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외가집이 생각나요

심심해서 그랬어 - 여름 ㅣ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7년 4월

매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이 책을 1학년 읽기책에 부분적으로 나오는 글이라 원작으로 읽어주었다.
부모님이 모두 밭에 나가 일을 하시고 집에는 돌이와 강아지 복실이만 남아있다. 할 일이 없고 심심해서 마당에 그림을 그리다가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과 놀아 볼까하고 뒷마당의 가축우리를 모두 열어 준다.  그런데 돌이의 마음도 몰라주고 돼지는 감자밭을 닭들은 고추밭을 소는 배추밭과 오이밭, 염소는 호박밭, 토끼는 무 밭을 엉망으로 망가뜨리고 만다. 속이 상해서 엉엉 울다가 나무 밑에서 잠이 들고 나중에 부모님이 오셔서 가축들을 우리에 넣어 주신다.

  우리반 아이들은 돌이가 심시하다는것을 이해를 못한다. " 강아지랑 뛰어다니면 돼잖아요?  매미를 잡아서 놀면 돼잖아요? 냇가에 가서 놀면 돼잖아요? " 등 참 말도 많다. 요즘 같이 혼자 집에 있어도 컴퓨터를 하든지, TV를 보든지, 만화책을 보는 등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 일 것이다.
 
  이태수 님의 세밀화로 그려진 그림이 마음을 잔잔하게 하고 그림에 나오는 초가집에 어릴 적 외가집을 생각나게 한다. 고추밭이며 호박밭, 오이밭 등 어릴 적 시골에 가서 본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그림들인데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를 것이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책인 것 같다. 마지막에 돌이집 마당에 내리는 비가 옛날 생각을 더 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