만으로 땅을 뚫고, 뿌리를 뻗고, 잎을 만들어냈습니다. 수백 년의 삶을 시작할 최초의 미미한 움직임이 이미 그 자신 안에 모두 있었던 것입니다.” (028)

 

이 책은 뭐라 정의 내리기가 어려운 장르에 속해 있습니다. 네이버는 장르를 지정하지 않았으며, 예스24는 자기계발에 무게중심을 두었습니다. 교보문고와 반디앤루니스는 인문학으로 분류했으며, 알라딘은 경제경영과 자기계발로 분류했습니다. 그렇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려운 것은, 이 모든 것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이나 자연으로 분류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책 속에 자연에 관한 이야기의 밀도가 옅다고 느껴서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읽어보면 압니다. 이 책은 숲 그 자체의 본연을 빼고는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철저하게 숲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도토리에서부터 연어, 철새, 개미, 버섯, 세균, 미생물까지 숲을 이루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가 도토리 알갱이처럼 책에 담겨져 있습니다.

 

책은 총 4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막은 숲의 탄생. 2막은 숲의 성장. 3막은 숲의 자아. 4막은 숲의 죽음. 저자는 이렇게 순환하며 흘러가는 숲의 탄생부터 죽음을 통해 우리 인생을 되돌아 봅니다. 숲의 일생을 통해 사람의 일생을 반추합니다. 태어나는 것이 무엇이고, 성장한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나로서 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죽어 본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태어난 그 곳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나무가 어떻게 햇빛을 받아들이고, 나뭇가지를 버리고, 몸을 비틀며 삶을 이어가고, 자녀에게 삶을 이어주는지 저자는 숲을 보며 그들의 위대함을 발견합니다.

 

동물과는 달리 단 한 발자국도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나무는 태어난 자리, 그리고 주변 생명체와의 관계가 숙명이 됩니다. 타자를 향해 총을 쏠 수도, 칼을 휘두를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것이 나무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온전히 서 있는 채로, 태어난 자리의 환경 및 주변과의 관계를 극복해야 하는 생명체입니다.” (041)

 

 

인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부모를, 국가를, 성별을, 유전적 특징을 스스로 결정하고 태어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조물주가 그 생명에게 부여한 자리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것이 조물주가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에게 부여한 본래의 명, 숙명이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우리 역시 나무처럼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그런 숙명을 안고 태어난 존재들이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처지가, 탄생의 불가역성이 가혹하고 억울하다고 분노했다고, 분노를 안고 살았다고 고백합니다. 숲을 만나기 전까지 말입니다. 그를 깨닫게 해준 것은 숲이었습니다. 그의 분노를 사랑과 감사로 바꾸어 준 건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가는 나무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숲을 이룰 수 있습니다. 세상에 혼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생명체는 하나도 없고, 흐르지 않는 생명체는 하나도 없기에, 우리는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고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숲을 보며 우리가 평생 사막의 방식으로 일하고 다투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꽃들은 벌과 나비를 만나기 힘들다고 두렵다고 스스로 시들지 않습니다. 햇빛은 모든 생명체에게 구원의 빛입니다. 식물들이 광합성에 사용하는 태양에너지는 0.2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햇빛 없이는 삶을 지속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중력을 거스르며 하늘을 향해 키를 키워냅니다.

 

오늘도 그들이 중력을 거스르며 하늘을 향해 키를 키워내는 이유는 대부분 거기에 있습니다.” (073)

 

이 세상에 중력을 거스를 수 있는 존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유인력은 현재까지 변함없는 불변의 진리이며 이론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중력을 거스르는 생명체가 있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 것들은 모두 중력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그 거스름의 크기는 바로 빛이고 꿈입니다.

 

책을 읽으며 중력을 거스른다는 표현이 얼마나 감동스러웠는지 모릅니다. , 중력을 거스를 수 있구나. 우리는 그런 존재구나.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도 위대하지만, 만유인력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떨어지기 전까지 계속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도 위대하다고 말입니다.

 

나무와 들풀은 오로지 자신을 꽃피우려는 꿈, 그래서 어떻게든 열매를 맺는 것으로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이유를 증명하려 합니다. 나무는 숲을 지배하려는 욕심을 품지 않습니다. 들풀은 제 자리가 아닌 곳을 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갖는 꿈도 그렇게 나무를 닮아서, 들풀을 닮아서 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로지 자기다움에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생명체에게 꿈이란 하늘 한 자락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것임을 우리 모두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079)

 

 

[선한리뷰]

자신의 꿈이 중력을 거스르며 하늘로 커갔으면 좋겠습니다.

나비와 벌이 오지 않는다고, 그런 세상이 두렵다고 스스로 시드는 꽃이 없듯이,

우리도 세상을 두려워하며 스스로 꿈을 접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저마다의 숲, 햇빛 한 자락 마음껏 마시는 나무와 들풀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숲입니다.

