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재테크 최선입니까? - 두 배로 돈이 모이는 재테크 리모델링
이재철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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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테크 하려고?"

   친구들이 모인 곳에서 이 책을 꺼내들면 어김없이 날아든 질문이었다. 그 질문의 바닥에는 설마, 하는 마음이 깔려 있었다. 내 또래에게 재테크란 그런 것이었다. 아직은 직접 번 돈으로 생활비며 월세를 감당하기보다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 바쁜 나이, 미래는 불투명하고 모아둔 돈은 있을 리 없는 불안한 어른이들인 우리에게, 재테크는 더 잘 나가는 진짜 어른들이 하는 수준 높은 돈놀이로만 느껴졌다.

   사실 그런 가진 것 없는 20대 중반 중 하나인 나에게 이 책은 결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책이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기 손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한 적 있는 '재테크 경력자'들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재테크 최선입니까?'라는 제목 자체가 이미 책을 집어든 독자가 어느 정도는 재테크를 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재테크 서적을 단지 지식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만, 또는 교양서적으로만 접하려고 한다면 차라리 읽지 않는 것이 낫다'(p. 12)는 초반의 한마디에 문득 찔려 책을 덮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읽어나가다 보니 나도 '재테크 경력자'였다. 거창한 포트폴리오를 꾸며본 적도, 미래의 판세를 그려보며 똑똑한 투자를 한 적도 없지만 분명 나에게도 내 손으로 직접 골라 가입한 금융상품이 있었다. 막연히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싶어 시작했던 주택청약저축이 그랬고, 올해 떠나는 일렉티브를 대비하여 2년 전부터 붓기 시작한 적금이 그랬다. 내가 상상하던 재테크에 비해 비록 규모는 적을지 몰라도 분명 나에게도 내 나름대로 상당 기간 유지해온 포트폴리오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책에 등장하는 사연 중에는 나와 닮은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 사실이 심심한 위로가 되었다. 나는 재무 상담가와 만나 자산 현황을 이야기하고 플랜을 세우는 사람들은 전부 다 나보다는 한 수 위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물론 그들은 나보다 훨씬 안정적인 월 수입이 있었고, 때로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펀드며 보험에 이것저것 가입되어 개선의 여지가 훨씬 많긴 했지만, 그래도 재테크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고 늘 불확실한 결정을 내려 때로는 후회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같았다.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을 위해 이 책이 있다. 재테크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짚어주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그러면서도 특정 상품을 막연히 권유하기보다는 경제금융을 보는 보다 넓은 시야를 갖추라고 독려하는 이 책은 아마 지금 이 순간 어떤 이유로든 고민하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직접 만난 여러 고객의 사례들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나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얼핏 재테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거냐고 따져 묻는 듯한 제목의 이 책은 그래서 든든한 조언자이자 힘찬 응원의 목소리가 된다.


금융문맹으로 산다는 것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고등학교 때 경제올림피아드에 나간 적이 있었다. 대학 입시를 위해 AP 시험을 치르느라 벼락치기로 일주일만에 경제 문제집 한 권을 뗐던 무렵이었다. 그 때는 그래도 이런 책에 등장하는 여러 개념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주식과 채권의 차이에 대해, CMA와 적립식 펀드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남에게도 설명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전공과도 동떨어진 데다 특별히 흥미를 가지지도 않았던 분야인지라 그 이후 시간이 지나며 나의 경제 지식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금융문맹'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지만 '세계 금융 이해력 조사'에서는 77위라고 한다. 3명 중 2명은 금융의 기초를 묻는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금융문맹'이라는 의미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금융 교육의 부족을 지적한다. 의무교육과정에서는 경제의 기본개념에 대해 제대로 다루지 않고, 마땅히 배울 곳이 없어 막막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돈의 가치를 누구보다 맹목적으로 추구하면서도 정작 돈에 대해 말하는 것을 상스럽게 여기는 한국인의 특성이 반영된 측면이기도 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런 현상은 노인층으로 갈수록 더욱 심화되어 현재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라는 슬픈 기록 역시 부분적으로는 '금융문맹'에서 파생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신의 재테크 최선입니까?'는 쉽게 특정 상품을 추천하고 개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경제와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깊이 설득한다. 아이가 있는 부모들에게는 초등학교부터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자녀의 경제관념을 키워주도록 권하고, 성인들에게는 쉽게 기초부터 다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은 설득력이 있다. 단기적인 해결책이 아닌 멀리 내다 보는 조언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뼈빠지게 일해서 월급을 받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노동의 대가가 얼마인지는 은행 앱을 찾아봐야 알 수 있는, 매달 돈이 빠져나가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상품에 얼마의 자산이 구축되어 있고 평가액이 얼마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등장한다. 그들에게서 나는 미래의 내 모습을 봤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경제개념은 없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 꼬박꼬박 월급 주는 곳에서 안전하게 일하라던, 너는 개원하면 사기 당하기 딱 좋으니 다른 사람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말라던 지인들의 걱정어린 조언들도 떠올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재무 전문가를 찾아가 똑똑한 포트폴리오를 내밀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정도의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내 손으로 돈을 벌거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좋은 자극이 되어 주었다. 안 그래도 외울 것 많고 할 일 많은 내 인생에 이거 하나 정도는 남의 손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추천하는 '한국은행 경제교육'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추가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느리더라도 조금씩 시작해봐야겠다.


* 더난프렌즈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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