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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7
에드몽 로스탕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열린책들 이북 구입 기념으로 처음 읽은 책....150권 중에서 고르느라 힘들었다...
책 표지의 시라노는 시라노를 정말 잘 묘사해놨다.
몇년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이란 영화가 나왔을때 잠깐 시라노를 찾아보긴 했지만 그 영화에 관심이 없어 책은 안 읽었었는데...
시라노는 실존 인물의 이름이란다.
못생겼지만 (코가) 언변이 뛰어난 작가인 시라노는 사촌 누이인 '록산'을 사랑한다. 하지만 못생긴 외모때문에 고백을 하지 못한다.
'록산'은 '크리스티앙'이란 잘생긴 남자를 맘에 두고 있는데, 외모와 달리 영혼이 없는 멍청이일까봐 걱정되어 시라노에게 크리스티앙을 부탁한다...자신이 사랑해도 되는 사람인지...
한편, '크리스티앙'은 정말로 외모만 잘생기고 말한마디 변변하게 못하는 남자였는데...록산의 부탁을 받은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의 사랑은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되고, 크리스티앙 대신 연애편지를 써서 록산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시라노는 진정한 시인이다...흉물스러운 코가 안타깝다...지금 태어났다면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그 재능과 사랑을 마음껏 펼치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 코란...
공격적인, <선생, 나한테 그런 코가 있었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당장 잘라 버렸을 거요>
우호적인, <찻잔에 코가 빠져 젖어 버릴 테니 굽이 달린 큰 잔 하나 마련하세요>
서술적인, <바위잖아......산봉우리잖아......곶이잖아 곶이라니,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반도야>
eBook p.44
이런식으로 한페이지 넘게 자기 코를 묘사하는 시라노.... 한 자작과 결투를 하는데 저렇게 말로 상대방을 쓰러트린다...
저런 말을 할 줄 모르는 인간과는 싸움이 안된단다...
시라노는 잘생긴 외모는 없지만 고고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진 우아함은 정신적인 것이오.
경박한 귀족처럼 잡스런 치장을 하지 않소.
겉모습 치장은 덜해도 정성은 더 들이지.
나라면 게을러 깨끗이 씻지 않은 이마,
눈가에 아직 잠이 매달린 몽롱한 의식, 구겨진 명예,
거덜 난 양심으로 외출하진 않을 거요.
번쩍이는 것은 아무것도 달지 않았지만
난 독립심과 솔직함을 장식 삼아 당당하게 걷소.
내가 코르셋으로 꼿꼿이 세우는 것은
늘씬한 허리가 아니라 내 영혼이오.
리본이 아니라 혁혁한 무공으로 장식을 하고,
콧수염과 더불어 정신을 말아 올린 채,
난 무리와 패거리들을 관통하며
진실이 박차처럼 울려 퍼지게 하오.
eBook p.47
이렇게 말 잘하는 남자라면 조금 못생겼어도...마음이 좀 끌리지 않을까??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사랑의 노래를 편지에 적어 보내는 시라노는...마치 자신이 진짜로 록산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듯했을거 같다
전쟁터에 가서도 적진을 뚫고 하루에 두번씩 편지를 적어 보내던 시라노...
죽어가던 그 날도 낙엽을 바라보며 시를 읊는다.
가지에서 땅까지 그 짧은 여정 동안,
그것이 마지막 아름다움이라는 걸 알기에,
낙엽은 땅 위에서 썩어 가리라는 공포에도
그 추락이 비상처럼 우아하길 원하는 거요!
eBook p.255
자신이 낙엽인 양 노래한다...
[위대한 개츠비]보다 더 위대한 시라노...
희곡으로 쓰여져 있지만 읽는데 힘들지는 않았다...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파우스트, 세익스피어...이런 책들 보다 훨씬 쉬운...^^
이 책을 제럴딘 메코크런이란 작가가 소설로 각색해서 다시 같은 제목으로 쓴 책도 무척 재밌단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도 평점이 좋던데...이참에 영화도 봐야겠다...
어쨌든 이책....맘에 든다...외모때문에 사랑 앞에 당당히 나서지 못하는 시라노...
크리스티앙의 그리고 시라노의 마지막 편지...
록산, 부디 안녕히, 난 곧 죽을 것이오!
아마 오늘 밤이 될 것이오, 내 사랑!
내 영혼은 표현하지 못한 사랑으로 아직 무겁기만 하오.
그리고 나느 죽을 것이오! 이제 결코, 취한 내 눈은
결고, 가슴 설레는......
축제에 빠져 있던 내 눈길은 결코
당신의 몸짓들에 가볍게 입 맞추지 못할 것이오.
지금도 당신이 이마를 만지는 익숙한 몸짓이
선하게 떠오르는구려. 난 외치고 싶소......
난 외치오, 안녕이라고!
내 소중한 사람, 내 보물
나의 사랑!
내 마음은 단 한순간도 당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저 세상에 가서도 당신을
한없이 사랑했던 사람으로, 당신을......
eBook p.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