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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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나는 소리지르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어린 자식들이 소리를 질러대는 엄마 때문에 얼어붙은 표정과 경계하는 얼굴로 돌아다닌 건 싫어서, 저녁을 먹고 나면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땅거미가 내린 거리로 나가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첫 구절부터 나에게 팍팍 꽂혔다.

와~ 흡입력이 대단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다였다.


이 책에서는 단편 11개가 들어있는데, 처음 시작인 '유령과 공허'가 굉장히 특이하고, 유려한 문체가 신기하고도 서정적이라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씹으면서 읽어내려갔다.

'도리스 레싱'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래서 산문의 거장'이라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뒤로 갈수록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이해를 잘 못 하겠다. >,<

하나하나 뜯어보면 예쁜데 합쳐놓고 나면 매력이 덜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영혼을 잠식한 불안, 아득한 시공간에 홀로 선 듯한 외로움

이 우주의 작고 불완전한 존재들을 바라보는

젊은 거장 로런 그로프의 깊고도 광대한 시선』


전체적으로 어둡고, 모호하고, 몽환적이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표현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 (설마 Miss는 아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밝은 내용이 좋아^^



"우리 외로운 인간은 너무 작고, 달이 우리를 조금이라도 알아차리기에 우리 삶은 너무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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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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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음악이 언제까지나 쇼팽의 영혼과 함께하기를 기원하겠네."



이번엔 음악 미스터리다!


미스터리와 음악이 접목된 '음악 탐정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이미 전작인 『안녕, 드뷔시』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에 이어 세 번째로 우리를 만나게 된 『언제까지나 쇼팽』



이 작품의 배경은 폴란드 바르샤바.

우리에게는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하면서 더 잘 알려졌지만,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쇼팽 콩쿠르가 배경이 되어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쇼팽 콩쿠르가 며칠에 걸쳐 몇 단계로 치러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

덕분에 이 책에서는 쇼팽의 다양한 곡들이 나오는데, 연주자가 연주 실력으로 곡을 해석한다면 작가는 음악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날카로운 첫 음이 얀의 가슴을 꿰뚫었고 다음으로 이어진 낮은 한 음이 얀의 몸을 쓱 하고 밀려들어 왔다.

(...) 초조함과 비통함이 불규칙한 리듬에 실려서 나를 덮친다."



'글로 접하는 음악'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나카야마 시치리 답게, 책을 읽고 있는데 마치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쇼팽의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읽으니 이해가 더 빨리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쇼팽 콩쿠르를 둘러쌓고 크고 작은 테러가 일어나지만 경연은 계속 이어지고, '피아니스트'라는 별명이 붙은 테러리스트가 노리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당신들은 내 복수를 비웃을 자격이 없어!"



미스터리 소설이라지만 쇼팽의 곡을 해설한 부분이 더 강렬해서 오히려 사건이 좀 묻히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이런 표현을 쓰기 위해 이 음악들을 '도대체 얼마나 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는데, 정작 본인은 클래식 음악의 문외한이라는 겸손한 발언을 했다니... 믿을 수가 없군!



작품 말미에 전작의 등장인물들이 깜짝 출연하면서 시리즈의 재미를 더하는데, 다작을 하는 작가님답게 이번엔 『베토벤』으로 곧 우리를 찾아온다니 그의 음악 미스터리 시리즈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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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이 온다
빅토리아 퍼즈 지음, 홍선욱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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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하게 쓰고 쉽게 버리는 비닐, 플라스틱 등등의 쓰레기...

무심코 버리는 이것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평화롭던 어느 날, 바닷속을 헤엄치던 바다거북은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고요한 바닷속을 느릿느릿 흐느적거리며 떠다니는 그것!



"친구일까? 적일까?"



햇살에 반짝이며, 물살에 일렁이며 나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뭔가 괴괴한 음악이 뒤에 깔린 것처럼, 비닐의 일렁거림이 생생히 느껴지는 것 같아 섬뜩했다.


바닷속 친구들은 그것들이 위험한 것을 알기나 할까...




지난해 10월, 수족관에서 전시용으로 살다 바다에 방류됐던 바다거북이가 목에 밧줄이 감긴 채 죽은 것이 발견됐다.

