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스 비벤디 - 유동하는 세계의 지옥과 유토피아 유동하는 근대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한상석 옮김 / 후마니타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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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조금 지루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바를 거의 그대로 기술했단 느낌이 들었다. 

거의 모든 것에 대한 개인책임화. 계급간의 공간적/제도적 분리, 막연한 두려움, 깨진 공동체, 없어진 관행, 정치와 권력의 분리 등등. 거의 모든 사회의 개인이 느끼고, 당하고, 보는 것들일 것이다.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것에 따른 후폭풍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직장 내에서도 협업의 개념은 많이 상실됐다. 이젠 업무를 혼자한다. 팀 단위로 하던 것을 개인이 하고 그것에 대해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고 대신 책임은 다 진다. 아이들은 외고,과학고,자사고 같은 것으로 공립학교의 아이들과 분리가 된다. 부자들은 이미 과거부터 자기들만의 아지트로 옮아갔다. 넘쳐나는 실업자와 실업자 대열로 돌입하기 직전의 발버둥쳐야만 하는 우리들, 전지구적 권력에 의한 제도의 파괴(FTA, IMF). 생각해 보면 책에 있는 많은 얘기들이 정말 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더 이상 더 좋은 곳으로 못 간다. 나빠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진정한 유토피아를 꿈꿀 수도 없다. 꿈꾸기를 원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커다란 힘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항하는 수준.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일 것이다. 그래서 무척 우울하다. 사실 우울해 할 여유도 없어보인다. 

더 무서운 것은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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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지식 클럽 - 지식 비평가 이재현의 인문학 사용법
이재현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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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목도 특이하고 내용도 괜찮을 것 같아서 한 번 봤다. 지하철에서 짬짬이 보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이미 신문에 게재가 됐던 내용이란 것은 책 후반부에 가서나 알았고, 책 제목에 왜 두더지가 있는지도 끝에 가서 알게 됐다. 

후기를 쓴 분이 벌써 10명이나 있다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랐다. 이 저자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난 이재현이란 저자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책 내용을 딱히 말 하기 힘들 만큼 많은 내용이 있다. 저자의 박학다식을 알게 된다. 책 내용이 깊이있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렇게 책으로 언급을 할 정도면 저자의 박학다식함은 인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조금씩 읽다 보니 제일 마지막에 있는 내용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두더지^^. 왜 두더지란 동물을 책 제목으로 썼나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줘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 두더지에 대해 호감을 갖고 보게 될 것 같다. 지하철 속에서, 지하에서 책을 봐서 두더지에게 더 동질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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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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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선생님의 책은 처음 읽어봤다. 나쁜 사마리아인도 읽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그리고 워낙 유명세가 있는 분이라서 한 권 정도는 꼭 보려고 해서 주말을 통해서 쭉 봤다. 쭉 봐도 무리가 없는 책이었다. 논리적이고 사례나 통계치도 상세히 많이 제시해 주셔서 읽는데 무리가 없다. 

그냥 쭉 볼 수가 있었던 것은 그간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책을 봐 와서 그렇단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에 있는 내용이 새롭단 생각은 그리 들지 않는다. 특히 자유시장경제는 없다는 말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에서 내내 들었던 얘기다. 구체적인 예나 통계 수치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은 많은 소득이었다. 

그냥 다 좋았다고만 하기에는 그래도 부족하단 생각이 들어서 적어보고 싶다. 국가라는 기구에 대해서 너무 자율성을 부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회전문 인사라는 말이 있듯이 최상위 계급 사람이 국가기구에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을 보고 있지 않은가. 과연 국가는 공정한 제3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가 없다. 국가는 지배계급의 도구란 말이 더 맞을 것같다. 

인간의 합리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파생금융상품을 만든 사람 조차도 잘 모른다고 했다. 인간의 합리성이 제한되어 있는데 그것을 맹신하고 그런 짓을 했다고 한다. 사실 이건 이렇게 설명하는 것은 일면만 보는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모르면서 팔았다고 말하기 보다는 지배 계급의 이윤 추구를 위하여 쓰레기를 팔았다고 해야 한다. 즉 합리성 차원이 아닌 계급 이윤 추구의 강력함을 들어야했다. 상품 중에서 그 위험성을 잘 알고 파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예를 들어 유전자변형 식품, 종자, 사료, 온갖 군사무기,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식품, 의약품 등, 먹는 것뿐 아니라 직업상 하는 일들에 대해서 등 그것들 모두에 대해 위해성을 공정하게 다 측정하고 적합하게 판정해서 판매한다고 말 할 수가 있을까? 다만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합리성의 부족이 아니다. 이윤추구라는 강력한 동기에 의해서 그냥 휩쓸려 가는 것들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아닌 좋은 자본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대공황 이후로 잠잠했던 이 못 된 것이 또 나왔을까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냥 우리의 기억이 약해져서? 그건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것은 이윤추구 동기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고삐를 매려고 해도 그건 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8년 공황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면서, 금융 억압적인 제도를 만드려고 하지만 그것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을 목도한다. 착한 자본주의라는 말은 피를 원치 않는 드라큘라라는 말과 같아 보인다. 드라큘라가 있는 한 늘 피는 필요하고 그 피는 결국 힘없는 자로부터 공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착한 자본주의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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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10-11-0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리뷰 잘 봤습니다. 제가 보지 못한 부분을 몇 가지 지적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미 읽은 책이라 땡스투를 할 수 없다는 게 유감입니다^^

닐스 2010-11-08 12:33   좋아요 0 | URL
뭐 제 의견에 대해서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동감을 표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땡스투는 제가 해 드렸는데^^. 자본주의의 계급적 성격은 장하준 선생님같은 분이 정책결정자가 될 수 없음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성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 자리에 갈 수가 없는 것이 아니니깐요.
 
