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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을 했다. 이후 줄곧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한의대생도 자살을 하고, 부모님게 뭐 좀 혼났다고 해서 자매가 자살을 하기도 했다. 친구 동생네 학교에서는 전교 1등하던 학생이 왕따를 겪다못해 학교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게다가 어젠, 자살로 추정되는 흔적을 보았다. 주차된 차 두대의 앞유리와 백미러가 부서져있고, 주위로는 혈흔... 소름이 끼쳤다. 구토가 날 뻔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들었던날, 난 슬프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죽는다고 이 세상 모든일이 해결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었다. 추모기간동안 어디에도 내 의견을 피력하진 않았지만, 죽고 난 뒤에 영웅으로 추앙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떤 일이 있었건 그래도 한 나라의 수장이었던 사람이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하듯 세상을 져버린게 원망스럽고 한심했다. 자살이 벼슬인가? 자살이 유행인가? 10대 소녀들은 삶이 무엇인지 알고 자살을 했을까?! 이유야 어떻든 자살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다.
여기, 우리 사회였더라면 백번도 더 자살을 하고 싶었을, 동굴속에 쳐박혀 세상의 빛을 더이상 보고싶어하지도 않았을만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이 세상 누구보다 천진한 다섯살의 어느날, 갑자기 혈류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괴사되어가는 팔, 다리를 잘라냈다. 아직 아무것도 몰랐을 어린 나이의 꼬맹이는 그 고통과 아픔속에서도 '잘' 성장했다. 물론, 그렇게 '잘' 성장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없다고 하는 미국이었지만, 학교 성적은 엉망이었고, 학교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친구도 없이 언제나 쇼파에 쳐박혀 감자칩을 먹으며 소일하던 그는 문득 형을 따라 시작한 레슬링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가 4년에 한번씩 보는 그 레슬링이라는 운동을 팔, 다리가 없이 한다고 상상해보라. 그런 그는 비장애 선수들과 동등하게 경기를 치러 42승 4패라는 놀라운 전적을 기록했다. 물론, 이제 대학에 진학하고 체급도 올리면서 어쩌면 그가 레슬링을 하는것이 더 어려워 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세상의 불운을 모두 가진듯한 한 남자가 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어디선가 뛰어내렸다면, 우린 그의 용감한 도전에 박수를 보낼 수 없었으리라. 그는 세상 그 누구보다 멋진 여자친구가 있고, 그를 믿어주는 부모님, 친구, 선생님이 있다.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그는 당당하게 운명과 고통을 이겨냈다. 그래서 더더욱 나보다 훨씬 행복해 보이는 그이지만, 앞으로 그에게 더 행복한 일이 있길... 그리고 더 많은 희망을 우리에게 전달해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