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평점 :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이 책에 자주 언급되는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의 <솔로몬의 반지>를 오래 전에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버리진 않았는데 지금 그 책을 찾으려니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책에서 두 번째 장에서 신랄하게 비교하고 비판했던 행동주의자 스키너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았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역시 흥미롭게 읽었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는 사실 동물에 관한 실험보다는 사회복지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읽었었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동물행동학자들은 대부분 동물학자였고, 행동주의자는 대부분 심리학자였다. 얄팍하긴 했지만 동물에 관한 지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이번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 주는 지식과 정보들은 매우 알찼고 신선했다.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이런 도발적인 질문을 책 표지에 올릴 만큼 저자는 자신만만했다. 사실 네덜란드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학자인 “프린스 드 발”의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기 전에 3년 전엔가 인지생물학자인 “프리데리케 랑케”의 저서 <동물과 인간 사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이 책에서도 이번 책에서 설명한 케아앵무의 학습능력, 짧은꼬리원숭이의 감자 씻는 요령에 대한 문화적 전파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접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번 책을 읽을 때 많은 내용에 있어서 새롭다는 개념보다는 어,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에서 출발해, 좀더 깊이있는 탐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책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프린스 드 발은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쓰기 전에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침팬지 폴리틱스>라는 개념을 발표했는데 이는 침팬지들이 전략적으로 행동한다는 내용을 담은 영장류들의 “마키아밸리적 지능”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프리데리케 랑케”의 <동물과 인간 사이> 라는 책이 <침팬지 폴리틱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이 책은 용어설명을 제외하고 총 435쪽의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는데, 소설이 아니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동물들의 인지와 행동, 두뇌를 설명하는 글이기에 진도를 쉽게 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이 인간 이상?의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저자의 내용은 나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동물행동학파와 행동주의자를 비교한 2장의 “두 학파 이야기”였고,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5장의 “만물의 척도”였다. 만물의 척도는 특히 우리가 동물을 어떻게 연구하고 그들의 두뇌를 이해하는지에 대한 좋은 개념을 제시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동물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인간은 그동안 영장류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갖가지 실험으로 영장류의 어리석음을 연구했는데, 저자는 이러한 인간 중심의 방법이 모두 잘못된 것임을 암시하였다.
가령 개는 사람과 친화력이 매우 높기 때문에 사람이 지시하는 것을 매우 잘 이해하고 따르지만, 늑대는 사람과 친화력이 적어 사람이 지시하는 것을 잘 따르지 않는다. 연구자는 늑대가 개보다 지능이 낮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늑대에게 다른 늑대가 하는 행동을 보고 문제를 이해하도록 하면, 개보다 훨씬 빨리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인데, 늑대는 사람보다 자기 동족에게 배우는 쪽이 더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특히 공감이 갔던 이유는, 예전에 학습장애자에 대한 연구를 하고 그에 대한 강의를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난독증을 가진 사람에게 시험을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글자를 잘 읽지 못하지만, 문제를 음성으로 들려주면 문제를 풀 수 있다. 따라서 그가 그 문제를 이해하고 풀 수 있는지를 측정하려면 다른 사람과 같이 종이로 문제를 내주는 게 아니라, 음성으로 들려주어야 한다. 즉 각 사람의 상태에 맞는 방법으로 문제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합리적인데 왜냐하면 다른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시험을 치른다해서 불공평한 것이 아니라, 시험의 목적은 그에게 얼마나 문제를 풀어낼 능력이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동물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지능의 개념과 지능 검사 방식으로 동물을 측정하는 것은 모두 엉터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동물을 그 사진의 생물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테스트를 하고 인간 중심 접근법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 유인원을 사용해 유인원을 테스트하고, 늑대를 사용해 늑대를 테스트하고, 인간 어른을 사용해 아이를 테스트해야만 그 종의 고유한 진화적 맥락에서 사회인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250쪽)
이 책은 9장으로 구성된 목차를 통해 동물들의 정치적 공작, 자아 개념, 공감 능력, 문화, 이름 부르기, 기억하기, 협력하기, 얼굴 인식하기 등의 다양한 지능을 증명하고 있다. 동물들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현재를 행동한다. 인간만이 의식이 있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가정은 틀릴 확률이 높다. 코끼리가 얼마나 똑똑한지, 문어가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는 잘 모른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해서 우리가 모든 동물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참으로 오만한 발상이다. 우리는 우리의 관점으로만 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몇 가지만 생각해보아도 우리가 동물들보다 훨씬 형편없다는 것은 금방 드러난다.
대부분 동물인지학은 진화론에서 출발하지만, 창조론적 관점에서 접근해 보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광대한 자연의 위대함을 이해할 수 있다. 신이 만든 자연과 동물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우리는 깨달아야 하며,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하나의 생각은, 동물학자들은 참 재미있겠다는 것이다. 평생 침팬지를 연구하고, 문어를 연구하고, 코끼리를 연구하는 학자들. 우리나라에는 그런 동물학자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취업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위해,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진득하게 앉아 세대를 이어가면서 연구할 수 있는, 학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