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0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작고 길쭉한 무인도
구름과 닿을 수 있는
얇은 연못, 은반의 정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짙은 목소리들이 배달되어 오는
이름지을 수 없는 그것
나른한 오후의 연속과
신선한 새벽의 연장과
설레는 아침의 깜빡임과
그리고 잠들지 못하는 여린 내 심장까지.
2
서쪽에서 날아든 작은 벌새는
얼음의 차가움을 알지 못했던
이국의 소녀와 함께 잠이 들었다.
나는 그 둘이 얼음처럼 투명해지는 모습을
눈보라의 언덕 뒷편에 엎드린 채 바라보았다.
작은 열대의 새는 날개를 멈춘 뒤였고
소녀는 '난로에 불이 들어있나요?' 하며
북쪽의 신에게 연신 되물어보고 있었다.
나와 저 얼음의 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소녀와 새가 얼음 위로 쓰러졌을
때였다.
어디선가 투둑투둑, 식물의
싹트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와 작은 열대의 새는
그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얼음 속으로 사라져갔다.
3
나는 소녀의 실종을 알리기위해
가장 단단한 얼음배를 타고 서둘러 남쪽으로 향했다.
- by yoffy 03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