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순이 삼촌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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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

이름은 들어봤지만 제대로 배우지도, 특별한 관심도 갖지 않았던... 뭔가 폭동이 일어났었나? 수준의 비루한 내 지식을 부끄럽게 만든 책을 만났다.

순.이.삼.촌


"6·25 터지기 두해 전 일, 그러니까 그건 전쟁이 아니라 죄익폭동 진압이었다.

폭동 진압에서 삼만이 죽었다니!"

<해룡 이야기>


1954년 제주도에서 죄 없는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그 숫자는 3만 명에 이른다니...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6·25전쟁 다음으로 커다란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도 '항쟁'이니 '폭동'이니 엇갈린 지칭으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가려지고 은폐되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산폭도가 양민 가운데 숨어 살기를 머릿니가 걸버시 헌 머리에 서캐 슬듯 하니 어느 하세월에 챙빗으로 굵은니며 가랑니며 서캐를 훑어내 잡을 것이냐.

아에 석유기름 붓고 머리칼을 홀랑 태워버리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거였다."

<도령마루의 까마귀>



읽으면서 이건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대학살'임이 분명한데, 이 사건이 널리 퍼지지 못한 것은 사건 당시의 공포가 그들을 여전히 무겁게 누르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엄청난 비극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 스스로가 이를 '운명이다', '천재지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슴 아팠다.

이 일이 처음 비로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이 소설 '순이 삼촌'이라고 하는데, 작가가 7살 때 이 사건을 직접 겪었고 아버지를 잃었지만, 그 당시 너무나 흔한(!) 일이라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한 부분이 이 책에도 드러난다.



"중호가 지금도 아버지에 대해서는 그저 무덤덤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그 죽음이 아버지에게만 닥친 특별난 것이 아니라, 이렇게 흔하디흔한 젊은 죽음들 중 하나라는 생각 때문이리라."

<해룡 이야기>


이런 제주도의 슬픈 사연을 표제작 '순이 삼촌'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준다.

순이 삼촌은 남편과 자식이 죽임을 당한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아 평생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담았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삶을 살아내지 못했다는 현실에...

읽는 내내 이것이 그냥 소설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우리의 역사에 남아있는 현실의 한 부분이었고, 올해가 제주 4.3 사건의 72주년인 만큼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우리는 역사를 바로 알고 진실 앞에 마주 설 용기를 내야 할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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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 가족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당신을 위한 생존 심리학
유드 세메리아 지음, 이선민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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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만 보고는 '사회생활이 쉽지는 않지...' 이런 생각을 하며 펼쳤는데 응? 가족을 위한 생존 심리학이라니!

보통 심리학과 관련된 책의 핵심은 '내 마음 다스리기'가 주된 내용인데, 안 보고 살 수도 없는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니 호기심이 더 생겨 얼른 책을 펼쳤다.


"가족 내에서도 괴롭힘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실제로 정서적 의존이 심한 가족 한 명의 반복적인 요구로 인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불안함과 괴롭힘을 당하는 느낌에 시달린다고 말합니다."


개인주의가 당연한 프랑스에서 나온 이야기라니...?

좀 생소하고 오히려 신선한 느낌마저 주었다.

이번 코로나로 그들은 개인주의를 옹호하며 오히려 우리를 '오래전에 개인의 자유를 버린 국가'라고 싸잡아 비난하더니...

너무 철저한 개인주의로 인해 사재기와 바이러스 전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지 않았더냐...

그러나 결국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은데... 우리가 그들을 너무 거창하게 우러러본 건 아닌지 살짝 의심과 반성을 해봤다.



어떤 가족이던 꼭 그 안에 문제 가족이 하나씩은 포함되어 있다.

내 측근의 실제 사례를 들자면, 큰 아버지의 도박 빚을 갚느라 온 형제들이 고생을 했고, 바람을 피면 그 부모가 오히려 아들을 감싸고 돌면서 '사내가 그 정도는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는게... 물론 옛날 사람들이니 그렇겠지만 참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월급날 큰 아버지가 회사에 와서 월급 봉투를 가져간 경우는 예사였고, 어느 순간 집의 명의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길가로 내쫓긴 사연을 들으면서 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금융실명제에 갑자기 고마움을...(갑분 뭐지...?ㅋㅋㅋ)


이런 의존적인 가족이 있다면 조력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조력자는 심리치료를 통해 의존적 가족의 삶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더불어 조력자는 의존적 어른에게 자기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려고 애써야만 합니다."(p.290)


작가의 말에 의하면 조력자들도 의존적 가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분리 불안' 장애를 갖고 있어, 오히려 이 의존적 가족을 보살핌으로써 자기의 존재를 인정하려는 욕구가 있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새로웠다.

