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기 - 당신의 노후를 바꾸는 기적
김경록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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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시간은 빠르게 간다. 예전에는 그게 한국인의 '빨리 빨리' 근성을 지칭하는 표현이었는데, 이제는 그야말로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우리 사회를 의미하는 말이 된 것 같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고령사회와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 그럼에도 인구의 초고속 노화에 아무런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나라,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그런 곳이다.

   당연히 여기저기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65세의 정년을 미처 채우지도 못한 채 평생 몸 바쳐 일한 회사를 나서야 하는 가장들이 많은 이 나라에서, 고령화는 곧 실업과 파산, 불행과 절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을 꼬박 채우고 명예롭게 퇴직한다 해도 평균수명이 85세를 넘어 95세로 향해가는 지금에는 여전히 30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살아온 인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간을, 새로운 계획으로 채우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시간에 대한 해답으로 '1인 1기'를 제안한다. 노후를 설계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좀 더 정확하게는 전문적인 기술이라는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쌓아둔 자산은 큰 의미를 발휘하지 못하고, 평생 회사생활을 한 후 은퇴한 사람들은 창업의 꿈에 부풀었다가 사기를 당하기 십상이다. 엉성한 판단은 실패로 이어지고, 인생의 황혼기에는 한 번의 실패가 돌이킬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 개인이 지니고 있는 인적자산, 그 중에서도 직업으로 쓸 수 있을 만한 전문적인 기술이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굳이 판검사나 의사가 아니어도 좋다. 아주 작은 기술이라도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오히려 인간적이기 때문에 환영받을 수 있고, 그렇기에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저자가 소개하는 사례 속에서 성공적인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은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도예를 배우기도 하며, 기사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 모든 과정이 '너무 늦은' 과정으로 비춰질 지도 모르지만, 인생을 30년이나 더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 늦었다'고 말하는 건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시간은 많고,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얼마나 잘 쓸 수 있는가, 그것 뿐이다.

   제목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자연스레 설득되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분명 저자의 조언은 일리가 있다. 실제 환갑을 바라보는 부모님은 종종 당신들의 직업에 대해 잘 선택했다는 평가를 하신다.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말 나이가 들어 눈이 보이지 않고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게 되고 인지능력을 상실하지 않는 한 아빠는 번역을 계속할 것이고 엄마는 여전히 상담을 할 것이다. 그것은 큰 경쟁력이 된다. 두 사람은 나이가 가져오는 불안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롭다. 당장 내년이, 혹은 내후년이 된다고 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사라질 거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삶에 더없이 고마운 '빽'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더불어 내가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해 쌓아온 능력이 앞으로의 과정에 힘을 실어준다는 건, 아주 뿌듯한 성취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책을 덮으며, 어쩌면 정말로 해답은 '1인 1기' 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고난 이야기꾼은 다르다

 

   자기계발서도, 경제 관련 서적도 크게 즐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책의 초반에는 중요한 개념을 소개할 때마다 친숙한 영화들이 등장한다. '마션'이나 '인터스텔라'처럼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작품을 간단히 요약하고, 새로운 경제개념을 이에 빗대어 설명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별 어려움 없이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흡수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다채로운 에시가 등장한다. 실제 '1인 1기'를 실행하며 성공적인 노후를 보내고 있는 사례들은 하나하나 소설에 등장할 것처럼 입체적이고 흥미진진하다. 이렇게 늙고 싶다,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들도 많다. 그런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저자의 의견에 설득되고 만다. 정말 제대로 된 기술 하나 있으면 행복한 노후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 노후계획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나이인 나도 이 정도인데, 실제 앞으로의 인생 계획이 막막한 퇴직 직전의 누군가에게 이 책은 어떻게 다가올까. 아마 소중한 이정표를 만난 기분이 들지 않을까.


1인 1기를 향하여

 

   앞으로 30년 동안 60세 이상 인구가 1,400만 명 이상 증가한다. 1,400만 명이면 부산 인구의 4배이고, 춘천 인구의 50배이며, 나주 인구의 160배다. 달리 말하면 30년 동안 총인구는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60세 인구만 모여 사는 부산만 한 도시가 4개 생겨나거나 춘천만 한 도시가 50개 생겨난다는 뜻이다. 나주만 한 도시는 160개가 생긴다.

- p. 25


   30대 중반에 노후에 빵집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빵집 이름까지 지어두었다. 닥터 김즈 베이커리, 간단히 말해 김박사 빵집이다. 이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라도 박사 학위를 반드시 따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때 나의 비전은 이랬다. 동네 사람들이 아침이면 줄을 서 내가 만든 빵을 사고 또 그 빵을 맛있게 먹고 나도 사람들에게 가끔 공짜로 빵을 주면서 행복을 느끼겠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빵집에 와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가고, 새벽마다 밀가루를 반죽하다 보면 아마 팔뚝이 뽀빠이처럼 될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거나 잘 먹다 보니 맛있는 것을 만들 줄 모른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리고 빵 하나 만드는 데도 외워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 p. 226


* 더난프렌즈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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