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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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여 페이지의 장편을 읽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콜리'의 말이 계속 내 귓가를 맴돈다.

콜리가 사라진 지금... 마음이 너무 먹먹하다.

내가 동물도 식물도 아닌 로봇에 이렇게 감정이입이 되다니...


'한국과학문학상'의 또 다른 성취로 기억될 이름!

우리 SF가 품게 된 가장 따뜻한 물결, 천선란!




"경기 도중 떨어졌는데 바로 뒤에 오던 선수에게 밟혔어요. 제 실수죠. 딴생각을 하면 안 됐는데 문득 하늘이 푸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p.65



기수 휴머노이드 C-27은 인간의 실수로 태어난 이상한 로봇.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기억이 아닌 저장의 형태로 생각을 담아낸다. 

그런데 이 로봇... 너무 인간 같아.


아직 어리지만 인간의 필요에 의해 쓰여지고 버려지는 말 투데이 역시 로봇과 다를 바 없는 처지. 

그리고 콜리는 투데이와 같이 호흡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은 참으로 잔인한 동물이다. 자신도 동물이지만 모든 종을 초월하는 '초월종'

그 안에서 나머지의 생명과 로봇은 단지 인간의 선택하에 생명조차도 존엄성을 얻지 못하는, 필요 없어질 경우 구겨버릴 수 있는 하찮은 존재인 것이다.

인간의 오만함과 교만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보통 SF라고 하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미래의 진화된 세계를 미리 가볼 수 있는 타임머신을 탄 느낌인데, 이 책은 오히려 그런 세계가 도래했을 때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지만 희미해져 가는 그 무언가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로봇의 '희생'을 통해 인간의 '희망'을 기대해 보게 하는...

조금은 씁쓸하고 먹먹한 소설이었다.





#천개의파랑 #천선란 #허블 #한국과학문학상대상 #장편소설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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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 -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
가이아 빈스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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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부터 포스트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인류사를 재조명하는 놀랍고 대담한 통찰!



'영국 왕립학회 과학 도서상' 역사상 최초의 여성 단독 수상자인 가이아 빈스는 《초월》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생명체라고 말한다. 


더불어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주어진 환경에 따라 적응의 형태를 진화시켰는데 그 뒤에는 불, 언어, 미(美), 시간의 4가지 위대한 '문화적 발견'이 있었다.


"도박과도 같은 문화적 변화 속에서 오직 현생 인류만 살아남았다. 비슷한 능력을 가졌던 다른 사촌격 종들도 지구에서 수십만 년 이상 생존했지만, 단편적인 흔적만 남겼을 뿐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전 세계에 퍼져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문화 덕분이었다." p.50



인간 진화에서 불과 언어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라, 나는 미(美)와 시간 챕터에 흥미가 생겼다.


"아름다운 것은 잠시 숨을 돌리고 천천히 살펴보도록 만든다. 인간은 아름다움에 대해 감정적으로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반응한다. 인간의 문화는 이런 아름다운 것을 발굴해 키워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식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주관적인 판단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해서 문화적으로 합의된 상징성, 기준, 의식을 통해 조직된 응집력 있는 부족 사회를 만들어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준이나 규범은 사회적, 환경적 압력을 받으며 진화하고 우리의 생명 활동과 유전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과 기준이 우리 자신과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를 새롭게 만들어간다." p.265



특히 '시간'의 첫 부분에는 프랑스 지질학자의 실험 사례가 들어 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시계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시간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시간의 흐름, 그러니까 우리가 속해 있는 태양계의 이동 주기는 인간 문화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인간은 그런 시간을 따르는 인지적 도구들과 의식적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문화적 도구를 진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p.401



가이아 빈스는 인간이 모든 종을 '초월'하며,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옴니스'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과연 신세계일까?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도 오직 인간만이 갖고 있으니...





#도서협찬 #쌤앤파커스 #초월 #가이아빈스 #인류의진화 #사피엔스 #과학책추천 #인류사 #문화인류학 #인류세 #evolution #인문학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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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7일 - 페로제도
윤대일 지음 / 달꽃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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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여행'보다 '여정' 자체를 즐기는지도 모른다!


2018년 코로나가 올 줄은 아무도 모르던 그런 날.

평온한 일상을 즐기던 부부는 스마트폰의 광고에 나왔던 그곳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FAROE ISLANDS>


두바이와 코펜하겐을 경유하고 3대의 비행기를 갈아타며 총 23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지만 여행자의 설렘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 책은 페로제도의 멋진 모습을 한껏 담고 있어 읽는 내내 눈이 시원했는데 저자가 챙겨간 드론, 고프로, DSLR 등 영상 장비들 덕이었다.

