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차 말했지만, 하루키의 소설은 읽은 기억이 없다. 상실의 시대를 읽긴했지만, 겁나먼 옛날 이야기고, 기억도 안날뿐더러 내가 이해하기엔 그땐 너무 어렸다. 그런데, 지금도 딱히 그의 소설을 읽고 싶은건 아니다. <상실의 시대>가 나왔을때 내가 이십대의 언저리에 있었다면 무척 동감하면서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00년대에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도 여전히 <상실의 시대>가 유효한지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의 에세이(특히 먼북소리!)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웃음과 여러가지 생각을 선사하기에 이 책이 소설이 아닌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책을 들었다.

 

 

어쨋든 일본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하루키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책을 팔아치운 바로 그 하루키가 벌써 60대. 벌써 인생을 돌이켜 봐야 할때가 된것일까?! 회고록을 내지 않겠다, 자전적 에세이는 내지 않겠다.고 했던 그는 평소 즐겨하던 달리기를 통해서 소설가로써의 삶을 회고한다.

 

 

어쩌다 달리기를 시작하였는가에 대한 답을 꺼내기 위해 어쩌다 소설가가 되었는지에 대한 답도 나오고, 그 후로 줄곧 달리면서 마라톤에 참가한 이야기와, 책의 마지막 부분엔 트라이애슬론까지 참여하는 이야기가 줄줄이 비엔나처럼 엮여 나온다. 특히 놀라운 것은 하루키가 100km 달리기에 성공했다는 사실인데, 나로써는 그런 대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생소할 뿐만 아니라, 그런 대회에 참석해서 100km를 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고, 그걸 성공한 사람이 하루키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책 속엔 이런저런 사진들이 실려있는데, 하루키 몸매가 생각보다 훨씬 좋더라구. 워낙에 체구가 왜소하니까 탄탄한 근육따위 없을 줄 알았더니 아주 몸매가 쌔끈!했다.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이미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작가들은 창백하거나, 다크써클이 짙게 드리워 있거나, 담배에 찌들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의 매일 일정한 시간에 운동을 하는 하루키의 생활을 엿보니, 또 그의 구릿빛 피부와 탄탄한 근육을 보니 그가 그토록 많은 책을 꾸준하게 펴 낼 수 있었던 것은(내용과 관계없이!) 역시, 신체를 건강하게 단련하는 것 때문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책을 읽고 있자니 괜히 밖에 나가 한바탕 달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수차례 들었다. 창밖의 날씨가 심하게 화창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한바탕 달리고 나면 나도 내가 원하는 일련의 일들이 잘 풀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계속하는 것ㅡ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지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p

 

 

나는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은 아니다. 진다는 것은 어느 정도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든 영원히 이기기만 할 수 없다. 인생이라는 고속도로에서 추월 차선만을 계속해서 달려갈 수는 없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똑같은 실패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다. 하나의 실패에서 뭔가를 배워서 다음 기회에 그 교훈을 살리고 싶다. 적어도 그러한 생활 방식을 계속하는 것이 능력적으로 허용되는 동안은 그렇게 하고 싶다.8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