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
토스카 리 지음, 조영학 옮김 / 허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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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소설이다. 아직까지는."


알레스카의 얼음이 녹으며 발생한 바이러스가 팬데믹으로 번지며 세상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가운데, 인간의 공포를 이용해 '신천국'이라는 사이비 교단이 세를 확장한다. 아빠의 폭력을 피해 '신천국'에 들어온 세 모녀. 그곳에서 엄마는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암으로 죽고 언니는 교주의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교주의 새로운 아내로 지목된 동생 윈터는 그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바이러스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언니를 대신해 조카를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바로 종말의 시작이야. 지금도 벌어지고 있지. 내가 말하는 동안에도! 현혹된 자들이 불멸의 지옥 구덩이에 빠진 채 인류를 오염시키고 있어! 경찰은 막지 못해! 세계 지도자도 못 막아! 주님도 이제는 안 돼!"


이 책은 한국계 베스트셀러 작가 토스카 리가 2019년 쓴 이 책은 섬뜩하게도 현실의 세계를 예견한 것처럼 사건들을 잘 잡아냈다. 감염병과 종교,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현재형 소재들을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견고하게 쌓아 올려 한편으로는 믿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도래할지 모를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보여준다. 


사이버 테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태의 상황과도 너무 흡사해 공포스러웠고,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상황이 떠올라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면서 이 책을 놓을 수 없었다. 


한참 책에 빠졌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 고개를 드니 마주한 환한 바깥 풍경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 급 당황스러웠다. 

문제의 원인도 인간이지만 '노아의 방주'를 준비하는 인간들이 있기에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다행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보게, 고맙게도 지금 세상엔 아직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다가올 미래엔 자네 같은 사람이 필요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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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팅캘리의 슬기로운 기록생활 - 사소한 일상도 특별해지는 나만의 작은 습관
이호정(하오팅캘리)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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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는 1도 소질이 없는 학생이었다. 한때 유행이어서 서로 돌려가며 보기도 하고, 화려하고 컬러풀한 다이어리를 보면서 감탄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때 금손들은 다들 잘살고 있는가 궁금하다.^^


"일단 뭐든 기록해보자. 그 기록이 언젠가는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때론 채찍질을 해주기도 하고, 필요한 아이디어를 스윽 꺼내주기도 할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항상 내 가방에는 작은 다이어리가 들어있었는데, 생방송 특성상 출연자에게 전달해야 할 것을 까먹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심했고, 뭔가 아이디어나 영감이 떠오르면 끄적거리는 버릇이 있었다. 요즘은 폰에 저장하기도 하지만 기록하는 자체가 귀찮아졌다고 할까... 생각을 안 하는거 같기도 하고ㅠㅠ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서 드는 생각은 '글씨가 예쁘니 가능하겠군.' '그림을 잘 그려야 좋은데 난 못해.' 등등 부정적인 생각들만 둥둥... 

그 와중에 추천하는 스테들러펜에는 관심이 ㅋㅋㅋ


슬슬 읽으면서 어느새 자신감이 붙는다. 우선 펜을 하나 사고 ㅋㅋㅋ 매년 집에 굴러다니는 다이어리들이 해를 넘기고 깨끗한 상태로 버려지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소소한 것들이라도 기록을 시작해보고 싶어졌다. 


예쁘지 않으면 어떤가.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소중한 삶의 순간들을 글로 남겨야겠다. 그래. 시작해보자!



"그래도 일단 뭐든 기록해보자.

기록하는 순간은

어떤 일의 시작이면서 

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이니까.


기록 덕분에 

추억할 수 있는 하루가 더 생겼고,

뒤돌아볼 수 있는 하루가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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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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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토커이자 방화범인 아버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엄마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스테프. 전학 다닌 고등학교만 벌써 다섯 번째라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는 사치일 뿐이고, 아버지에게 들킬 염려가 있는 모든 행동들은 금지되어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있는 그녀에게 유일한 친구는 '캣넷'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캣넷 친구들이 진짜 내 친구들이다. 나와 가까운 친구들, 정말로 나를 아는 사람들, 내 삶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 써 주는 사람들, 내가 내 얘기를 하는 사람들 말이다."


현실 세계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캣넷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고, 그곳의 친구들은 캣피싱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나누며 연대를 느끼게 된다. 그 사이 스테프가 우연한 기회에 캣넷의 해커 친구가 AI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위험에 빠진 자신을 적극적으로 구해주다 사라진 AI를 위해 캣넷의 친구들이 뭉치게 된다. 


미래의 세상을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이 많았다. 차별과 혐오,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 등 다양성을 존중하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만연해 있는 문제들에 대해 작가는 관용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래서 미국의 MZ세대들이 더 열광하지 않았을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미국의 문화와 정서라 그런가 약간은 어색한 느낌들이 없지는 않았다. 연대는 이해하지만 우리 식의 정(情)과는 살짝 다른 낯선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 이후 폭발적인 독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휴고상의 영어덜트 부분인 #2020로드스타상 #2020에드거상 을 수상했다고 하니, 나와 세대가 다른 기민한 10대들에게는 또 다른 색다름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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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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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여행기-월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의 자유로운 생각들이 글에 떠다닌다.

일기를 남의 눈치 보고 쓰는 것은 아니니까.

작가의 솔직한 생각들, 생활들, 지인들, 인생의 의미들...



박서련 작가님 덕후라면 추천. 



“내가 쓴 글 가운데 가장 재밌는 것이 일기”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 실린 일기들은 한없이 우울해하며 나락으로 떨어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당당함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외로워도 슬퍼도 작가는 기어이 내 눈에 ‘예쁜 걸’ 먹으면서 절망에만 웅크려 있지 말 것을 우리에게 일러준다. 어느 원통했던 날 밤, ‘아 내일은 이삭토스트 먹어야지’ 하고 다짐하며 잠을 청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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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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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고 쓸쓸해서 그러는데, 저랑 놀아줄래요?"



강박증에 시달리는 주인공 '정해진'이 일하는 '불면증 편의점'을 중심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장님, 수녀복을 입고 담배 피는 안승리, 게으름 만랩인 극작가 백수진, 공황장애로 7년간 한국에 머물고 있는 마크, 담배를 맛있게 피는 꽃순이 할머니, 해진이의 인맥을 사랑스럽게 연결하는 김다름, 이상하지만 안 이상한 김만초 등 평범하면서도 따뜻한 그들의 다양한 삶의 관계가 생동감 넘치게 그려진다.



"그 나이는 모두 그럴 나이야"라는 말이 부당하고 폭력적인 건 없었다. 왜 모든 실패와 좌절은 우리 차지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실패란 녀석은 젊음과 청춘을 너무 호구로 보는 게 문제였다.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나와 다른 것은 '이상함'으로 치부해버리는 익숙한 습관 속에서 결국 관계는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게 된다. 


대단히 거창한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내 인생 또한 영화 주인공처럼 다이나믹하지는 않기에 오늘 하루 무탈하게 지내면 그것에 감사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묵묵히 조금씩 전진하는 삶 또한 값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슴이 먹먹해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속도 모르는 봄바람이 따스하게 불어왔다.



글 곳곳에 작가님의 사랑스러운 메시지들이 느껴진다. 조사 하나에도 많은 공을 들였을 문장들을 소중히 읽다 보면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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