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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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9년 '독일도서상'이라는 최고의 문학상을 받게 된다.

독일에서 주는 최고의 문학상이지만 작가는 독일 사람이 아니다.

그의 출신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소도시 비셰그라드이다.



"혈통과 출생지가 분류 기준의 특징으로 이용되고 국경선이 새로 정해지고 여러 개의 소국으로 분립된 나라의 메마른 늪에서 국익이 등장한 시대에, 그리고 타민족 배척이 정책 프로그램으로 다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시대에, 나와 우리 가족의 출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내겐 진부하고, 참으로 파괴적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p,85)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한다.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보통 먹고 살기가 막막하거나,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싶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내 나라가 사라져, 내 나라에서 인종 청소를 시작해 도망치듯 다른 나라로 간다면 그 나라에서 사는 내내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끊임없이 내 존재에 대해 설명하고, 머무르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가져야하는...

더럽고 치사해도 어쩔 수 없는... 돌아갈 곳이 없기에...


"나는 독일에 머물며 진행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엔 대학에서 공부하는 기간에 한해서만 체류가 허용되었다.

그 후엔 학업과 관련된 일자리가 필요했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작가라는 직업으로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P.290)


백수로 살아도 추방되지 않는 내 나라가 있다는 것에 고마움이 느껴질 만큼... 이방인의 생활을 보며 씁쓸함이 느껴졌다.

이 책에는 가족과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처음에는 작가의 이야기를 쓴 자전소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으면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모를 이야기들의 뒤섞임 속에서 편견, 상실, 유쾌함, 정체성 등 여러 가지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요즘 바이러스로 인해 각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민들에 대한 나라별 대응 방안에 대한 글이 SNS에서 화제가 됐는데

우리나라는 <조용히 죽고 싶어도 체계적인 국가 시스템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하다. > 라고 쓰인 부분을 보고 빵 터졌다.

그리고 내 조국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그래도 나는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이라는 것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나는 이방인의 삶을 살아보지 못해 작가의 말을 100%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작가가 자필 이력서를 쓰면서 시작된 물음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면서 생각하게 된 '나'에 대한 질문을 보면서,'현재 나의 출신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를 이곳저곳으로 이끈 달콤쌉쌀한 우연들이 곧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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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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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님의 신간이라니!!! 완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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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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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애도 하지 않고 오로지 기출문제를 파고들며 공부해 세 번째 시험에서 겨우 합격했다.

내 나이 스물여섯.

앞으로 내 손으로 일을 선택하겠다."


아사무라 히나코(26세, 돈 없음ㅋㅋ) 졸업 후 정규직 취업에 도전했지만 청년 실업률 7.7%. 한 해 청년 실업자 약 32만 9천명.

파견사원으로 여러 회사를 전전하다 삼수만에 사회보험노무사 시험에 합격한다.

이제 그녀에게 꽃길이 열릴 것인가?


야마다노무사사무소에 들어와 처음 맡게 된 초노사무기기에서 처음 대면하게 된 그녀(!)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아니 오히려 병아리양이 만만히 보였을 수도!(병아리가 아니라 히나코라고요!^^)



소설을 빙자(!)한 '직장인 업무 생활 지침서'란 느낌이 들었다.

다만 일본의 사례라서 우리나라도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노동법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출산, 연장근로 등 다양한 얘기들이 들어있는데 읽으면서 어느 쪽에 너무 치우침이 없어서 더 좋았다.


예전 어느 카페에서 출산휴가와 관련된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출산휴가를 너무 잘(!)써서, 오히려 주변에 같이 일하는 여성들이 더 피해를 보는 사례...

그래서 역으로 여성들이 출산휴가를 제한하자고까지 의견이 오고갔을 정도로 이런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도 내가 출산휴가 쓸 시절만 해도 육아휴직은 참으로 눈치보이는 일이고 3개월 쉬고 오는 것도 눈치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많이 나아졌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그런 것도 파견직, 계약직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니 갈 길은 아직 멀다.



우리의 병아리 노무사는 이런 경험들이 쌓여가면서 더 좋은 노무사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병아리 노무사 시리즈를 만들어서 다양한 직장 경험을 좀 더 파헤쳐도 재미있을 꺼 같고, 지금 병아리 상태라 자신의 목소리가 많이 담기지 않았는데 다음에는 좀 더 개성을 살린 실수담 같은 것도 담기면 재미있을거 같다.



직장 생활에 대한 이모저모~~ 병아리 씨에게 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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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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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도 공식이 있을까?

아니다. 질문을 바꿔보자.

공식을 따라 소설을 쓴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무슨 소설 강좌 홍보문구 같구먼ㅋㅋㅋ



내 시대의 고정관념은 대학교 교수님들은 '다들 재미없다'인데 이 교수님의 글을 읽으니... 왠지 재치가 있으신듯 하다.


내가 벌써 발단의 공식에 낚인것인가...?


"첫째, 독자를 선택하자.

둘째, 짧은 이야기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를 선택하자. 왜? 이것은 짧은 소설이니까.

