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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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강의 프로그램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분이지만 김헌 교수님의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강의만큼 역시 책도 가독성이 탁월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철학과 우리의 인생을 잘 버무려 맛깔나는 한 편의 강의를 들은 기분이다.



우리 아이들은 글을 잘 알지 못할 때부터 AI스피커를 통해 자기들이 듣고 싶은 음악이나 이야기들을 찾았다.

그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그리스 로마 신화'였다.

그전에는 그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아이들 수준으로 각색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신들이란 작자들은 도대체 인성이 글러 먹었구만!' 하고 혀를 찰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애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저는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자 인생의 민낯이기도 하다는 말씀을 드리고는 합니다.(...)

그걸 읽다 보면 삶의 비참, 내 안의 악이나 어리석고 가식적인 군상, 폭력적인 역사 등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직면할 수밖에 없고, 또 직면해야 할 진실들이지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망각될 것인가, 기억될 것인가'

이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은 '죽음이 있는 삶'에 대한 긍정이었다.

많은 사람이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인간이 신들처럼 죽지도 않고 영원한 젊음을 누리며 산다면 그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


우리에게는 죽음이란 유한한 인생이 있기에, 주어진 내 삶을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삶으로 만들기 위해 주인공인 시점에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교수님도 인생의 힘든 순간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을 때, 프랑스 교수님께서 '책에 읽으라'는 조언을 주셨다고 한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지만, 사실 책을 많이 읽는다 해도 다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다. 하하하^^

그렇기에 이렇게 메모를 하기도 하고, 책 속의 여러 구절을 떠올리면서 내 인생에 비춰보기도 한다.



우리는 유한한 인생을 살기에 되도록이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애쓴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 특히 고전을 통해 가장 유력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해답을 찾는 것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기에, 같은 책을 읽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감상이 나올 수 있다는 것 또한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

우리의 인생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기에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기 위한 각자의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배워야 할 것이다.


"마음껏 질문을 던지십시오.

한때 우리는 모두 질문이 많던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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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 혁명 - 현실과 상상의 모든 공간을 손안에 담는 지도기술
빌 킬데이 지음, 김현정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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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때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아가던 시대에서 이제는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아는 길도 못 가는 형편이 되었다.

모든 공간을 손안에 담는 기술! 혁명은 누가 이끌었는가?


전 세계 10억 명이 매달 이용하는 구글의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인 구글맵!

구글맵은 목적지까지 최단 경로를 안내하고 구글어스는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의 풍경을 방 안에서 감상하게 해준다.



"생각해봐, 지구상에 현생 인류가 20만 년간 존재해왔는데, 우리는 길을 잃는다는 의미가 뭔지 아는 마지막 세대인 거야."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구글맵이 탄생하기까지의 여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끊임없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시절을 거쳐 구글맵이 되고 아이폰의 킬러앱이 되기까지...

앞으로는 육지를 떠나 해양까지 구글 어스를 이용해 해저지형을 탐험할 수도 있게 된다니 그 끝이 어디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책을 통해 구글의 비화(!)나 실리콘밸리의 뒷얘기들도 담겨 있어 더 실감나게 읽을 수 있었고, '유료'로 한다면 당연히 큰 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무료'로 풀 용기와 배포를 가졌을까?

그러니 구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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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일기
김형석 지음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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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생 노교수님의 일기를 엮은 책을 만났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하고 고풍스러운 표지의 느낌이 좋다.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공부하다 1947년 탈북 이후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우리나라 철학의 기초를 다지고 후학을 양성했다...

이 분의 일대기가 우리나라의 역사 같다는 느낌...

그 옛날에 태어나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는 감회가 어떨까?


이 책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조선일보 주말섹션에 연재한 원고와 새로 쓴 글을 추가해 책을 꾸렸고, 소박하지만 특별한 ‘일상’, 온몸으로 겪어온 격랑의 ‘지난날’, 100세의 지혜가 깃든 ‘삶의 철학’, 고맙고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엮었다.



"지난 2년간의 일기를 읽고 오늘의 일기를 쓰면 좀더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일기는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는 보통 살면서 "내가 10년만 더 젊었더라면...",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시작했더라면..." 하는 후회의 말을 하게 된다.

그런 마음에서 젊은 사람에게 충고했다가는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인 요즘...

100세를 살아가는 교수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실지...그 생각을 훔쳐본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갔다 온 것처럼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이 궁금해졌다.




세상에 나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돌아갈 때는 순서가 없는데...

노모와 아내, 제자, 사랑하는 강아지마저 모두 나이가 들어 떠나고 혼자 남겨진 삶...

시상식이나 강연을 가면 사람들이 아직 살아계실 거라고 생각을 못 해 동명이인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으신다는데 그 느낌은 내가 아직은 이해를 못 하겠다.


게다가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설교를 들었고, 윤동주 시인과는 같은 반 친구였다니!!!