의존적인 가족의 선택은 오롯이 그 사람의 선택인 것이지 그것의 책임을 자신의 방관으로 해석하고 고통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성인이고, 조력자도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자 인격 주체이기에, 남의 삶에 책임을 지기 이전에 자신을 먼저 돌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혼자서 고민하기 힘들다면, 이 책을 통해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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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 인생만화에서 끌어올린 직장인 생존철학 35가지
김봉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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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시선 확~! ㅋㅋ 양 사나이가 떠오르는 비주얼~^^

글 쓰는 일이 좋아 기자가 된, 직장과 프리랜서를 거치면서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담아낸 직장인 에세이!

사실 살아가는 게 쉽고 좋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과거는 상관없어. 아프긴 하겠지. 하지만 둘 중 하나야.

도망치든가, 극복하든가"


사회생활 초짜들에게 결단력이라고 보는데, 자신이 어떤 회사에 들어갔는데 가령 그 회사가 나랑 맞지 않는다... 싶을 때!

첫째, 어떤 것이 맞지 않나?

둘째, 그래서... 계속 다녀? 말아?


크게 보면 이 둘일꺼 같은데, 그런 고민을 한 번쯤이라도 해본 직장인이라면 이 책이 꽤 잘 와 닿을 것이다.

사실...

직장생활 몇 년 안 해보고, 사회생활은 어떠니 떠드는 책도 간혹(ㅋ) 있었다.

작가는 독자들을 위해 열심히 썼겠지만... 내공이 부족하다고 할까?

이건 경험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달필가라도 쓸 수 없는 분야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공면 합격! 재미면도 합격! (내 마음대로 점수를 ㅋㅋ)



"당신에게도 단 하나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회사에 남아 잇겠다면, 그들이 어떻게 나를 괴롭혀도 내 일을 하고야 말겠다면 무엇인가 하나를 찾아야만 한다."(p.15)



취업난이 극심하다 해도 1년 평균 퇴사율이 20%에 이른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들은 왜 퇴사를 하는가?

아무 곳이나 취업 원서를 내놓고 됐다고 해서 급히 갔는데 도저히 아니다... 해서 그만둘 수는 있다만...

만약 이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관련 회사에 들어가게 됐는데 회사 문화가 거지 같다... 하더라도 1년 이내에 그만두는 것은 좀 고민해봐야 한다.



이 책에도 3년은 버티라는 말이 있는데, 관련 경력직으로 옮기려면 내가 인사 담당자라도 이 회사 저 회사 1년, 1년, 1년보다 한 회사에서 3년이란 경력이 더 끌린다.

지금 당장 1년은 인생에서 별거 아니지만 이 분야가 괜찮다면 길게 봐야 한다고 꼭 조언하고 싶다.

문제는... 워라밸 어쩌고, 동기는 벌써 월급이 얼마네.. 어쩌고... 이런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그동안 내 인생은 어쩌고?" 이런 고민이 너무 든다면 뭐 자기 맘이지... 자기 인생이니까^^

"나는 지금도 자존감이 없다. 내가 대단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되면 말고, 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하고 능력이 없으니까 언제든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알기 위해서는 일단 해봐야 한다."(p.133)


작가의 경력을 봤을 때, 이 말은 겸손인가? 진심인가? ㅋㅋㅋ

경력자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쥐뿔도 없는 신입 초짜들이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열정페이'를 싸잡아 비난하고, 자신의 가치를 모른 채 대단히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우월감은... 도대체 어느 별에서 나온 것인가...

자신을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비난할 것은 아니지만, 그런 알맹이 없는 자신감은 결국 빈 껍데기만 남긴 채 버려질 수 있다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사회는 철저히 경제 논리로 굴러간다.

사람도 회사를 고르기 어렵지만, 회사도 사람을 뽑기가 쉽지 않다.

좋은 회사(?)라고 해서 들어간 사람들이 다들 행복하기만 한가?

모든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고, 그런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도 성장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완전 신입보다는 직장생활 2~3년 이상 된 분들(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이해하는?)이라면 분명 도움되는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책의 유용성과 효율성이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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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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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느낌의 소녀, 그리고 '우린 괜찮아'라고 말하는 제목에 내용이 궁금해졌다.

2018년 영미권 최고의 문학상인 프린츠상을 수상한 이 책에는 한 명의 소녀 마린이 나온다.

