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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평점 :

"이 작은 책은 진돗개 '보리'의 사랑과 희망과 싸움에 관한 이야기다. 삶의 터전이 망가진 자리에 '보리'의 생명이 다시 뿌리내리기를 나는 바란다. 그 자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 <군말> 중에서
이 책이 처음 출간될 즈음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개정판이 나왔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기억력은 역시 바람 같은 거라서 다시 들고 읽으니 마치 신간같이 새로운 느낌은 무엇이란 말인가.
문득 내가 그 당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긴 했을까? 17년 전의'나'는 어떤 느낌을 갖고 읽었을까 궁금해지긴 한다.
"개는 언어가 없기에 짖어댈 뿐이지만, 그 내면은 인간보다 풍요롭고 다양할 것이다. 그것을 인간의 언어로 짖어댄다는 불가능한 일을 해보려고 했다." -2005년 〈조선일보〉인터뷰
이 소설의 주인공은 '보리'다. 의젓하고 생각이 깊은 개다. 그래서 '보리'가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사람으로서 염치없음'에 내가 대신해서 사과를 하고 싶어진다.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되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주인 할머니의 작은 아들이 사는 바닷가 마을에서 새 주인과 행복한 한 때를 보내게 된다. 여기에서 행복은 무엇일까. '보리'는 엄마와 헤어지고 형제들끼리도 뿔뿔이 흩어지지만 지난 날들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상대의 입장에서 배려하지만 자신의 생각도 밀고 나간다. 새로운 주인 남자가 죽고 가족이 이사가면 혼자 남겨져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이 바닥에서 다져진 자신의 '굳은살'을 믿기로 한다.
"낯설다고 해서 짖지는 않는다. 낯선 사람이 오히려 반가울 때도 있다. 그 낯섦 속에서 내가 봐줄 수 없는 무례함이나 건방짐, 사나움 같은 것이 느껴질 때 나는 짖어댄다. 나는 나의 판단이 늘 옳다고 믿는다. 믿음은 확실해야 하고 판단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p.112
역시 김훈 작가님이다.
작가님의 통찰과 위트에 독자로서 내가 답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여러번 읽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다라 송구할 지경이지만, '보리'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온기가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