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 - 지금, 여기, 서울로의 산책
장태동 엮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도서관을 방황하다 예전에 누군가의 리뷰에서 본 글이 생각나 집어 들었다. 리뷰를 쓴 사람은 별 다섯개를 줬었는데 그 글을 쓴 이는 내가 아주 오랫동안 지켜봐왔기 때문에 몹시 신뢰를 하던 이였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의견이 상당히 달랐는데 아무래도 서울사람과 서울사람이 아닌 사람의 차이가 큰 것 같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나도 한때나마 상경을 꿈꿨던적이 있다. 고 2때, 특별반에 뽑혔을때만 해도 서울대는 당연히 안될꺼라는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in서울대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노력했건만 그 특별반에 있었던 많지 않은 친구들 중에 내가 젤 병신같은 대학을 갔을게다-_- 조금 슬프다. 아니, 많이..............  아무튼 상경의 꿈이 무너지고 여전히 부산 언저리를 떠나지 못하며 지잡대에서 바보짓을 하고는 있지만 종종 서울을 찾는다. 친구들을 만나러도 가고, 시험도 치고 말이다. 언제고 서울로 뜰!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네... 그런데, 종종 찾던 서울이라는 도시는 내게 너무도 낯설다. 지난해 짧게 여행을 갔던, 말한마디 통하지 않는 도쿄보다도 더 멀게 느껴졌다.(그렇다고 도쿄가 낫다는 얘기는 아니고) 이미 수차례 다녀갔고, ktx타면 두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곳이고, 우리 집 앞에서 출발하는 서울행 고속버스도 있고, 말이 통하지 않는 곳도 아니고, 친구가 없는 곳도 아닌데 대체 그곳은 왜 그리도 멀게만 느껴질까.
 
 
곰곰히 생각해보자면 도쿄는 모든게 신기했다. 그건 내가 그곳에 있는 모든것을 다 받아들이겠어!라는 아량이 넓은 여행자의 마인드로 방문을 했기 때문에 편했던것 같다. 북경은 오래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제 2의 고향같은 곳이기 때문에, 그리고 언어에서부터 문화적 차이까지 모두 배우겠다는 낮은 자세로 살았기 때문에 낯설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이제는 북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되려 고향 얘기 하는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서울에서의 내 느낌은 나는 이곳에 정착할 수 없고, 떠나야만 하고, 이곳 역시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것 같지 않은 느낌, 나는 그곳에서 여전히 이방인 일 수 밖에 없는 느낌이 들었던것 같다.
 
 
내게 너무 낯설었던 수도 서울은 사람을 마구잡이로 먹어치워 우리나라 인구 중 1/4이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언제나 "서울은 만원이다."를 외치고는 있지만 서울은 그 크기가 줄어드기는 커녕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늘고, 면적도 늘어나고 있다. 예전의 서울은 사대문안만을 서울이라 했지만, 이제는 서울 근방의 위성도시들까지 서울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 몇백년 쯤 후에는 대한민국은 사라지고 서울만 남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억측인걸까?! 어릴때부터 "말을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야한다"는 속담을 들어왔기때문에 나도 당연히 서울로 가야만 하는 것인줄로 알고 살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탓에 각종 인프라가 발달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산업등등 모든 부분이 서울에 집중이 되어 있다. 그렇기 떄문에 또 사람들이 더 모이는것이고, 그러니까 자꾸만 서울은 팽창하고 있다. 덕분에 아름다웠던 그 옛날 서울은 모두 사라지고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와 아스팔트 도로, 그리고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밖에 없는 도시가 되버린것 같아 아쉽다. 서울은 6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역사는 사라지고 사람만 남은 도시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역사는 대체 어디서 찾아볼 수가 있는걸까?! 불타버린 숭례문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사라져버린 집에서?! 사라질 위기에 닥친 한양주택에서?!  
 
 
친구 H는 언제나 파리를 꿈꾸고, 파리지앵을 꿈꾼다. 부디 좀 더 대한민국을 사랑했으면 좋겠지만 그녀는 짧게나마 다녀온 파리를 잊을 수가 없는것 같더라. 모든게 다 로맨틱하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그 도시로 꼭 떠나고 싶다고 하더라. 이 땅 반대편에서 살아가고있는 어떤이가 서울내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아름다운 서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는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데, 나이나 출신지역에 따라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어떤이의 글에서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빼곡한 간판으로 가득찬 서울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였건만, 또 어떤이는 24시간 깨어 있는것 같아 좋다고 한다. 또 어떤이는, 서울토박이(1930년대 이후 3대째 서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타지역에서 올라온 이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뉘앙스를 풍기는데, 또 지방에서 올라가 서울에 정착한 이는 서울은 포용할 줄 아는 도시라 좋다고 한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는점은 좋았다. 그 중에 가장 공감이 가면서도 마음에 들었던 에세이는 "강정 시인의 서울이라는 거대한 잠수함, 또는 변두리 잠망경을 통해 본 신중현과 김수영"이였다.
 
 
하지만, 편협한 시각을 볼 수도 있었는데, 길에서 하는 놀이 다망구
는(서울에서는 조금 다른표현이었는데 뭐였더라-_-;;)는 서울에서만 하던 놀이가 아니다. 미안하지만, 이곳. 부산에서도, 내가 어린 시절에 했던 놀이였다. 이런 놀이가 사라진건 비단 서울만 그런것이 아니고, 어느 도시이건 골목 문화가 사라지게 되면서 어쩔수 없이 사라져버린 놀이인데, 마치 서울만 가지고 있었던 놀이 문화라고 말하는것은 옳지 않다.  또, 서울음식의 대표 주자가 길에서 파는 먹거리라니. 마지막 즈음에 있는 이 글을 보는 순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그건 서울만의 문화가 아니며 대한민국의 문화다. 서울만 그런것이 존재한다, 혹은 존재했다.라는 의견들이 눈에 자주 띄던데 좀 씁쓸하더라.
 
 
 
 
 
 
*오자 : 161페이지. 북쪽으로 북악산을 등지고 있는 경복궁은 1395년 태조가 창건한 궁궐이다. 1952년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다가 1868년 고종 때 중건되었다.
 
휴... 나같이 역사에 대해 무지한 사람도 이건 아니라고 본다. 출판사, 정신 단디 챙기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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