셋째,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용기를 내는 독자를 상상하자.

넷째, 그 독자가 소설을 쓰는데 도움을 주자.

다섯째, 그 독자가 스토리 콘텐츠 공모전에 나가 상을 받고 상금을 타는 데 헌신하자."


교수님! 제가 바로 그 타깃입니다.😁



수업시간에 앉아있는 학생같은 기분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것 같은 설레임^^



"1회 초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발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독자들 다 도망간다.

독자는 작가가 9회 말 투 아웃 만루 상황에 서 있는 투수임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긴장된 상태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발단에 대하여>


"서핑은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팔을 젓기, 일어서기, 파도타기, 파오에서 내려오기.

소설의 전개는 서핑에서 보드 위에 올라서는 과정이다." <전개에 대하여>


"(절정은) 더 이상 진전이 있을 수 없는 상태! 끝!

서핑이나 스키다이빙에서 날아가는 것!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절정은 끝이지만 절벽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결말로 가는 길은 반드시 뚫려 있어야 한다."

<절정에 대하여>


"좋은 결말은 외길이다. 자연스러움이 그것이다.

절정이 훌륭하면 훌륭할수록 결말로 가는 길은 좁고 분명하다." <결말에 대하여>



각 부분의 진짜 짤막한 소설들이 어쩜 이리 다 흥미로울까...

4단계에 대한 설명의 예시처럼 들어있는데, 순서에 따라 들어있지 않고 그냥 뒤죽박죽 모여있는 하나의 연작소설이라 해도 흥미롭고 재미있었을 것이다.

작가는 분명 각 단계의 설명을 하고 소설을 예로 들었는데...

내가 생각하고 이해한 바로는 어떤 부분이든 간에 허투루 버릴 만한 부분 없이 독자들을 꽉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타자나 투수 모두 긴장해야 하는 것처럼...

소설 뒤의 해설에서 김나영(문화평론가) 님의 글이 내 생각을 하나로 압축해줬다.


"그의 이야기는 누구나 각자의 시간 속에서 상상해봄직한 '그다음'을 기약하게 하기 때문이다.

소설을 이끌어내는 소설, 그런 힘이 이 책에 실린 글에도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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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최경란 지음 / 오렌지연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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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직접 보고 사는 것도 좋지만 인터넷으로 시키는 게 익숙해지면서 생긴 버릇(!) 하나는 받았을 때의 느낌 상상해보기!

이 책은 오랜만에 보는 하드 양장에 뭔가 고급진... 그러니까 드라마 속 부잣집 서재에 꽂혀있을 법한 느낌의 책이었다.


"어? 이 책이 왜 여기 있지?"

"예전 교수님이 선물해주신 책이야." 뭐 이런 느낌? ㅋㅋㅋ


"삶은 옷감의 무늬 같은 것이다. 씨실 날실의 한 올 한 올이 매일매일의 일상이다. 일상의 한순간 한순간이다.

실이 한 올씩 오갈 때는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일정한 형태와 색조를 띤다.

우리는 어떤 옷감을 직조할 것인가."


한 장 한 장마다 명언, 문학작품 등으로 시작해 작가의 소소한 감상과 '한줄의 행(行)'이 담겨있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한 장씩 넘기면서 읽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스르륵 넘기면서 눈 가는 부분을 더 자세히 읽어도 된다.



나는 특히 눈에 띈 부분이 <준 것은 잊고 받은 것은 기억하자> 였다.


<<주는 사람은 기억하지 말아야 하고, 받는 사람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p.210 <탈무드 명언> )


이게 참 안된다. 나한테 분명 많이 줬는데... 내가 뭐 하나 주고 나서는 그 이후에 내가 뭐 받았나... 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내가 막내라 그런가 남한테 막 퍼주는 스타일도 못 된다.

살면서 막 퍼주는 사람들(특히 첫째들)을 보면 '자기 실속도 못 챙기면서 왜 그렇게 퍼주기만 하나' 한심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내 주위에 많은 건 또 좋다.

아 사람이 이렇게 간사할 수가...ㅋㅋㅋ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안주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성장하다 늙었다ㅠㅠ)



"주는 사람이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조금이라도 생색을 내려는 기미가 엿보인다면 주고도 주지 않음만 못하게 된다."(p.210)



요즘처럼 위로가 필요한 시기가 또 어디 있을까...

나는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의 매니저님이 볕 좋은 날 차도 마시고 드라이브도 하고 함께 책도 보자고 한 말이 왜케 뭉클했을까...


누구나 각각 처한 상황이 다르고, 고민이 다르고, 상처가 다르기에 섣부른 방법의 어쭙잖은 위로보다 다양한 시각의 울림이 담긴 이 책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이렇게 말하면 작가님께 실례일 수 있지만) 심지어 이 책은 가성비도 갑이다! 출판사에서 엄청 공들여서 만든 티가 팍팍 난다.^^)


최고의 글은 화려한 수식어보다 가슴을 울리는 진심 어린 한 마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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