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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이영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평점 :
#독서후기 [선한리뷰 2020-011]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글쓴이 : 이영산
출판사 : 문학동네
발행일 : 초판1쇄 2017년 10월31일 / 1판4쇄 2018년 11월13일
쪽수 : 385쪽
(독자 카피)
만남은 삶을 바꾼다.
저자를 몽골에 자리잡게 한 진짜 오랑캐와의 만남 이야기.
(책을 읽고)
몽골에 꼭 가보고 싶다.
광활한 대륙을 바람을 가르며 말을 타고 달려보고 싶다.
몽골에 대한 나의 생각은 거의 환상에 가깝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지독하게 소외시켜 왔던 몽골.
몽골인 비지아를 만나 몽골에 푹 빠져버린 저자가 아예 몽골로 거처를 옮겼다. 저자는 몽골에 출판사를 차리고 몽골과 한국을 엮어주는 출판일을 하고 있다. 무엇이 그를 몽골에 빠지게 만들었을까.
이 책은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 진짜 참 오랑캐의 진짜 마지막 지상의 후손이라고 밝히는 비지아를 몽골 가이드로 만난 것, 그것이 인생역전의 시작이었다.
거대한 중국과 유럽을 점령했던 징기스칸의 후예들.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은 우리나라 역사의 참혹한 암흑기를 만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몽고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왕의 비굴한 패배와 수많은 고려인들의 포로, 매년 끌려간 수많은 여자들. 게다가 우리 신체에 남아있는 몽골반점까지. 지울 수 없는 몽골과의 인연은 자연스레 몽고에 대한 불편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두게 만들었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덥석 주문하였는데, 몽골 초원을 가르는 것처럼 시원하게 책을 읽고(저자의 몽골 이야기에 푹 빠져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나도 그만 몽골에 푹 빠져 버렸다.
소설보다 재미있고 여행기보다 생생하며 문화인류학보다 깊이 있다,는 책 뒷표지의 뻥같은 자기자랑이 결코 자랑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건 소설보다 더 재미있어!!
몽골인에 대한 편견은 책 17쪽부터 이어지는 세 가지 이야기에 그만 넋을 놓고 만다. 이는 저자가 몽골에 가서 느꼈던 그 충격이 그대로 독자에게 전해지는 것인데, 집 없이 떠돌아 다니는 유목생활의 몽골인의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얼마나 큰지 책을 읽어보지 않고는 실감할 수 없다. 스포가 될까봐 좀 그렇지만 한 가지만 설명한다면 누군가 방문할 것을 대비해 양을 치러 멀리 집(게르 천막)을 떠니 비울 경우 게르 안에 손님이 오면 먹으라고 식사를 풍성하게 차려놓고 떠난다는 것. 처음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받은 문화적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어렵사리 도착한 게르엔 그러나 사람이 없었다. 허망한 표정으로 돌아서야 했다.
“괜찮아요.”
유목민 출신의 비지아가 입에 붙다시피 한 말을 던지곤 게르로 들어갔다. …
언뜻 봐도 가난한 집이었다. 좁고 낮은 게르 안은 허리를 펴기도 불편할 정도였다. 그런데 게르 한가운데, 음식이 차려진 탁자가 보였다.
“주인이 집을 비우게 되면 지나가는 나그네를 위해 음식을 준비해놓고 나가요. 유목민의 전통이죠.” (19쪽)
웃음으로 세월을 이겨내는 민족, 저장하지 않고 몽땅 나누는 민족, 우리가 보기엔 오랑캐로 보이지만 그들은 늘 집 없이 옮겨 다녀야 하기 때문에 공자 맹자가 필요 없었다. 그건 우리들이 정한 기준이고 잣대였다.
유목민들은 오천 년간 적으로 살아온 중국의 문화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 유교적인 눈으로 바라본 도덕과 가치, 도와 예, 군자지도를 초원에 이식한 적이 없다. 음풍농월 따위를 부러워한 적도 업속, 족보를 이고 다니지도 않는다. … 공맹의 도를 따져 야만인을 선발한다면 몽골 유목민들은 오랑캐가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잣대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213쪽)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인에게 몽골 가이드를 하는 전통 오랑캐 비지아의 이야기와 그를 바라보는 저자의 눈을 통해 전해지는 순박한 몽골 이야기.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지적 희열이 화산 폭발하듯 터져나온다.
나무가 태어난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삶과 죽음을 이어가듯, 몽골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고려, 조선, 중국과 상관없이 그 자리에서 몽골인으로 살고 있었다. 그들은 적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의 이웃이었는데, 이제라도 진짜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 언젠가 꼭 몽골에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이 책, 대단하다.
[선한리뷰]
타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타인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무를 이해할 땐 움직이지 못하는 생명체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하고,
몽골인을 이해할 땐, 늘 움직이는 유목민임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해의 기준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다.
당신을 먼저 생각하는 내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