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당깊은 집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02년 마지막 달에 남편에게 선물한 책입니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던 남편에게 좋은 책은 읽게 하고 싶어서 권했어요. 30대 중반으로 6.25를 겪지 않는 세대라 실감은 나지 않지만 어릴적의 기억을 더듬어서 어렴풋이나마 그 고생한 점을 알것 같더라구요.초등학교 교사로서 요즘 아이들의 풍요로움에 세삼 놀랍답니다. 반도 쓰기 않고 버려지는 연필과 지우개들, 주인이 누구냐고 물어도 나타나지 않는 크레파스며 리코더를 보면서 어릴적 생각도 납니다. 7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그때도 공산품의 품질은 별로 좋지 않아서 공책에 구멍이 난 것도 있었고 연필을 깎으면 심지가 쏙 빠지던 기억도 납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그냥 웃기다는 듯 웃기만 해요. 별 느낌이 없는 것 같아요. 추운 겨울내내 따뜻하게 불을 때지 않고 지내는 길남이 가족의 자는 모습, 길남이의 입이 벌어진 신발을 생각하면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은 그런 아이들을 거의(?) 볼 수 없잖아요. 신문 배달을 하면서 다녀야 하는 학교생활을 요즘의 아이들은 상상이나 할까요? 저도 편하게 부모님의 보호아래 학교에 다니면서도 불만이 많았는데 말이지요.
지금은 아파트에서 오붓이 살고 있지만 어릴 적 저의 집도 여러가구가 같이 사는 집에서 세들어서 살았어요. 그때의 엄마에게 가장 난처할 적이 자식이 많이 있는 것일 거예요. 공동 수돗가에서 받았던 주인아줌마의 눈총과 공공요금을 날 적에 올신각신하던 옆방 아줌마들의 목소리들을 하나씩 떠 올라면서 읽었어요. 지금은 셋방살이 설움에서 벗어났지만 그때가 사람 사는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가끔씩 엄마는 말씀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