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 1 스토리콜렉터 4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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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리즈가 끝났다. 루나크로니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었던 '윈터'. 루나 최고의 미녀라 불리지만 자의적으로 마법을 쓰지 않으며 환각에 시달리는 윈터 공주의 이야기가 처음 제대로 다루어지는 권이자, 레바나 여왕의 독재를 멈추고 루나와 지구 모두를 구해내려는 신더의 여정의 끝이기도 하다. 모든 게 끝나는 마무리인만큼, 분량 역시 압도적으로 많다. 결국 번역본에서는 분권이 결정되었을 정도로.

조금이나마 지루해졌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인물들에게 정이 들어서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이들이 어떤 끝을 맞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라도 책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신더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혁명을 잘 이끌 수 있을까. 스칼렛과 울프는 함께 행복해질까. 너무나 부당하게 모든 것을 잃어온 크레스에게 핑크빛 미래가 주어질까. 그리고 본격적으로 새롭게 다루어지는 두 사람, 윈터와 제이신은 어떻게 될까.

이 시리즈의 인물 중 '평범한' 사람은 없다. 단순히 비현실적인 출생 신분을 타고 났거나 능력이 좋거나 외모가 빼어나서만은 아니다. 성격적인 면에서, 그들 모두는 평균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때로는 좋은 쪽으로 그렇지만, 때로는 나쁜 쪽으로 그렇기도 하다. 카스웰은 어찌됐든 사기꾼에 도둑에 남을 등쳐먹는 재주가 뛰어나게 발달한 가벼운 남자다. 스칼렛은 강단 있고 자존심 세고 입도 거칠고 성질도 머리카락 색처럼 불같다. 크레스는 내내 인공위성에 갇혀 지내느라 그랬다는 정당한 변명이 있기는 해도 아무튼 공상의 수준이 평범한 사람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그들 모두를 합쳐놓아도 윈터를 이길 수는 없다. 윈터는 진짜 미쳤다. 위안이 되는 점이 있다면, 곱게 미쳤다. 자신 외에는 누구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어떻게 보면, 조금은 사랑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안녕, 친구."
"안녕, 미치광이."

스칼렛과 윈터가 늘 주고받는 인사가 모든 설명을 대신한다. 윈터의 눈에는 궁전의 벽들이 피를 흘린다. 그녀의 손발은 종종 얼어붙고, 안전벨트가 그녀를 죽이려고 하기도 한다. 때때로 윈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환각에 사로잡혀 헛소리를 늘어놓음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미치기 일보 직전으로 몰고 간다. 그래도 윈터는 사랑스럽다. 다정하고 따뜻한 그 마음은 어떤 미친 짓으로도 가려질 수가 없다. 흉터가 있음에도 전혀 바래지 않는 그녀의 미모처럼 말이다.

그녀의 곁에 제이신이 있다. 사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가장 정이 덜 간 인물은 제이신이었다. 윈터의 소꿉친구로, 또 하나뿐인 첫사랑으로 단둘이 붙어 지내며 엄청난 사랑을 키워온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늘 양어머니에게 학대받고 정신병에 시달리며 지내는 윈터가 안쓰럽고 가엽고 무슨 짓을 해서도 지켜주고 싶은 것도 그럴 만 하다. 그래도 온 세상이 윈터를 중심으로 돌고 있고 그 외의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는 듯한 제이신의 태도는 한번씩 지켜보는 사람을 짜증나게 한다. 윈터는 사랑스럽기라도 한데, 제이신에게서는 그런 면을 발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또 하나의 사랑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연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신더의 혁명은 성공한다. 신더는 새로운 여왕이 되고, 지구와 공정한 평화 조약을 맺고, 루나의 기틀을 다시 잡으려 노력한다. 나아가 언젠가는 군주정을 폐하고 루나를 공화국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카이토와의 로맨스도 순조롭다. 이코는 고문관으로 신더의 곁에 머문다. 스칼렛과 울프는 함께 프랑스로 돌아가고 카스웰과 크레스는 함께 램피언을 몰며 치료제를 배달하는 임무를 맡는다. 윈터는 루나의 제1대사가 되어 지구로 순방을 가고, 제이신은 언제까지 그녀를 경호할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아름다운 결말을 맺는다.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그 과정이 결코 동화같지만은 않다는 데에 있다. 전쟁은 피를 동반하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주인공들은 모두 누군가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 그리고 그 상처를 안은 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서로를 받쳐주며 비틀비틀 걸어나갈 것이다. 미래는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고 애써 위안하며. 서로의 위안을 믿을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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