미개 사회의 범죄와 관습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76
브로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 지음, 김도현 옮김 / 책세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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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미개사회라고 불리는 곳과 지금 내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에 대한 인식은 비슷하다. 법은 그냥 만들어 놨다고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법령이 1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많은 법령을 난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난 하루에도 몇 번씩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단횡단 등등. 뭐 다른 사람에게 크게 해를 끼치진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가끔은 경찰들도 위반을 하곤 하는 것을 본다. 아마 모든 법령을 의식하면서 살라고 하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을 것 같다. 미개사회란 곳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미개사회라고 불려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 미개의 기준은 뭔지 사실 이책엔 없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깐 그것도 좀 궁금해 진다. 

역사 유물론에서 보면 원시 공산주의 사회 다음이 고대 노예제 이렇게 나오는데, 과연 원시 공산주의 사회는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공산주의에 대한 정의는 생산수단과 산출에 대해 공동 소유로 이해를 했는데, 여기에 나오는 예는 그렇지 않다. 그럼 이 사회는 원시 공산주의 사회가 아니었나? 그런 사회는 더 초기의 상태로 이해를 해야 할까? 아니면 이 수준의 상태를 공산주의로 봐야 할까? 등등. 그것도 좀 혼란스럽다. 그렇지만 분명 고대 노예제 사회도 아니고, 봉건제도 아니고 자본주의도 아닌 그런 사회다. 

호혜성이란 것도 그냥 무차별적인 호혜성으로 이해가 되진 않는다. 내가 10을 받았을 때 내 능력상 3만 줄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10 이상을 주기위해서 무척 노력해야 한다. 그게 사회적으로 내가 인정받는 수단이다. 이게 진정한 호혜성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안받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 분쟁이 난다고도 한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소위 미개사회란 곳이 그렇게 미개하지도 않았고, 법에 대한 강제력이나 구속력도 그냥 만들어만 놨다고 생기지 않는다는 점, 원시공산주의 사회에 대한 생각, 호혜성이 사전적 의미만으로 사용되진 않았다는 점 등이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그냥 과거의 얘기를 듣는 수준이 아니었다. 재미도 상당히 있었다. 저자가 현지인들과 생활하면서 경험한 것이어서 그런지 읽는 동안 다음 얘기는 어떤 걸까도 궁금해지기도 하고. 

미개사회? 내가 그 사회에 가면 난 굶진 않을 거 같다. 적당히 비비면 충분히 얻어 먹을 수 있을거 같다. 그들이 여기에 오면? 역시 죽지 않는다. 어디 보호시설에 수용되서 밥을 먹을 수는 있을 거 같다. 생각보다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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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주의 역사 강의 - 유토피아 사회주의에서 아시아 공산주의까지 새움 총서 1
한형식 지음 / 그린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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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 저책 그냥 순서없이 보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그 책의 역사적 맥락을 잘 몰랐다.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맥락을 좀 알게 됐다. 
백승욱 선생님의 비판적인 논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이 책이 나름 가치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 보고 나서 맑스주의는 철지난 얘기란 생각이 들진 않는다. 오히려 저자가 그걸 너무 의식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난 아직도 맑스의 저작들이 지금 우리 문제 해결에 가장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걸 더 알고 싶고 그 길에 이 책은 많이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책을 다 보고 다음에 보고 싶은 내용은 중국공산주의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문화대혁명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백승욱 선생님의 문화대혁명에 대한 책을 보려고 결심했다. 그런데 백 선생님은 이 책에 대해 유감어린 글을 쓰셨다. 학자적 관점에서 더욱 매서운 회초리를 드셨다고 생각된다. 내 입장에서야 이 책은 별로 부족한 점은 없으나 백 선생님의 입장에선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같다. 책 보면서 저자의 설명을 100% 다 맞다고 믿으면서까진 읽지 않았다. 그런 주장이 섞인 부분들은 대충 판단하면서 보니깐 뭐 그리 비판적인 시각으로 책을 보진 않았다. 그리고 사실 비판할 만한 능력도 되질 못 한다. 
이 책은 정말 강의 같다. 책을 본다는 생각보다 강의를 듣고 있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무척 빠른 속도로 보게됐다. 자본주의 역사강의란 책도 그랬던 기억이다. 역사적인 맥락을 학습한다는 차원에선 많이 도움이 됐다. 역사에 대한 책을 더 보고 싶게 만든 책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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