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추는 남자

허태연 지음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플라멩코 추는 남자'(원제 너를 찾아서)가 단편으로 출간됐다. '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은퇴를 결심한 주인공 남훈이 스스로를 위한 과제들을 준비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제는 소박하긴 하지만 60이 넘은 노인에게 스페인어와 플라멩코와 같은 것은 버거운 것이다. 외국어와 춤을 배워나가는 한 노인의 노년 성장기와 같다. 성장은 어린아이와 청년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은 중장년, 노인들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스페인어 강사 카를로스와 플라멩코 강사, 그리고 굴착기를 임대해 간 청년과의 만남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알아 가는 주인공은 우리에게도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 


올해 67세인 주인공 남훈 씨는 오랜 기간 굴착기 기사로 일해왔다. 걸핏하면 화를 내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업신여기나 싶어 늘 경계의 눈초리로 세상을 바라보고 예단한다. 집에 가면 밥부터 찾고 가족들은 늘 본인을 우선으로 대접해 줘야 한다고 여기는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

그런 남훈이 적어나간 과제들. 

 <청년일지> 거기엔 그의 꿈이 담겨 있다. 

과제 1. 남보다 먼저 화내기 않기 

과제 2. 청결하고 근사한 노인 되기

과제 3. 외국어 배우고 해외여행하기

과제 4. 건강한 체력 기르기

과제 5. 죽은 다음 어디에 묻힐지 결정할 것


하나씩 차례대로 완수하기 시작. 그동안 입었던 낡은 옷들은 모두 버리고 백화점으로 향한다.  명품관을 찾아가지만 그곳 직원은 "할아버지 비싸요." 하며 그를 무시한다. 화가 솟구쳐 올랐지만 과제 1번을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누르고 돌아 나온다.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있는데 안으로 들어와 구경하라는 친절한 누군가의 말. 그곳은 양복점이었다. 친절한 재단사에 이끌려 양복을 맞춘다. 

3번 과제 외국어배우기를 위해 딸 선아에게 스페인어 학원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플라멩코를 배운다.


남훈에게는 청년일지에는 적지 못한 과제가 있다. 20년이상 마음에 안고 있던 과제, 딸 보연이를 찾는 일이다. 보연이가 어릴 적에 이혼한 후에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해준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보연이를 찾고 지금의 아내와 딸에게 고백을 한다. 쉽지 않았을 결단이란 것에 소설의 허구를 넘어서 가슴이 아려온다. ​

버킷리스트와 같은 청년일지의 과제들을 하나씩 이뤄가며 마음속 과제도 해결해 나간다. 

남훈과 첫 딸 보연의 화해, 그리고 지금의 딸 선아가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전처의 딸과 스페인으로 떠나고 스페인 광장에서 맞춤으로 제작한 정장을 입고 플라멩코를 춘다. 이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남훈이 꿈을 이루어가는 모습, 그리고 꿈을 이룬 모습이 나도 훗날 멋진 모습으로 꿈을 이룬 장면을 상상하게 해 주었다. 소설이 이래서 좋다. 인물의 얼굴부터 분위기는 내 머릿속에서 그려지니깐. 


‘누가 그러는데, 새로운 언어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준단다.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네 삶에,’p.268


소설은 전개가 빠르고 문장도 간결해서 가독성이 좋았다. 이야기의 끝은 누구나 좋아하는 해피엔딩, 진짜 가족을 만나게 된다는 것.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늘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평범한 속에 당연시 되어 가는 가족, 누구나 이 책을 읽게 되면 지금 내옆의 소중한 가족들을 다시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은 과제, 내 삶의 과제들을 적어 가 볼지도 모르겠다. 적지 않은 40대 후반의 나이에 은퇴후 과제들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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