역시 장비빨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


고즈넉한 풍경과 느리게 흐르는 바다, 자연이 빚어낸 폭포의 풍광들이 이곳의 매력을 흠뻑 담아내고 있었다.


읽는 잠시 동안이지만 현실의 코로나를 잊고 

"그래! 다음 여행지는 이곳이야!"를 외칠 뻔했다.


백신이 나왔고 코로나도 곧 정복할 수 있다고 하니

큰 고민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이 책으로라도 대신 위안은 삼아본다.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페로제도.

그렇지만 우리만 알고 있기엔 그 매력이 너무나 큰 나라.

그래서 나의 여행담이 썩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느낀 페로의 대자연을 통해 잠시나마 지친 당신의 일상에 휴식과 공감을 주었으면 한다."





#도서협찬 #달꽃출판사 #그여름7일 #윤대일 #여행에세이 #페로제도 #휴가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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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저 먼저 은퇴하겠습니다 - 직장은 없어도 직업은 많다
전규석 지음 / 담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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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직장의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직장을 다니고 있더라도 퍼스널 브랜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하지만 직장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에는 많은 모험과 두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직장이 평생 나에게 안락한 미래를 보장한다는 확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무엇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이 책은 서른일곱살에 울타리가 되어주었던 직장(대기업)을 뛰쳐나와 유튜버, 골프 티칭 프로, 프리랜서 강사 등 직업을 통해 소득의 경로를 다양화하는 새로운 파이어족(R-FIRE)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견고할 줄만 알았던 대기업이라는 성벽은 성 밖에서 봤을 때만 그럴듯해 보였다. 성안에서 바라보는 성벽은 기대한만큼 견고하지 못했다.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퇴직금을 까먹는 생활을 하고 있다지만 행복지수는 1000%라는 저자의 글을 읽고 있는 내내 좀 불편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회사를 그만둔 지 고작 1년도 되지 않았는데 회사를 다니지 않아서 행복하고 소비를 줄이니 살만하다는 논리가 그리 공감되지 않았다. 


제목도 '은퇴하겠다'라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은퇴란 직장(혹은 직업)과 관련해 오랜 기간 성실하게 모았던 돈으로 남은 생을 편하게 즐긴다라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인데, 곧 바닥 날 퇴직금을 쓰면서 '앞으로 소득이 더 늘겠지'라는 이야기는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 


내 주변에 딱 이 분과 비슷한 케이스의 '전업투자자'가 있는데 그의 꿈이 '대박 땡기고 은퇴하기'(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인데 그 사람의 '은퇴'가 오히려 더 와닿는다.


아직 이런 책을 내기에는 시련은 없고 핑크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만 가득해서 그런 마음에 찬물을 끼얹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내용이 좀 설익은 감이 없지 않아 아쉽다.




#도서협찬 #담아출판사 #부장님저먼저은퇴하겠습니다 #전규석 #퇴사 #은퇴 #직장생활 #대기업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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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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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이 책『부디, 얼지 않게끔』은 영화매거진 『CAST』의 편집장인 강민영 작가의 첫 소설로 '변온인간'과 '연대'가 어울어진 참신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부디 얼지 않게끔 하려는 마음들로 가득한,

따스한 마음을 지닌 소설



"그때 눈치챘어야 했다. 그랬다면 좀 더 시간을 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내 몸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해버렸으며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그 누구도 아닌, 송희진을 통해서였다."



여행사 가이드인 '나(최인경)'은 우연히 같이하게 된 아싸 직장 동료 송희진을 통해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대리님, 그거 맞죠? 파충류나 양서류 그런 종류요. 땀도 안 나고 온도에 따라 체온도 변하는, 그거 뭐더라, 그거요, 변.온.동.물"



자신과 너무도 반대인 희진과 어느새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되어버리고 그녀는 다가올 기나긴 겨울을 준비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그간 잊고 지냈던 동료애나 연대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사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처럼 흘려버렸던 뒷담화나 왕따에 대한 경각심이 담겨 있는데, 작가가 소설을 쓰는 사이 세상의 가십에 휘말려 세상을 달리한 두 여성에 관한 소식이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서로를 의지하며 웃음을 지었던 소설 속 그녀들의 미소가 왠지 쓸쓸하단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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