그녀는 어릴 때 엄마를 잃고, 할아버지와 살아가고 있었지만 가장 마음이 섬세하고 여린 시기에 할아버지마저 잃게 된다.


"당신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녀에게 아름다웠던 순간, 함께 했던 메이블이 있었다.

첫사랑처럼 충동적인 욕망이 있었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단순히 '퀴어 로맨스'를 넘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마린은 할아버지의 실종 이후 거대한 상실감에 도망치듯 뉴욕으로 숨어버렸고, 그렇게 아무도 그녀를 찾을 것 같지 않았지만 방학이 되어도 돌아갈 곳 없는 그녀에게, 첫사랑 메이블이 40시간을 날아 그녀를 만나러 온다.

그리고 말한다. 네가 돌아올 곳이 있다고, 나와 함께 가자고...


혼자 남겨진 그녀는 처절하게 외로운 자신과 마주하고 그 고통을 혼자 삼키지만, 제목의 '우린 괜찮아'처럼 당신이 미처 알지 못한 순간에도 누군가 당신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괜찮다고, 괜찮은 삶이라고,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라고 작가는 전한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메이블을 들이마시고, 우리 중 누구의 것도 아닌 이 집을 생각하고, 벽난로 불길이 타닥거리는 소리를 듣고, 방과 메이블의 온기를 느끼고, 이제 우린 괜찮다.

우린 괜찮다."


성소수자의 문학에 대한 선입견은 없지만, 이 소설을 단순히 퀴어 문학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담긴 것이 더 많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마음이 힘들거나 외로운 순간이 온다면 이 책을 꺼내 읽고 싶다.

마린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위의 내 편들이 다시금 떠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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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나
빅토리아 토카레바 지음, 승주연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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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도스토옙프스키, 체호프, 푸시킨 등 고전의 거장들이 쟁쟁한 러시아에서 현대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책이 내게 왔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표지에서 느껴지는 뭔가 우울한 느낌과 제목에서 연상되는 주인공의 자기 비약? 이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런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책에는 중단편 다섯 편이 실려 있고, 맨 처음 이 제목과 같은 '티끌 같은 나'가 버티고 있다.

한마디로 시골 촌뜨기인 안젤라. 그녀는 갑자기 모스크바로 떠나고 싶어졌다.

그런데 안젤라의 형편이 구구절절 나쁘다는 구차한 설명도 없다.

그가 사는 곳은 천국이 따로 없는 에덴동산이었지만, 역시 사람은 무엇을 하든지 먹고살아야 한다는 작가의 신념이 반영되었을 뿐.

전체적인 작가의 문체가 정말 깔끔하면서도 맛깔난다는 표현이 어울리듯 읽는 내내 정말 빠져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쓸 수가 있나...


가진 것 없는 안젤라는 모스크바에 와서 그야말로 먹고살기 위해 가사 도우미부터 시작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신만의 꿈이 있었고, 비굴하게 자신의 미래를 구걸하고 싶지 않은 단단한 자존심이 있었다.


안젤라는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사이 진정한 사랑을 찾은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남은 것은 철저히 나 혼자였다는 것.

그리고 자기가 그동안 누렸던 상황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엄마인 나타샤의 성격과도 닮았다. 없어졌다면 어차피 내 몫이 아니라는 것.

안젤라는 젊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내 인생은 내가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 내 몫이기에...


"바다는 흔들리지 않는다.

바다는 달에 의해서만 동요될 뿐이니까..."


정말 오랜만에 나와 스타일이 아주 잘 맞는 작품을 만났다.

이 책의 다른 단편들에서도 주체적인 여성(안하무인이기도 하지만)에 대한 재치있는 문체와 러시아식 은유, 그리고 문학의 나라답게 곳곳에 드러나는 작가들의 이름들도 눈에 띈다.

읽다 보면 작가가 주인공인 여성의 생각에 대해 단호하게 표현한 문장들이 자주 눈에 띄는데, 약간 거친 듯한 이런 문체를 거슬려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나는 이런 거침없는 표현들이 좋았다.

1937년생이라면 우리 증조할머니뻘인데 왠지 작가와 얘기를 나눈다면 아주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싶어 찾아봤는데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많이 없는 듯했다.

이런 멋진 작가들의 책이 더 많이 번역되어 나의, 그리고 우리의 독서 생활이 좀 더 풍요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은 좋은 책과 나쁜 책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맞는 책과 맞지 않는 책으로 나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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