책으로만 듣고 읽었던 옛날 사람들이었는데... 김교수님이 역사의 끈을 쥐고 있는 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건강하게 100세까지 사는 것은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 글쎄... 아직은 크게 와닿지 않지만, 언제가 지금의 오늘을 추억할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지금 내 나이에 이 책을 알았던 것을 감사해하지 않을까?



"노년 독자들에게는 선물이 되고 청장년 독자들에게는 우리도 100세가 될 때까지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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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엿보다 - 정재곤의 정신분석학 에세이,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정재곤 지음 / 궁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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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최화정씨의 라디오에서 '심리테스트'라는 코너가 있었다.

나는 이 코너를 자주 찾아 들으면서 내 심리상태를 확인해보곤 했는데, 나중에 책으로 나와서 구매까지 했으니 이쯤 되면 심리테스트 열혈 청취라고 할 수 있겠지? ㅋㅋㅋ


이 책의 저자인 정재곤 박사님은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정신분석비평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니 '인간의 심리가 참으로 연구할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궁금증이 더해졌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행복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나는 짧은 순간이나마 매일 한 차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주변을 살필 때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예전에 나는 책을 읽는 것만 좋아했지 글을 쓰는 것은 귀찮아서 늘 미뤄두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비루한 기억력을 강화(!)하고자 조금씩이라도 써보자고 스스로 다짐했고,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쓰고 있다.


쓰다 보면 물론 나의 이야기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사람들이 글을 쓰면서 마음을 정리하기도 하고, 글쓰기가 치유의 도구로도 사용되는 것에는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일어나거나 접할 수 있는 사례들이 심리학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알려주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바리맨'이었다. ㅋㅋㅋ

나도 고등학생 때 이 바바리맨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같이 가던 아이들은 '꺅' 소리를 지르며 피하기 바빴는데, 나는 어디선가 읽었던 '자기를 보고 흥분하는 사람들에 더한 흥분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오히려 그 남자를 보며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지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따라와서 나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려고... 생각만 해도 오싹하네... >.<


책에는 그들이 이런 노출 행위를 제외한다면 대개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인데, 이런 충동적인 '해프닝'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거세 콤플렉스'와 연관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일이 법적 제재를 받기 위한 '쇼'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책을 읽으면 이런 TMI도 알게되니 역시 재미있구나!



이 밖에도 가족, 사회, 다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사례들을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재미와 더불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나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다면, 내가 모르는 나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에 나의 작지만 큰 소망을 펼쳐놓고자 한다.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을 중심으로, 내가 경험하고 생각했던 개인과 타자, 사회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독자들의 가슴속 연못에 조그만 조약돌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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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 신비한 원소 사전
김병민 지음, 장홍제 감수 / 동아시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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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열심히 외웠던 주기율표.

열심히 외우긴 했는데 도대체 뭐에 써먹는단 말인가! 이제는 기억도 안 나고...

그렇지만 '주기율표' 하면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은 나만 그런가?!


현재 쓰이는 주기율표의 기초는 과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1834∼1907)가 마련한 것이라고 하는데, 과학이 발전하면서 지속적인 수정을 거쳤고, 그가 남겨놓은 '빈자리'에 채워질 원소들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주기율표를 사랑하는 또 한 사람.

『사이언스 빌리지』, 『슬기로운 화학생활』의 저자인 김병민 선생님을 통해 굉장히 신기하고 참신한 주기율표 책이 세상에 나왔다.


"화학은 미시세계와 그 메커니즘 사이를 메우고 있다.

그래서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세상이 왜 그렇게 작동할 수 밖에 없는지를 알려준다.

그 중심에 118개의 원소가 있고, 이 원소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의 중심에 전자가 있다."


책을 받았는데 띠지가 좀 이상하다... 그래서 펼쳐봤더니 을 감싼 두툼한 띠지를 펼치면 안쪽에 예쁜 주기율표가 큼직하게 인쇄돼 있다.

책을 뒤집어 거꾸로 읽으면 각 원소를 관련 이미지와 함께 설명한 ‘신비한 원소 사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오호!



저걸 학생들 공부방 벽에 붙여놓으면 화학 공부가 좀 쉽게 되려나?

목차만 봐도 주기율표에 대한 애정이 듬뿍 들어가 있는데, 이 선생님께 화학을 배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왜 당시 우리 화학 선생님은 무조건 외우라고만 했을까? ㅠㅠ



"물질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은 수많은 몰이해와 오류가 있었지만, 그 암흑기를 넘어 인류는 점점 물질을 알아가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은 더더욱 깊게."


우주와 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이 이제는 우주에 로켓을 띄우는 세상으로 발전했는데, 이 주기율표를 통해 복잡한 세상과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를...



"인간을 만든 재료는 우주를 만든 재료와 완전히 동일하다.

어떤 의미에서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원소를 이해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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