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사랑일지도 - 야마카와 마사오 소설선
야마카와 마사오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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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사랑일지도, 일본어 원제목을 직역하게 되면 사랑 비슷한 것정도쯤 되겠다.

사랑 비슷한 것. 빨간색의 표지는 이미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그와 비슷하다는 것은 무엇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사랑하지 않겠다며 되뇌이는 주인공은 사랑을 깨달은 후에, 이미 사랑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사랑의 형태가 아니었음에도 어느새 사랑이 되어 있음을.

글 전반에 깔려있는 허무주의 분위기는 마치 무라카미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을 연상하게 주었다. 이 소설이 완성된 1964년 시대의 분위기가 그러했다. 2차세계대전의 패전국의 회복기에 살아간 청춘들. 그들이 느꼈을 상실감과 허무함.

어두운 시대상에서 그들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 작품에는 그 시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있게 되어 있다.

첫 페이지부터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읽었다. 답답함 같은 게 밀려와서다.

 

p72. 나의 정의는 내가 소멸해버리는 것이었다. 오직 나의 관심사는 자기 지우기에만 열심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모든 타인 또한 이상하다는 것을 확신한다. 나는 즉, 모두와 같다.

사랑 없이도 남과 살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때는 분명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바보 같다.<아마 사랑일지도 >

 

p140. 마음은 역시 담담하고 공허했다. 그는 구불구불한 돌언덕길을 내려가서 전찻길을 역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봤다 낡아빠진 작은 도리이가 있었다. 신지는 도리이를 돌아 조용한 고급주택으로 들어갔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는 산책이었다. 전쟁의 흔적인지 조금만 붉은 벽돌로 된 현관은 망가져 있었다. <1>

 

p198. 나는 자살 이유를 궁리해볼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자살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반감을 품는 건 아니지만, 죽은 마리코 이야기를 한다는 게 나로서는 가짜 마리코 이야기를 한 것 같아 내키지 않다. 그날 밤 내내 그 마음은 변함없었다. 그녀에세는 더 이상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연기의 끝 >

 

p248. 버스는 무사히 멈춰 그와 아내를 내려주고 출발했다. ...

p249. 그날, 석간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오늘 오후 2시경, xx관광 대형버스가 산마루 부근에서 핸들을 잘못 꺾어 굴러떨어졌다. 다행히 한 단계 아래 도로에 떨어져 멈춰 승객 중 사망자는 없었다. 하지만 아래 도로를 걷던 한 쌍의 부부가 버스에 깔려 즉사했다. 그들 부부는 그 직전에 버스에서 내린 참이었다.” <예감 >

 

 

 

p263. 그는 이제는 둘이 된 침묵, 두 죽음이 이제 내 안에서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것,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장례 행렬의 뒤를 쫓지 않았다. 쫓을 필요가 없었다. 이 두 죽음은 결국 내안에 매장 될 수 밖에 없다. <여름의 장례 행렬 >

 

어디서든 죽음을 연상할 수 있게 했던 사회분위기는 작품 속 주인공들 삶에도 죽음과 공존하는 행태를 보여준다. “나는 죽고 싶어져서 죽을 결심을 했다. 나는 단지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것이 곧 나를 죽음으로 이끄는 것이기를 희망했다. ”

숨죽여 읽을 정도의 묘사력이 좋았다. 비운의 운명의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미 염두해 두고 읽어서 작가의 감정을 놓치지 않게 몰입해 읽으려 노력했다.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가는 듯이 일시적으로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느껴보았다. 그리고 혼자 있고 싶어졌다.

상실과 허무, 무기력을 공감하게 해주는 그의 흡인력 있는 글솜씨가 부러웠다. 요절하지 않았다면 어떤 색의 작품을 더 남겼을지도 궁금했다.

 

나는 애가 살고 싶은 의지, 살아야 할 이유를 하나하나 깨부수며 이야기할 작정이었다.”

-야마카와 마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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