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고양이 - 텍스타일 디자이너의 코스튬 컬러링북
박환철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컬러링북이 처음 유행하기 시작한 건 작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색칠공부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복잡하고 정교한 그림을 하얗게 비워둔 책들이 우후죽순 나타나 서점가를 장식했다. 단순히 공간을 채워넣는 데에서 나아가 음영을 넣고, 무늬를 만들고, 때로는 원 그림을 수정하는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며 컬러링북은 하나의 장르가 되어갔다. 꽃이나 동물 등 하나의 주제를 지정하여 관련된 일러스트를 담은 것부터 컬러링'북'이라는 걸 살려 실제 책의 삽화를 색칠하도록 한 것까지, 컬러링북도 점차 다양해졌다. 종류가 많아진 만큼 신선함은 반감되었다. 허니버터칩이 대박을 친 후 연달아 등장한 온갖 종류의 허니버터맛 과자들이 식상해졌듯, 순하리 유자맛 이후 시장을 뒤덮은 과일소주들이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되었듯 컬러링북도 그저 그런 한때의 유행으로 저무는 듯했다.

   이런 시점에 어찌 보면 후발주자로 등장한 '이상한 나라의 고양이'는 고양이들이 무지개가 뜬 맨홀뚜껑을 통해 세계여행을 하게 된다는 기본적인 줄거리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첫 몇 페이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그림은 삽화처럼 한 구석을 차지할 뿐이다. 그러다 고양이들이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며 화려한 일러스트들이 지면 전체를 차지하기 시작한다. 그것만으로는 새로울 게 그닥 없다. 고양이는 컬러링북의 단골소재이고, 온갖 나라의 풍경을 담는 것 역시 정석적인 시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건 작가 박환철이 텍스타일 디자이너라는 점이다. 텍스타일 디자이너, 즉 패턴을 짜는 일의 전문가인 것이다. 그래서 이 컬러링북의 중심이 되는 건 여행을 떠나는 고양이도, 그 고양이들이 맞닥뜨린 세계 각국도 아닌 패턴 그 자체다. 작가가 철저히 고증하여 재현한 각국의 전통의상의 화려한 무늬, 그 배경이 되는 세계 명소의 정교한 벽화. 패턴이란 반복성을 가진다. 하지만 그 패턴을 색칠하는 일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고양이'는 무척 특별한 컬러링북이 된다.

   컬러링북을 칠하기에 앞서 가급적이면 실제에 가깝게 색을 입히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책 마지막 장에 작가가 친절하게 실어둔 출처들을 되짚어가며 구글 이미지에서 실제 전통의상과 배경이 되는 장소를 검색했다. 평소 그저 참 화려하네, 하고 넘긴 플라멩코복의 무늬를 유심히 뜯어보고 알함브라 궁전의 타일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다 보니 새삼 내가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이 책과 함께 스페인에, 프랑스에, 가나에, 그린란드에, 인도에 다녀왔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국으로 돌아와 간만에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마주했다. 어느 것 하나 아쉽지 않은 화려한 그림들이 재미를 더했다.

   이 책의 마지막 매력포인트는 마지막에 마련된 스티커 페이지. 컬러링북을 하나씩 채워가는 내내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움에  빠져 있었는데 마지막 스티커 페이지가 정점을 찍었다. 하나씩 칠해서 다이어리에, 편지지에, 일상적인 소품에 붙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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