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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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떤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젊은 감각이 많이 묻어있길래 '요즘 트렌드는 이런가?' 하면서 마치 낯선 장소를 여행하는 것처럼 생경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궁금해 찾아보니 '그냥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써놓은 것처럼 사실적'이라는 평을 발견하고는 세대차는 어쩔 수 없군... 하며 스스로 한탄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 시인들의 생활 건강 에세이>란 타이틀에 궁금하고 호기심이 일었다. 

마치 엄마가 요즘 딸들과 친구들의 생활이 궁금한 것처럼...



"나를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준 멀쩡한 육체는 타인의 정성과 수고가 만든 것.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이 책에는 10인 10색의 다채로운 생활이 담겨있는데 사실 '건강한' 보다는 '건강하고픈' 생활에 더 가까운 내용들이라 요즘같이 마스크와 한 몸으로 살아가지만 코로나에는 무뎌진 마음을 돌보기에 딱 좋은 소재란 생각이다. 


5월도 딱 반이 지났다. 

괜히 분주한 5월은 눈만 깜빡하면 사라지는 달이라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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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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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진돗개 '보리'의 사랑과 희망과 싸움에 관한 이야기다. 삶의 터전이 망가진 자리에 '보리'의 생명이 다시 뿌리내리기를 나는 바란다. 그 자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 <군말> 중에서



이 책이 처음 출간될 즈음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개정판이 나왔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기억력은 역시 바람 같은 거라서 다시 들고 읽으니 마치 신간같이 새로운 느낌은 무엇이란 말인가.

문득 내가 그 당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긴 했을까? 17년 전의'나'는 어떤 느낌을 갖고 읽었을까 궁금해지긴 한다.



"개는 언어가 없기에 짖어댈 뿐이지만, 그 내면은 인간보다 풍요롭고 다양할 것이다. 그것을 인간의 언어로 짖어댄다는 불가능한 일을 해보려고 했다."  -2005년 〈조선일보〉인터뷰



이 소설의 주인공은 '보리'다. 의젓하고 생각이 깊은 개다. 그래서 '보리'가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사람으로서 염치없음'에 내가 대신해서 사과를 하고 싶어진다.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되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주인 할머니의 작은 아들이 사는 바닷가 마을에서 새 주인과 행복한 한 때를 보내게 된다. 여기에서 행복은 무엇일까. '보리'는 엄마와 헤어지고 형제들끼리도 뿔뿔이 흩어지지만 지난 날들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상대의 입장에서 배려하지만 자신의 생각도 밀고 나간다. 새로운 주인 남자가 죽고 가족이 이사가면 혼자 남겨져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이 바닥에서 다져진 자신의 '굳은살'을 믿기로 한다. 



"낯설다고 해서 짖지는 않는다. 낯선 사람이 오히려 반가울 때도 있다. 그 낯섦 속에서 내가 봐줄 수 없는 무례함이나 건방짐, 사나움 같은 것이 느껴질 때 나는 짖어댄다. 나는 나의 판단이 늘 옳다고 믿는다. 믿음은 확실해야 하고 판단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p.112 



역시 김훈 작가님이다.

작가님의 통찰과 위트에 독자로서 내가 답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여러번 읽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다라 송구할 지경이지만, '보리'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온기가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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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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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늘 지혜가 필요하지만 삶의 단계마다 필요한 지혜가 다르다. 열다섯 살에게 중요한 '어떻게'질문과 서른다섯 살, 또는 일흔다섯 살에게 중요한 질문은 같지 않다. 철학은 각 단계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들어가는 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몽테뉴까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을 만나러 떠나는 여행기이자, 그들의 삶과 작품 속의 지혜가 우리 인생을 개선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멋진 승차권을 쥐고 탑승해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나오는 것부터 황혼에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철학적인 질문은 삶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생각하는 인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미 우리의 지식수준을 뛰어넘은 AI와 대적하기 위한 유일한(현재까지는) 무기가 아닐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의 원인은 납득하지 못하면서 행동해야 하는 괴리가 아닐까 싶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내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체는 친절하고, 중간에 작가식 유머가 있지만(아재개그 ㅋ) 이상하게 쉽지는 않았다. 집중하며 읽으려고 야심한 시각에 일어나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이해를 한 건지 안 한 건지 읽기만 한건지 생각을 했던 건지 나도 모르겠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주변의 하찮은 것들과 생각해보지 않은 나의 감정들에게 갑자기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 나를 보니... 철학책을 읽긴 읽은 거겠지?