이미 숲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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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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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09] 걷는 사람, 하정우

 

글쓴이 : 하정우

출판사 : 문학동네

발행일 : 초판 20181123, 12320191129

 

(어떤 책인가)

배우 하정우에서 걷는 사람 하정우로 변신한 책.

걷기와 독서를 한 꾸러미로 엮어준 책.

아직 조금 더 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책.

 

(읽기 전에)

걷기를 막 시작했던 2018년 겨울. 배우 하정우가 걷기 관련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터넷 서점마다 하정우 책을 추천도서로 내놓았고 대형서점에 가도 하정우 책이 탑처럼 쌓여 있었다. 그의 모습은 진솔하게 보였지만 연예인의 유명세를 가지고 책을 파는 것 같아 거부하는 마음이 컸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가 책 표지에서 보여주는 털털함만큼이나 책이 꾸밈없을 것 같았고 그래서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헌책방에 갈 때마다 이 책이 나왔나 눈여겨봤지만 나온 지 1년 이내 책코너에서도 이 책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1년이 지났다. 2018년 처음 걷기를 시작할 때, 추위가 극성을 부리는 한겨울임에도 다양한 버전의 갑옷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퇴근길에 지하철 2.5개 역, 6킬로미터를 걸어서 갔다. 한 시간 30분이 걸렸지만 겨우 세 정거장이었다.

 

그랬던 걷기가 조금씩 변했다. 2019년은 지하철 세 정거장을 걷는 일이 줄어들었다. 업무시간에 산책하듯 걷고 퇴근길에는 지하철로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린 뒤 집까지 걸어갔다. 15,000보를 하루 목표량으로 세웠지만 겨우 목표를 채울 때가 많아졌다.

 

2020년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동력을 받아야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에 관한 책을 읽는다. 그렇다면 걷기를 좋아하는(좋아할) 사람이라면 걷기와 관련된 책을 읽어야 한다. 물론 2019년에 걷기와 관련된 책을 꽤 많이 읽었었다. 걷기와 관련된 책은 에너지와 같아서 계속 공급이 되어야 걷기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퇴근길에 지하철 망포역에서 내리면 선일초등학교까지 버스를 환승해 타고 갔다. 집까지 다섯 정류장이다.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야 하지만 전체 시간은 15분 내외가 걸린다. 새해 어느 날 도보로 얼마나 걸리나 지도로 시간과 거리를 재어보니 3킬로미터에 45분 정도가 나왔다. 이 정도면 걸을 수 있지 않을까. 두어 번 시도했다. 집 가까이에 가면 허리가 아파왔다. 다시 포기하고 싶어졌다. 책을 읽자. 하정우. 그의 책이 떠올랐다. 새 책을 사야겠다.

 

(책 초입에서 만나는 하정우의 걷기)

재밌다. 페이지가 쉽게 넘어갔다. 글을 쫄깃하게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진솔하게 잘 쓴다. 그는 머리가 크고 발이 크단다. 팬들이 머리 크다고 하대갈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는데 그는 화도 안 내고 잘 받아들인다. 참 쿨한 배우다. 그러면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면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는 자신이 머리뿐만 아니라 발도 크다며 덧붙여 자랑한다. 나는 신발을 살 때 255~260문을 찾는다. 남자치고는 작은 편이다. 그렇지만 큰 발을 가진 남자라 해도 275 정도일 텐데 그는 300문 신발을 신어야 한단다. 어쩔 수 없이 이태원 같은 곳에서 신발을 살 수밖에 없다니 대단한 왕발이다. 콤플렉스거나 아킬레스 건이라 여겨질 그의 왕발에 대해 얼마나 겸손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그의 글을 읽어보라.

 

가끔 내 큰 머리에 어지러운 생각과 고민이 뭉게뭉게 차오르기 시작할 때면, 그 생각이 부풀어 머리가 더 무거워지기 전에 내 왕발이 먼저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간다. 머리 큰 내가 발까지 큰 건 분명 축복이다.” (07)

 

가끔은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좀 유명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생색을 내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가령 하정우가 하루 1만보 정도를 걸으면서(물론 그 전에는 하루 3천보를 걷다가 1만보를 걷게 되면서 걷기 예찬 글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1만보로 책을 내다니. 물론 그 책에 자극 받을 사람은 분명히 있겠지만 많은 걷기 하는 사람들은 피식 웃고 말 것이다. 책을 쓰거나 말거나) 이런 책을 썼다면 나는, 에고, 아까워라. 그저 유명세로 뒤범벅된 책이구나. 건질 게 하나도 없네. 그러면서 어디 구석에 처박아 놓을 것이다.

