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나가사와랑 친구가 될 수 있어
| 그 당시 내 주위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으며, 나와 그가 친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느 날 내가 식당의 양지쪽에서 볕을 쬐며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있자니까, 옆에 와 앉아서 무엇을 읽느냐고 물어 왔다. <위대한 개츠비>라고 말했더니 재미있냐고 물었다. 훑어 읽는 건 세 번째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가 있다고 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는 사람이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지" 하고 그는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듯이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 p.80 |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두 번 읽었고 조만간 한 번 더 읽을 예정인데...이 정도면 나도 친구해도 되지 않겠어??
† 하루키가 말하는 좋은 책이란...고전인가?
| 그(나가사와)는 나 같은 건 따라잡을 수도 없을 정도의 굉장한 독서가였는데, 죽어서 3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에는 원칙적으로 손도 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책 외에는 신용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현대 문학을 신용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야. 다만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것을 읽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것뿐이지. 인생은 짧아." "하지만 스콧 피츠제럴드는 죽은 지 아직 28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요?" "상관없어, 2년쯤은" 하고 그는 말했다. "스콧 피츠제럴드 정도의 훌륭한 작가라면 언더 파로도 충분해" -p.81 |
아...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역시 책은 뭐니뭐니해도 고전이 진리다.
하지만...하루키 정도의 훌륭한 작가라면 아직 살아있는 작가라도 상관없다
†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상실의 시대 목차에서 제목을 따왔는가?
오래전에 봤던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큰 임팩트는 없지만 잔잔한 로맨스 스토리와 내가 좋아하던 유희열, 김연우, 윤종신 등이 참여한 OST가 엄청 좋았던 영화라서 가끔 봄이 되면 생각나는 영화다
그런데...[상실의 시대]를 다시 읽는데...깜짝 놀랐다.
제 9장 봄철의 새끼곰만큼 네가 좋아
상실의 시대는 1988년에 나왔으니까 저 영화가 이 제목을 따라한 거겠지??
사실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하루키화 된게 많은데...사람들은 그걸 알란가 몰라...
나도 하루키 월드에 빠지기 전엔 몰랐었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잘 모르겠지...
| 제 1장 나를 꼭 기억해 주었으면해요 제 2장 죽음이 찾아왔던 열일곱 살의 봄날 제 3장 비와 눈물이 섞인 하룻밤 제 4장 부드럽고 평온한 입맞춤 제 5장 아미료에서 날아온 편지 제 6장 정상적인 세계와 비정상적인 세계 제 7장 조용하고 평화롭고 고독한 일요일 제 8장 하지만 쥐는 연애를 하지 않아요 제 9장 봄철의 새끼곰만큼 네가 좋아 제 10장 자기 자신을 동정하지 말 것 제 11장 계속 살아가는 일만을 생각해야 한다
|
이 목차들만 봐도 그렇다...
저런 식의 목차...최근 드라마, 영화, 소설 등에서 이제는 자주 볼 수 있는 식의 제목이다.
처음부터 독창적으로 생각해서 지은 걸지도 몰라...라는 말은 안 통한다...모든 것엔 "최초"가 있고 또 그걸 "유행"시킨 이가 있으니까...
† 와타나베가 미도리를 좋아하는 방식
| 저, 저, 뭔가 말해 줘요 무슨 이야기? 뭐라도 좋아요. 내 기분이 좋아질 만한 것 너무 사랑스러워 미도리 너무라니 얼마만큼? 산이 무너져 바다가 메워질 만큼 사랑스러워 자긴 정말 표현 방법이 아주 독특해요 네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흐뭇한데 더 멋진 말을 해줘요 네가 너무 좋아, 미도리 얼마만큼 좋아? 봄철의 곰만큼. 봄철의 곰? 그게 무슨 말이야, 봄철의 곰이라니? 봄철의 들판을 네가 혼자 거닐고 있으면 말이지, 저쪽에서 벨벳같이 털이 부드럽고 눈이 똘망똘망한 새끼곰이 다가오는 거야. 그리고 네게 이러는 거야. '안녕하세요, 아가씨. 나와 함께 뒹굴기 안하겠어요?' 하고. 그래서 너와 새끼곰은 부둥켜안고 클로버가 무성한 언덕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온종일 노는 거야. 그거 참 멋지지? 정말 멋져. 그만큼 네가 좋아 -p.380 |
| 내 헤어 스타일 괜찮아요? 굉장히 좋아 어느만큼 좋아? 온 세계의 숲에 있는 나무가 다 쓰러질 만큼 멋져 -p.420 |
| 나에 관해 싫은 게 있다면 서슴없이 말해 줘요. 고칠 수 있는 건 고쳐 나갈 테니까. 별로 없는데. 아무것도 없어. 정말? 네가 입고 있는 건 뭐든지 좋고, 네가 하는 일도, 말하는 것도, 걸음걸이도, 술 주정도, 무엇이든 좋아해. 정말 이대로 좋은 거에요? 또 바뀌면 어떤 게 좋은지 모르겠으니까 그대로가 좋아. 얼마만큼 나 좋아해? 온 세계 정글 속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 버터가 돼버릴 만큼 좋아. -p.427 |
아....이 대목에선 저 영화도 생각났지만...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딱 생각났다.
그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는데...
| 좋아해, 정윤 윤미루 만큼? 작은 참새를 손에 쥐고 있을 때...그때의 그 기쁨만큼... 윤미루 만큼? 형들이 참새를 구워서 돌려줬을때..그때의 그 슬픔만큼... 윤미루 만큼? 친구들과 처음으로 참새구이를 먹었을때...그때의 그 절망만큼... |
얼마만큼 좋아하냐고 묻는 저 미도리와 정윤이 왠지 모르게 닮아있다. 그리고 재밌는 대답을 해주는 두 남자도...
† 봄이 되면...읽고 싶을 그런 책....아무 때고 아무데나 펼쳐 보아도 좋을 그런 책...
| 4월이 가고 5월이 왔지만 5월은 4월보다 더 가혹했다. 5월이 되자 나는 깊어 가는 봄의 한가운데에서 마음이 떨리고, 흔들리기 시작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떨림은 대개 해질녘에 찾아들었다. 목련의 향기가 그윽하게 풍겨 오는 옅은 어둠 속에서, 내 마음은 까닭없이 부풀어 오르고, 떨리고, 흔드리고, 아픔으로 차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천천히 긴 시간이 걸려 그것은 지나갔고, 그 뒤에 둔탁한 아픔을 남겨 놓았다. -p.414 |
봄의 낮은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봄의 밤의 외롭고 쓸쓸하다
특히나 밤에 부는 봄바람은 슬픈 기운을 몰고 와서는 내 코를 마비시킨다.
봄의 밤냄새를 맡으면 머리가 멍해지고 정처없이 걷고 싶어지는 까닭도 나의 정신이 마비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봄은 가을과 다른 우울함을 지니고 있다.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의 [여명]은 잔인한 4월을 이야기하고,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가혹한 5월을 이야기한다.
봄에 꼭 읽고 지나가야 하는 책으로 [여명]을 꼽았고 얼마전에 다시 읽어보기까지 했는데...이젠 봄에 읽을 책으로 [상실의 시대]를 추가한다.
와타나베는 <위대한 개츠비>를 세번 읽고 아무데나 펼쳐서 자주 읽는다고 하는데 읽을 때마다 더 좋아진다고 했다.
아마도 그런 책이 좋은 책이지 않을까.
아무데나 펼쳐보아도 또 새롭고 점점 좋아지는 책.
나에게 [상실의 시대]는 그런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