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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김영하의 퀴즈쇼가 나왔다. 언제나 내 열 손가락 중에서도 가장 통통하고도 짧은 첫번째 손가락으로 왕입니다요~!라고 외쳐주게 되는 김영하의 신간이 나왔다. 으흐흐흐.
물론 ㅈ일보에서 열심히 연재되고 있을때 이우일의 그림과 함께 열심히 봤는데, 그렇게 보니까 너무 감질나고 참참참 답답해서 열심히 보다가 때려쳤었다.
발간 되자 마자 구매를 했더니, 요로코롬 김영하 아저씨께서 싸인한 책을 보내셨다. 나름 1000번째 안에 들었구나, 기뻐하면서...ㅋㅋ(현재 나의 디카가 캐나다에 가 있는 관계로 화질은 구리다.)
위에 책이 바로 이번 퀴즈쇼이고, 밑에 책은 [오빠가 돌아왔다]가 발간되었을때, 아침365에서 작가와의 대화에서 당첨되서 받았던 싸인...!
뭐, 김영하를 직접 본적도 없고, 내 이름이 적힌 사인북도 아니고, 사인 받은 책들은 온기 없이 택배아저씨들로 부터 받았지만, 그냥 좋다. 왜?! 팬이니까. 원래 팬들은 아무 의미 없는 것에도 날뛰고 좋아 하는 법이다. 국제영화제에 김영하가 거의 매년 출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휴, 김영하 머리카락 하나 못봤다. 내가 아는 ㅈ언니는, 사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었던데....ㅋㅋ 게다가 같은 극장에서 영화도 봤다는데...
여하튼, 이토록 좋아하는 김영하의 신간이다. ㅈ일보에서 연재를 시작한게 엊그제 같았는데 이렇게나 빨리 책이 나오다니 문학 평론가 복도훈의 말처럼 열대 식물처럼 느닷없이 자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세월 가는 것을 모르고 사는건지, 참 빨리도 나왔다.
우선 주인공 민수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참, 그야말로, 참... 내가 경멸하는 종류의 인간이다. 세상 어려운 줄 모르고, 부모님 밑에서 기생하고, 앞날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는, 한심한 종류의 인간들. 사지가 멀쩡하면서 10원짜리 하나 벌 줄 모르고,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올릴줄 모르고, 세상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기만을 바라는 그런 종류의 인간들....!!! 그나마 민수는 방대한 독서량을 통해 TV의 퀴즈 프로그램에라도 나가고 결과에 어떻게 되었든 퀴즈를 푸는 '회사'에도 들어가지 않는가?!
암튼, 딱 내가 질색하는 스타일의 주인공 민수가 옆방녀에게 돈 빌려가는 그 장면에서는, 정말로 기겁했다. 김영하는 혹, 나의 인생을 엿보고 있었던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죽어버린 옆방녀였다. 비록 고시원에서는 아니지만, 옆방녀처럼 늘쌍 고구마를 먹으며 열심히?! 공부 하는 나는, 민수같이 인생을 책임지지 못하는 어리석은 30살 오빠에게 10만원을 빌려주었고(네 달이 지난 지금까지, 민수같은 놈은 내 돈 10만원을 갚지 않았다.) 복합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그 덕에 가벼운 우울증에 걸렸고, 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내가 옆방녀처럼 자살을 했다고 했을 지언정 민수처럼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돈을 갚지 않았겠지...?! 암튼 난 죽지 않았고, 살아 있는한 내 돈 받아내야겠다-_-! 빛나처럼 민수에게 게으름이 뼛속까지 베어있다고 얘기해봤지만, 민수가 그러했듯이 여전히 그냥 그러고 살고 있더라...
헌데, 민수가 회사로 들어간 뒤부터의 내용은 어쩐지 조금 이상했다. 회사라는 공간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읽으면서 계속 이야기가 무릎팍 산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조금 황당하기도 했고... 어쩐지 그의 글이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되었다가, 영화 [매트릭스]가 되었다가, 갑자기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같기도 했다가(왜 그 시즌1에서 헛소리하는 총각 하나 있지 않은가...), 기욤 뮈소의 [구해줘] 처럼 말도 안되었다.
물론, 민수가 현실로 돌아온 뒤로는 그런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지만, 뭔가 타인의 느낌이 든 다는 것은 조금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그리 하였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뭐. 재밌었다. 이우일의 그림이 없는 것은 정말 너무너무 아쉬운 일이였지만,(특히 그 안젤리나 졸리 그림은 엄청나게 인상적이였는데...!) 또, 책속에 등장하는 퀴즈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너무 없어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use의 Unintended와 함께한 퀴즈쇼는 내게 행복한 하루를 선물해주었다.
- 마지막 작가의 말에 와이프에게 한 이야기가 참 질투났고...풉...! "부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은 내가 글 쓰면서 자주 써먹는 말인데, 정말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김영하가 나를 보고 있는게 분명해...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기회는 신선한 음식 같은거야.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떨어져. 젊은이에게 제일 나쁜건 아예 판단을 내리지 않는 거야. 차라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게 더 나아. 잘못된 판단을 내릴까봐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거, 이게 제일 나빠. - 곰보빵 할아버지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