"몽테뉴는 죽음을 동경하지 않았다. 삶을 동경했다. 하지만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이러한 삶에 대한 동경을 온전히 실현할 수 없음을 잘 알았다. 우리는 삶과 죽음이 순차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먼저 살고, 그다음 죽는다. 하지만 몽테뉴는 사실 "죽음이 우리 삶 속에 평생 녹아들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아파서 죽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기 때문에 죽는 것이다." (몽테뉴처럼 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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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간 - 제2차 대분기 경제 패권의 대이동
김태유.김연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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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할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


"어쩌면 이 글은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나의 '일표일서'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란 문명사적 대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대응방식은 여전히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것이다. 이러다가 이미 도래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란 절호의 기회를 또다시 놓칠 수도 있겠다는 절박함이, 다산이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팔짱을 낀 채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서문 중에서)



농업, 산업, 3차 산업혁명까지는 선진국의 발전을 답습하며 내외생적 성장을 통해 성장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아직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선도해 세계의 패권을 잡아야 한다는 저자의 절박한 마음이 담겨있다. 


현재 중진국의 함정과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있는 우리가 이번 4차 산업혁명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조선이 몰락해 일본의 속국이 될 수밖에 없었던 치욕의 아픔을 다시 되풀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착先着의 효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비록 힘든 일이라 할지라도 일단 시작부터 하고 보자는 감속사회의 경구다. 하지만 가속사회에서는 시작이 ‘반’이 아니고 ‘전부’다. ‘선착의 효’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번 선착은 영원한 선착이다. 선착의 효는 잊혀질 수는 있어도 사라질 수는 없다." (p.206)


이 책이 좋았던 점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하라'가 아니라 구체적인 저자의 대응 방안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또 엇갈리는 '한중일'을 벗어나 '한미러'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데 처음에는 나도 좀 갸우뚱했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조목조목 들어보니 그동안 우리의 사고가 좀 갇혀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직업 정치인'들이 이 책의 내용을 깊이 고민하고 있을지 알 수 없고, 꼭 이 책의 해결방안이 맞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나라를 위해 고민하는 지식인들이 있고, 그들의 오랜 연구와 경험으로 제시하는 방안은 귀담아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정책이 아닌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정치질'만 하고 있는지 이제 국민들이 나서 감시해야 한다. 조선은 당파 싸움과 실리가 아닌 명분만을 내세우다 몰락했지만, 이제 우리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수는 없다.


4차 산업혁명은 가만히 앉아있으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과실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세계의 패권을 잡지 못한다면 훗날 역사에서 '존재했던 국가'로 남겨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제대로 된 체질 개선을 통해 후대에 떳떳한 나라를 물려줘야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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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파국 - 나는 환경책을 읽었다
최성각 지음 / 동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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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환경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우선 '욕망과 파국'은 여러 환경책의 액기스만 뽑아서 모아놓은 서평집이기 때문에 읽고 나면 이 많은 책들을 마치 다 읽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류는 인류라는 한 생물종이 지구환경 전체를 바꾼 시대를 '인류세(人類世)'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백만 년, 천만 년의 시간을 다루는 지질시대 단위인 '세(世)' 앞에 '인류'가 놓이게 된 일은 긍지를 가질 일이기는커녕,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것이 허구였고,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그릇된 자만이 처음부터 화근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환경운동가'인 최성각 작가님은 남다른 환경사랑을 통해 환경책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더글러스 러미스, 권정생 등 의미있는 작가들의 책을 소개한다.



많은 학자들이 환경에 대한 위험을 경고했지만 사실 일반인들은 귀담아듣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기회가 생기듯 코로나19 팬데믹 시대가 열리면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한편으로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에겐 '다른 삶'이 더 필요하다



이 책에 담긴 책들 중 인상 깊었던 책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였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하여 가능하면 치유나 회복의 기운을 얻을" 수 있을지는 글쎄... 읽어야 할 책이 또 늘어버렸다.



"우리도 하루빨리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해괴한 방역 지침에서 벗어나 확진자에 포함되지도 않고, 밥도 잘 먹고, 즐겁게 하던 일을 계속하고, 하루 동안에 발화한 사소한 거짓말 몇 개가 발각되지 않고, 어제만큼만 돈을 벌고, 계단에서 넘어져 발목을 삐지 않고 하루를 잘 보내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삶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누가 비웃을 수 있을까. 우리가 겨우 그런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장엄한 일이기도 하다. 인간의 역사는 재앙 속에서도 '거의 행복하다고까지 해도 좋은 하루'를 만들어내고야 말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자주 보여주곤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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