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 5~6세 편 - 아동발달심리학자가 전하는 융복합 놀이 100 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장유경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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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과 실습을 돌며 처음 발달단계를 외웠던 기억이 난다. 4개월에 아이는 목을 가눌 수 있고 12개월에는 혼자 일어설 수 있다는, 그래서 100일 사진을 찍고 1살 때 돌잔치에서 돌잡이를 한다는 설명이 생생하다. 그때는 그게 신기했는데 실제 자라는 조카를 보며 그 단계가 들어맞는다는 걸 확인하고는 더 놀랐었다. 하긴, 수많은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한 뒤 분석하여 만든 게 그 발달표였을 것이다.

   가장 신기했던 건 하도 내용이 많아 시험 전날까지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던 그 발달표를 소아과에 오는 아기 엄마들은 줄줄 외운다는 것이었다. 배정받은 환아 면담을 갔다가 발달 단계를 틀려 보호자에게 그것도 제대로 모르냐고 면박을 당했다는 친구도 있었다. 아이가 좀 늦는 것 같다며 걱정이 되어 외래에 오는 보호자들은 정말로 9개월인데 아직 이걸 안해요, 15개월인데 아직 저걸 못해요, 하는 구체적인 고민을 안고 오곤 했다. 집에 돌아와 이야기하니 엄마는 웃으며 당연한거라고 설명했다. 내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게 눈에 자꾸 밟히는데, 어떻게 그걸 못 외우겠냐고.

   5-6세는 발달표 상으로 줄넘기를 하고, 삼각형을 그리고, 숫자를 열까지 셀 줄 알고, 혼자 옷을 입고 벗는 나이다. 초등학교에 가기 직전의 나이, 유치원에 다닐 나이기도 하다. 한창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하고 싶은 게 많아지며 스스로 해내는 일도 늘어나지만 동시에 사고를 치는 게 일상다반사여서 요즘은 미운 일곱살이 미운 다섯살로 당겨졌다는 말도 흔히 한다. 이 책은 그런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아이와 즐겁게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가르쳐준다. 그냥 재미있기만 한 놀이가 아니다. 유치원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 맞춰 각 연령에 해당하는 발달과제를 익힐 수 있도록 고안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다. 대근육 및 소근육 운동, 언어, 추론과 탐구, 사회성 및 감성, 창의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100개의 놀이는 아이의 발달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가 막막한 부모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아이를 가진 어머니는 전문가가 된다. 수없이 많은 육아서적을 읽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관련 강좌를 수강하기도 하고, 어머니의 어머니에게서 오랜 지혜를 물려받기도 한다. 때로는 소아과 전문의보다 아이의 발달에 대해 더 세세하게 알고 있는 어머니를 맞닥뜨리게 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발달 이론이란 건 어렵다. 5세는 줄넘기를 하고, 삼각형을 그리고, 숫자를 열까지 셀 줄 알고, 혼자 옷을 입고 벗는 나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다른 일들을 하는 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지켜보고 책임지는 건 궁극적으로 아이 곁을 지키는 양육자다. 아이의 24시간을 감당하기도 벅찬 사람에게 대근육 운동, 사회성 발달, 언어추론능력 같은 용어는 와닿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거기서 이 책은 장점을 발휘한다. 매 놀이마다 쉽게 풀어쓴 관련 이론에 한 귀퉁이를 할애한다. 때로는 조기교육의 장단점을, 때로는 어릴 적 운동 참여와 성인이 된 후 신체능력의 연관성을, 또 때로는 부모-자녀 관계의 중요성을 깔끔하게 설명해준다. 이론으로 일관하는 아동발달 입문서는 지루할 수 있어도 귀여운 삽화가 가득한 놀이책에 한 문단씩 짤막하게 소개된 내용은 읽기에 무리가 없다. 아마 이 책을 통해 아이와 함께 시작할 만한 재미난 놀이를 찾고 있는 어머니의 눈에도 이런 설명들은 쏙쏙 들어올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놀이라는 건 모름지기 누가 직접 하는 걸 보는 게 배우기에 가장 이상적이다.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말이나 글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곁들여진 삽화가 이해에 큰 도움이 되기는 해도, 몇 번을 반복해 읽으면서도 어떻게 하는 건지 와닿지 않는 놀이도 몇 개 있었다. 제작비용이 대폭 상승하겠지만 놀이 시연 동영상 같은 게 함께 제공된다면 아이와 놀이를 하려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육아책을 읽기에 내 나이는 너무 젊었다. 아니, 나이의 문제보다는 내가 애를 키우는 입장이 아니라는 게 더 크게 작용했다. 그래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카 삼남매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셋이 모여 이 책에 소개된 놀이를 하는 녀석들을 생각하니 즐거워졌다. 이 책은 내 서가에 남겨두기보다는 막 다섯살이 된 둘째와의 전쟁에 돌입한 언니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미운 다섯살'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언니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이를 키우는 건 힘든 일이다

 

   이미 소아과를 겪은 후여서 다섯살 아이가 치뤄야 하는 온갖 발달과제들은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놀라웠던 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한, 요즘 아이들이 그 발달과제를 이루기 위해 해내는 일들이었다. '도와줘요. 장 박사님!' 코너에 소개된 한 사연에서 어머니는 다섯살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데 자꾸 혼자만 책을 읽어서 걱정이라고, 독서토론논술에 보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된다고 쓰고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에는 논술이 뭔지도 몰랐던 나에게는 가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둘째 조카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니, 일찍 태어나기를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 다섯살의 나는 아마 비 오는 날 노란 장화를 신고 외출하여 달팽이를 잡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였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다섯살은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고, 영어 1:1 튜터링을 받고, 독서토론논술에 참가하고, 인적성검사를 받는 것 같다. 아이들이 전부 슈퍼베이비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 보면 그건 부모가 아이에게 해주어야 하는 게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의 부모님은 자타공인 양육의 달인이었지만 그렇다고 나의 20년 후 미래를 고민하며 영어유치원을 보낼지, 1:1 튜터링을 받을지, 그룹과외를 할지 정할 필요는 없었다(당시에는, 특히 독일에는 이 중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의 젊은 어머니들은 아이의 행복한 삶을 위해 어느 때보다 많은 생각을 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건 늘 힘든 일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힘든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문득 생각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아이가 특정 영역의 발달이 느린데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고민될 때

- 아이와 함께 놀고 싶은데 어떤 놀이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이미 익숙해져버린 아이에게 아날로그 세계의 재미를 보여주고 싶을 때

- 발달이론이 궁금한데 개론서가 너무나도 지루할 때

- 아이 교육에 고민이 많은데 다들 나처럼 힘든 건지 확신이 없을 때

- 육아에 지친 지인에게 센스 있는 선물이 하고 싶을 때



written by. 가비

북폴리오 2016 서포터즈 활동으로 직접 구입하여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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