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의 미술세계를 들여다보려는 목적으로 책을 골랐지만 이 책은 마치 프리다 칼로의 평전과 같다.
책에 묘사된 한 인간의 처절한 삶은 감동적이다. 그러나 모든걸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사랑타령으로 결론짓는 저자의 감성은 문제 있다.
또 하나의 문제를 지적하자면 본문의 내용과 그림의 배치가 너무나 맞지 않는다. 좋은 종이에 하드판으로 정성껏 만든 책이 정작 내용과 레이아웃은 수준 미달이다.
프리다 칼로, 디에고 리베라라는 인간에 대해 알고싶다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언론이고 사람들이고 왜 그리 떠들석 한지 모르겠다.
소재는 100점, 그러나 자칭 비주류인 한문학자의 글쓰기는 때로 위험한 수준이다.
좀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더 많은 공부를 해서 겸손하게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소재와 내용은 훌륭하다.
책의 부제인 '17~19세기 유럽의 일상세계'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역사 연구에 있어 '미시사'의 방법과 사례로서 슐룸봄 교수의 논문은 가치가 있었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이라는 추상적 일반화에 의해 묻혀버렸던 일상적 역사 참여자들의 이름이 논문들을 통해 생생하게 부활한다. 이 책에 소개된 7편의 논문들은 소설처럼 재미있기까지 하다. 하나의 논픽션 드라마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논문을 대하는 거부감이 전혀 없다. 아직 우리 역사에 대한 미시사적 연구에 이렇다 할만한 성과는 없는 것 같다. 하루빨리 우리의 17~19세기 일상세계를 비춘 현미경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책의 부제인 '17~19세기 유럽의 일상세계'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역사 연구에 있어 '미시사'의 방법과 사례로서 슐룸봄 교수의 논문은 가치가 있었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이라는 추상적 일반화에 의해 묻혀버렸던 일상적 역사 참여자들의 이름이 논문들을 통해 생생하게 부활한다. 이 책에 소개된 7편의 논문들은 소설처럼 재미있기까지 하다. 하나의 논픽션 드라마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논문을 대하는 거부감이 전혀 없다.
아직 우리 역사에 대한 미시사적 연구에 이렇다 할만한 성과는 없는 것 같다. 하루빨리 우리의 17~19세기 일상세계를 비춘 현미경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난해, 위암에 걸리신 아버지의 병상을 지키느라 몇 일 밤을 병원에서 보낸 적이 있다. 애가 타는 마음에 이것 저것 물어도 뭐라 속 시원한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의사들이 참 야속했지만 그래도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만나는 의사선생님은 외경의 대상이었다.8년 동안 외과 레지던트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아툴 가완디의 고백은 야속했던 의사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현대’, ‘첨단’과 같은 가치들로 과학의 현실 설명력을 신뢰해왔다. 그러나 닥터 가완디는 커다란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대 의학은 인체에 나타나는 현상에 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또 그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환자에게 뭔가 해야 하는 의사의 일상을 긴장감 넘치는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때로는 민감할 수도 있는 소재에서 깊이 있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내가 처음 아버지의 병세를 전해 들었을 때는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어쩌면 수술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좀 더 큰 병원에서 ‘글쎄요’라는 말과 함께 69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감행했고 아버지의 위는 3/10만 남았다. 의사는 앞으로 6번의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며 위의 크기는 1년이 지나야 원래의 크기가 된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퇴원한지 몇 달 만에 예전의 식사량을 회복했고 결국 세 번째를 마지막으로 힘겨운 항암치료를 끝낼 수 있었다. 우리는 그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과학이라는 방법으로 신중하게 행한 예언(?)이 빗나가는 것을 경험한다. 여전히 현실은 불확실하다. 어쩌면 그 불확실성이 세상을 가치 있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완벽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면 결과가 뻔한 그 세상에 어떤 재미가 있을까?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을 통해 보여줬던 우리 회화에 대한 선생의 사랑은 우리 문화 전체로까지 확장된다.그 동안 조선의 역사를 약간은 수치스럽게 생각해 왔었다. 변명하자면 내가 받았던 교육을 통해서건, 매일 싸움질과 권모술수만 일삼는 사극 드라마를 통해서건 내가 본 조선의 역사는 쪽 팔린 수준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던 중 듣게 된 “MBC 도올특강 - 우리는 누구인가”를 통해, 그러한 시각들은 여전히 살아남은 식민사관에 의한 것이며 조선의 역사가 자랑스러운 것임을 주장한다. 때마침 오주석 선생이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가는 ‘조선문화 사랑론’도 도올의 주장을 뒷받침한다.옛 그림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하여 이제 우리 문화와 역사를 가슴 뿌듯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토요일엔 박물관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