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장하준 선생님의 책은 처음 읽어봤다. 나쁜 사마리아인도 읽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그리고 워낙 유명세가 있는 분이라서 한 권 정도는 꼭 보려고 해서 주말을 통해서 쭉 봤다. 쭉 봐도 무리가 없는 책이었다. 논리적이고 사례나 통계치도 상세히 많이 제시해 주셔서 읽는데 무리가 없다. 

그냥 쭉 볼 수가 있었던 것은 그간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책을 봐 와서 그렇단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에 있는 내용이 새롭단 생각은 그리 들지 않는다. 특히 자유시장경제는 없다는 말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에서 내내 들었던 얘기다. 구체적인 예나 통계 수치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은 많은 소득이었다. 

그냥 다 좋았다고만 하기에는 그래도 부족하단 생각이 들어서 적어보고 싶다. 국가라는 기구에 대해서 너무 자율성을 부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회전문 인사라는 말이 있듯이 최상위 계급 사람이 국가기구에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을 보고 있지 않은가. 과연 국가는 공정한 제3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가 없다. 국가는 지배계급의 도구란 말이 더 맞을 것같다. 

인간의 합리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파생금융상품을 만든 사람 조차도 잘 모른다고 했다. 인간의 합리성이 제한되어 있는데 그것을 맹신하고 그런 짓을 했다고 한다. 사실 이건 이렇게 설명하는 것은 일면만 보는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모르면서 팔았다고 말하기 보다는 지배 계급의 이윤 추구를 위하여 쓰레기를 팔았다고 해야 한다. 즉 합리성 차원이 아닌 계급 이윤 추구의 강력함을 들어야했다. 상품 중에서 그 위험성을 잘 알고 파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예를 들어 유전자변형 식품, 종자, 사료, 온갖 군사무기,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식품, 의약품 등, 먹는 것뿐 아니라 직업상 하는 일들에 대해서 등 그것들 모두에 대해 위해성을 공정하게 다 측정하고 적합하게 판정해서 판매한다고 말 할 수가 있을까? 다만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합리성의 부족이 아니다. 이윤추구라는 강력한 동기에 의해서 그냥 휩쓸려 가는 것들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아닌 좋은 자본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대공황 이후로 잠잠했던 이 못 된 것이 또 나왔을까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냥 우리의 기억이 약해져서? 그건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것은 이윤추구 동기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아무리 고삐를 매려고 해도 그건 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8년 공황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면서, 금융 억압적인 제도를 만드려고 하지만 그것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을 목도한다. 착한 자본주의라는 말은 피를 원치 않는 드라큘라라는 말과 같아 보인다. 드라큘라가 있는 한 늘 피는 필요하고 그 피는 결국 힘없는 자로부터 공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착한 자본주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승주나무 2010-11-0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리뷰 잘 봤습니다. 제가 보지 못한 부분을 몇 가지 지적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미 읽은 책이라 땡스투를 할 수 없다는 게 유감입니다^^

닐스 2010-11-08 12:33   좋아요 0 | URL
뭐 제 의견에 대해서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동감을 표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땡스투는 제가 해 드렸는데^^. 자본주의의 계급적 성격은 장하준 선생님같은 분이 정책결정자가 될 수 없음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성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 자리에 갈 수가 없는 것이 아니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