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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나
빅토리아 토카레바 지음, 승주연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3월
평점 :
톨스토이, 도스토옙프스키, 체호프, 푸시킨 등 고전의 거장들이 쟁쟁한 러시아에서 현대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책이 내게 왔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표지에서 느껴지는 뭔가 우울한 느낌과 제목에서 연상되는 주인공의 자기 비약? 이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런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책에는 중단편 다섯 편이 실려 있고, 맨 처음 이 제목과 같은 '티끌 같은 나'가 버티고 있다.
한마디로 시골 촌뜨기인 안젤라. 그녀는 갑자기 모스크바로 떠나고 싶어졌다.
그런데 안젤라의 형편이 구구절절 나쁘다는 구차한 설명도 없다.
그가 사는 곳은 천국이 따로 없는 에덴동산이었지만, 역시 사람은 무엇을 하든지 먹고살아야 한다는 작가의 신념이 반영되었을 뿐.
전체적인 작가의 문체가 정말 깔끔하면서도 맛깔난다는 표현이 어울리듯 읽는 내내 정말 빠져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쓸 수가 있나...
가진 것 없는 안젤라는 모스크바에 와서 그야말로 먹고살기 위해 가사 도우미부터 시작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신만의 꿈이 있었고, 비굴하게 자신의 미래를 구걸하고 싶지 않은 단단한 자존심이 있었다.
안젤라는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사이 진정한 사랑을 찾은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남은 것은 철저히 나 혼자였다는 것.
그리고 자기가 그동안 누렸던 상황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엄마인 나타샤의 성격과도 닮았다. 없어졌다면 어차피 내 몫이 아니라는 것.
안젤라는 젊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내 인생은 내가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 내 몫이기에...
"바다는 흔들리지 않는다.
바다는 달에 의해서만 동요될 뿐이니까..."
정말 오랜만에 나와 스타일이 아주 잘 맞는 작품을 만났다.
이 책의 다른 단편들에서도 주체적인 여성(안하무인이기도 하지만)에 대한 재치있는 문체와 러시아식 은유, 그리고 문학의 나라답게 곳곳에 드러나는 작가들의 이름들도 눈에 띈다.
읽다 보면 작가가 주인공인 여성의 생각에 대해 단호하게 표현한 문장들이 자주 눈에 띄는데, 약간 거친 듯한 이런 문체를 거슬려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나는 이런 거침없는 표현들이 좋았다.
1937년생이라면 우리 증조할머니뻘인데 왠지 작가와 얘기를 나눈다면 아주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싶어 찾아봤는데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많이 없는 듯했다.
이런 멋진 작가들의 책이 더 많이 번역되어 나의, 그리고 우리의 독서 생활이 좀 더 풍요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은 좋은 책과 나쁜 책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맞는 책과 맞지 않는 책으로 나뉜다는 것을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