국립생태원은 바다거북의 죽음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한 결과, 거북이의 장 속에 많은 양의 각종 플라스틱과 폐고무, 비닐 등이 발견되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가 거북이에게는 먹이로 비쳤겠지...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는 재료로 쓰였다는 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정부에서는 매년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쓰고 버리는 쓰레기들이 비단 바다 오염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기에 더욱 경각심을 갖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적극 참여해 더 이상 죄 없는 생물들의 억울한 죽음을 막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이런 책으로 교육한다면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은 우리보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더불어 이 책의 인세 일부가 해양 쓰레기를 줄이는데 재투자된다고 하니 좋은 책 같이 읽고 바다 생물들을 살리는데 함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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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광주. 생각. - 광주를 이야기하는 10가지 시선
오지윤.권혜상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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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그 뉴스를 보면서 유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서 그런가 5.18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은 받지 못했다.

'어른들이 광주 사람들을 싫어한다'고 어렴풋이 떠올리는 정도?

다행히 우리 부모님은 경기도와 강원도 분이여서 그런가? 전라도 vs 경상도에 대한 지역감정은 없으셨는데 내가 크면서 만나왔던 어른들은 거의 전라도 사람들을 싫어했다.

그런데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정말 광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광주에서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활동이 엄청 활발해요.

사실 저는 솔직히 영화 <택시운전사>가 이렇게 잘될 거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니까요."


이 책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밀레니엄 세대 12명에게 인터뷰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대화가 담겨있다.

그래서 더 참신하고 젊은, 광주에 관한 생각들이랄까!



5월 18일이 되면 주먹밥을 만들어 먹고 학교 급식으로도 주먹밥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왠지 가슴이 먹먹했다.

당시 시민들이 주먹밥을 나눠 먹고 힘을 합쳤던 경험을 떠올리며, 5·18을 단지 '사건'이 아닌 '가치' 위주로 가르치려 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민주화운동다운 교육이란 생각이 들었다.


독일은 이미 역사를 반성하며 그 대가로 고귀한 죄책감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순수한 책임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반성하지 않는 이웃 나라 일본은 욕하면서, 정작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는 왜곡하고 감추려드는가...

역사의 흔적들을 감추거나 없애기보다 독일처럼 오히려 그걸 관광 산업으로 탈바꿈 시켜 대대로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게 노력하자는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자부심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자부심을 느끼기에 저는 아무래도 먼 세대죠.

물론, 그런 건 있어요.

저희 아버지나 아버지 친구분들, 같은 교회에 다니는 분들을 보면 지금도 사회운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요."


솔직한 이런 발언도 좋았다.

나도 잘 모른다. 아니 아예 관심도 없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지.

<택시운전사>를 보고 나서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듯 문화의 힘은 참 크다고 생각한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나와서 외치는 구호보다 이제는 좀 더 방식을 세련되게 바꿔야 한다.

영화로, 책으로, 다양한 문화로...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떠올리고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마음에 이미지로 남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말 젊은 세대에게 콘텐츠가 소비되길 원한다면, 너무 공익성에 치우치면 안 되겠죠.

샌님 같잖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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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도시 - 대규모 전염병의 도전과 도시 문명의 미래
스티븐 존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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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조금씩 사라지면서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처럼 바이러스로 인한 팬더믹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들이 많은데, 19세기 영국에서도 콜레라로 인한 바이러스가 번지면서 런던을 집어삼킨 경험이 있다.

그 섬뜩한 미궁 속에서 죽음의 경로를 밝힌 마취과 의사 '존 스노'의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 그가 완성한 감염 지도가 의학계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추적한다.


"생명의 매커니즘이 갑자기 억제되고 장액이 급속하게 빠져나간 육체는 축축하게 시든 살덩어리로 바뀌는데..."


분변이나 구토물,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는 콜레라.

당시 런던은 산업화로 인한 도시 과밀화가 진행되면서 인구 240만 명의 지구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공중 보건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던 당시, 상하수도 시설은 열악했고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려운 빈민가도 여전히 많아 준비된 재앙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존 스노는 콜레라와 관련한 역학조사를 하면서 수인성 감염에 대한 경로를 찾아내고 이에 관한 연구를 통해 문제의 펌프를 제거하며 역사적 반환점을 맞게 된다.


"펌프 손잡이 제거는 역사적 반환점에 해당하는 일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질병관리본부가 굳건하게 중심을 잡아주었고, 국민들이 이에 동참하면서 우리나라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사태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코로나가 극성이라 지구촌이란 말이 팬더믹으로 바뀌면서 예전의 상황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150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논픽션인 만큼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는 한 바이러스의 습격은 계속될 테지만, 다양한 학문적 연구와 기술 개발, 공유와 연대가 맞물린다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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