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들어가는 언덕위에 자작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다.
 
두 그루도 세 그루도 아닌 그냥 한 그루의 자작나무.
 
3월에 내린 눈 치고는 100년만의 폭설이었다던데
 
자작나무는 무릎까지 올라온 흰눈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던가 보다.
 
드문드문 녹아버린 눈밭 위로 바위며 마른덩굴들이며
 
하나둘씩 얼룩더룩 머리를 내밀고 있었지만
 
자작나무의 발등을 덮고 있는 건 그토록 두툼히 쌓인 눈덩이들이었다.
 
목숨처럼 서로 껴안은 겨울......
 
끊어지고 지워졌던 길들이 하나같이 자작나무의 발등을 지나갔듯
 
그렇게 겨울도 그의 발등위를 지나갔으리라.
 
나도 지금 그 발등을 밟고 서있는 것일까?
 
 
 
나는 숲을 향해 걸어오르며 다시금 뒤를 돌아보았다.
 
그순간 조금은 엉뚱하게도 마치 그가 분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이 지나면 그리움을 서걱서걱 써내릴 분필.
 
금세는 못 지워져도 조금씩 조금씩 흐릿해질 기억들.
 
지난 연정의 미련처럼 서글픈 추억들.
 
 
 
그런 그리움이 묻어나는 듯
 
나는 꽤 오랫동안 숲으로 들어가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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