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김연수. 그러니까 내가 그를 알게 된건 고2 즈음인것 같다. 그의 책 제목만을 보고서 호기심에 바로 책을 샀었고, 스무페이지정도 읽었을까.... 곱게 책을 덮으면서 내가 좀 더 크면 이 책을 읽도록 하겠어!라는 다짐을 했었다. 그때 그 책이 <꾿바이, 이상>이었다.

 

중학교때 처음으로 접한 이상의 시 <거울>을 보고서 나는 심한 문화적 충격에 빠졌었다. 말과 글이라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너무나 일상적으로 접하는 것으로 저런 묘한 재주를 부린다는게 신기해서 그 시를 줄줄 외웠고, 나는 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었다. 그런 李箱이었기에, 내게 <꾿바이, 이상>이라는 소설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으나, 지나치게 어렵게 느껴졌었다. '아, 어렵다. 이건 해박한 어른들이 읽는 책이다.' 라는 인식때문에 아직도 책장에 곱게 꽂혀있다.

 

 

 

그런 김연수의 책을 읽었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물론, 여전히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들도 있었다. 지금 내가 무슨 글을 읽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들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고, 대충 슥슥- 읽고 와~ 다 봤다~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책들 속에서 마음에 여운을 진하게 남기는 기행은 드문데, 이 책은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고,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편안하다.

 

 




중국, 일본, 미국, 독일 등등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써내려간 글들 중에서 특히, 좋았던 글들을 뽑아보자면, <빅 웬즈데이를 만나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 >, <내 피를 물만큼이나 묽게 만들지 않으면>, <당신들은 천당과 지옥의 접경으로 여행을 하고>정도를 뽑을 수 있겠다. 특히, Don't Loiter라는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가 않는다. 

 

 

 

책속엔, 조선족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차례 등장을 하는데, 북경에 있을때 일이 생각이 났다.

 

你是韩国人还是朝鲜人还是朝鲜族?(당신은 한국인입니까 아니면 북한사람입니까 아니면 조선족입니까?)

그때, 같이 살던 친구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해서 작은 팬시점을 종종 들렀는데 대체로 일본에서 수입해온 펜이나 노트 등등 소녀들이 좋아할만한 물건들을 파는 곳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들여온 제품들도 있었는데, 거기 주인이 우리를 보더니 기다렸다는 듯 저 질문을 했다. 当然韩国人~(당연히 한국인이지. 이 병신아, 눈이 있으면 차림새를 좀 봐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_-) 이라고 했더니 이게 뭔지 몰라서 못 팔고 있는데 이게 어디에 쓰는건지 가르쳐 달라고 하더라. 거기엔 한글로 "폼클렌징"이라고 써있었다. 과연, 朝鲜人이나, 朝鲜族은 못 알아먹을만한 한국말이었다. 얼굴 씻는데 쓰는거라고 알려주고 나니,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시팡런(西方人xifangren서양인)이 동팡런(东方人dongfannren동양인)에게 너는 한국인이냐, 일본이이냐, 중국인이냐 라는 것을 묻는 것보다 천만배쯤은 충격적이었다. 난 너무나 당연하게 그냥 한국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해외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한국인, 북한사람, 조선족.이라는 분류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서글퍼지기도 하면서 여지껏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아주 妙한 기분이 들었던 거다.

 

뭐, 중국에서 북한사람은 만나보지 못했지만, 다양한 종류의 조선족을 만나봤다. 한민족이라고 하기엔 우리 사이의 괴리감이 너무나 컸고, 그들이 한국인들을 대할때의 적대감이 대단했다. 뭐, 우리는 한민족이니 어쩌느니 하는것 자체에 나는 거부반응을 느끼고 있긴한데... 갑자기 이 생각을 하니까 머리가 좀 아파오려고 한다;; 삼천포로 빠진 이야기는 그냥 대충 여기서 마무리하고;;

 


 

 

 

 

 

김연수는 내게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이건 그저 여행을 하고서 쓴 산문일 뿐인데도 어렵다. 그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슬쩍 미소를 지었지만, 소설가의 기행이라는 것이 남들과 똑같이 여기는 좋았고, 저기는 어땠으며, 난 여기서도 사진을 찍었고. 라는 것만을 보여준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의 글에는 여행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작가가 가질 수 있는 다방면적 사유의 흐름을 이 책에서는 엿볼 수 있다.












소설가 선생, 당신은 참으로 총명하오!!!

니 슬 헌 총밍!

유 아 인텔리전트 데쓰!!!

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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