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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도전의 증거
야마구치 에리코 지음, 노은주 옮김 / 글담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대학 적어도 대학 3학년 정도까지만 해도, 나도 이 책의 주인공 야마구치 에리코와 같은 삶을 살 줄 알았다. 열정적이고 추진력이 있고, 거침없는 그런 삶. 근데, 어느 순간 돌이켜 보니, 내 꿈의 사이즈가, 내 뱃살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엔 세계를 품었는데, 그게 중국만해지더니, 다시 대한민국만해졌다. 연봉 3천만 받는 회사에서 2천만...하다가 이제 그냥 시집이나 가서 밥이나 해야지... 난 요리하는거 좋아하니까 그렇게 살아도 괜찮아. 행복할거야... 이런 생각으로 변해버렸다. 문득 이렇게 살다가 나 그냥 죽지 싶었다. 인생을 즐길 여유도 없고, 삶이 행복한 거라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하고, 내가 이루고 싶은 꿈도 이루지 못하고, 원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해보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비키니 한번 못 입어보고 내 청춘이 도서관에서, 학원에서 다 지나가버리는구나 싶었다. 촉매제가 필요했다. 전환점도 필요했고. 한계는 여기까지.라고 인정하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했다. 그래서 뭔가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한다. 약간 방향을 틀어보니, 그쪽길도 여전히 어둑어둑하기는 하지만, 뭔가 잘 할 수 있을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기고, 설레이더라. 꼭 성공해야지!라는 마음도 있지만, 폭상 망해버려도 상관없어. 되는 길을 다시 찾으면 되니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었을때만 해도 여전히 막막했었다. 언젠가부터 리뷰를 쓰는게 조금씩 힘들어져서 미루고만 있었는데,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야마구치 에리코가 경험했던 일들을 돌이켜보니, 내가 하고자 하는건 일도 아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소리없는 총성이 울릴 전쟁터로 나는 떠나겠지만, 힘들때마다, 실제 총소리를 들으며, 몇 차례의 사기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나아간 그녀를 생각하면서 견뎌야겠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나의 스물 여섯을 돌이켜봤을때 후회하지 않을 만큼만 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