 

하지만 왕발이 하정우는 달랐다. 그는 정말 걷는 사람이었다. 그는 출근길에 16천 보를 걷는다고 한다. 내가 하루종일 목표로 삼는 걷기가 15천보인데, 일주일 중 완전히 지키는 날은 4일 내외다. 그가 정말로 걷는 사람이라는 증거는 또 있다. 그는 거리를 말할 때, 편도 000보라고 말한다. 그에게 거리는 걷는 걸음으로 말해야 정확한 감을 잡을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는 걷는 사람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내 삶의 방식을 자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람마다 보폭이 다르고, 걸음이 다르다. 같은 길을 걸어도 각자가 느끼는 온도차와 통점도 모두 다르다. 길을 걸으면서 나는 잘못된 길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더디고 험한 길이 있을 뿐이다.” (11, 서문 / 웬만하면 걸어다니는 배우)

 

책 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그에게 반했다. 영화 허삼관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떤 책인가)

하루 3만보, 가끔은 10만보,라는 1부 제목이 강하게 자극한다. 의기소침해진 나의 걷기를 다시 이끌어 줄 힘이 되어준다.

 

배우 하정우가 영화 황해로 상을 타면서 공약한 국토대장정 때문에 그의 걷기 인생이 시작된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었다는데 국민 배우 공효진과 함께한 ‘577 프로젝트국토대장정 영화도 보고 싶다.

 

이 책은 하정우의 걷기 철학, 배우 철학, 영화 감독 데뷔하여 망한 이야기, 힘들 때마다 하와이에 가서 걷기 팀들과 걷고 먹고 오는 얘기들이 진솔하게 다양한 사진들과 함께 하와이 바다처럼 담겨져 있다.

 

영화 터널을 찍을 때 일주일 만에 수척해진 모습으로 변신해야 해서 제주도로 가서 걷기만으로 5킬로그램을 뺐다는 이야기에 역시 하정우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기분에 지지 않고 걷기로 극복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걷기로 이겨낸다. 그의 건강은 걷기로 인해 더욱 튼실해진다. 하루 3만보를 걷고 집에 오면 곯아 떨어지고 만다니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강력 추천해야겠다. 밤마다 같이 걷자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추워지면 외투를 입는 것처럼 나는 기분에 문제가 생기면 가볍게 걸어본다. 고민이 내 머릿속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와서 어깨 위에 올라타고 나를 짓누르기 시작하면 나는 , 모르겠다. 일단 걷고 돌아와서 마저 고민하자생각하면서 밖으로 나간다. (31)

 

그의 이런 태도는 정말 본받을 만하다. 이제 나도 고민이 생기면 즉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야겠다. 일단 걸어야겠다. 어쩌면 걷기는 만병통치약인지도 모른다. 고민 통치약인가?

 

그는 배우로, 화가로, 감독으로, 걷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가만히 있지 못해 ADHD 아니냐는 말도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들 걷기 팀은 대화를 하면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서서 돌아다니며 대화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본다고 한다. 그는 주변의 이런 반응에 대해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능력을 타고 났다며 그의 단점을 승화시킨다.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41)

 

그에게서 본받을 행동은 또 있다. 그는 단순 걷기 외에도 발 디딜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무조건 걸어서 이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동차는 물론이고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은 가능한 타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걸음수를 알뜰살뜰 모아 3만보를 만든다. 내가 있는 사무실은 7층인데 걸어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7층까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녔다. 이제 7층도 무조건 걸어서 올라가야겠다. 그는 걸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진정한 걷는 사람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이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걷는다는 것, 이 투박하고 촌스러운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를 통해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71)

 

 

그는 걷기팀들과 수요 독서팀을 만들었다. 이런 조합을 봤나. 너무 대단한 걷기 팀이다. 걷기와 독서의 조화라니. 그의 궤변을 들어보자.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루에 20쪽 정도 책 읽을 시간, 삼십 분 가량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206)

 

그들은 무슨 책을 읽었나. 궁금했다. 그들이 읽고 얘기를 나눈 책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운을 부르는 변호사

걷기 예찬

최고의 휴식

센서티브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맨박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말의 한수

말의 품격

 

그는 힘들 때마다 더 걸어보라고 말한다. 누워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는 절대 회복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 힘들다. 걸어야겠다.’ 그의 이 말은 책 곳곳에 유행어처럼 몇 번 반복되어 나오는데 묘한 중독성이 있다. , 힘들다. 걸어야겠다.’

 

[선한리뷰]

힘든가? 그럼 걸어라!

많이 힘든가? 그럼 조금 더 걸어라!

 

죽을 만큼 힘든 사점을 넘어 계속 걸으면, 결국 다시 삶으로 돌아온다.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조금 더 걸을 수 있다.”(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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