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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블랙독 -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안한 그림책
매튜 존스톤 지음, 표진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4명의 여성 중 한 명, 6명의 남성 중 한 명은 그들의 일생 동안 적어도 한 번은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이 전세계 질병의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 영어사전에서 ‘black dog’의 뜻을 검색하면 ‘우울증’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검둥개’가 왜 우울증을 뜻하는 말이 되었을까? 그 말의 유래는 영국 전 수상 윈스턴 처칠이 평생 안고 살았던 자신의 지독한 우울증을 ‘블랙독’(black dog)이라고 부른 데서 나왔다고 한다. 한 나라의 수상이라는 위치에서 자신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해 ‘블랙독’이라는 애증이 섞인 별칭을 붙였다는 것이다. 처칠 이후로 블랙독이라는 표현은 우울증을 뜻하는 말로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감기에 걸리는것처럼,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마음의 감기라고도 하는 이 우울증은, 감기처럼 가만히 냅두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나갈 수도 있고, 심각하게되면 자살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너무나 허무하게 짧은 이 책은 우울증에 대해 그 어떤 묘사 보다도 잘 표현해 주었다. 윈스턴 처칠이 그랬던것처럼, 그리고 내가 그랬던 것 처럼, 우울한 그 감정을 남들에게 속이게 되는 것이 가장 문제였다.
책 속 이야기에서 처럼 내 감정을 속이고 밝은척을 했다는 사실이다. [녀석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들킬까 봐, 나를 감추고 멋지고 훌륭한 사람인 척 사람들을 속이게 되었다.]
너무 아프고 힘든데, 아닌척, 잘하고 있는척, 그리고 그렇게 믿어 주는 사람들, 고민을 이야기 하면, 원래 너는 잘 하니까. 잘 하는 아이가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아?! 라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우울한 그 감정을 속이고 있느라 몸이 반응을 했고, 밥 한 수저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죽어버리겠다며 다짐까지 한적 없지만(그정도로 심각하진 않았었다;;) 자살하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고, 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참 많이도 했었다.
이제와 그날들을 돌이켜 보면 지독한 감기에 걸렸었다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만, 그땐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고,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울었고, 밥 한 수저 제대로 삼키지 못했었다. 창 밖을 바라보며 죽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나를 이해해 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고, 친구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다들 외국에 있고, 나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혼자인것만 같았고, 외로웠고, 누군가 만나고 있어도 허전하고, 공허하고 괴로운 마음은 해결 되지 않았다.
여전히 싫은거 싫다고 잘 못하고, No!라는 말따위 잘 못하지만, 그래도 화가 날땐 화를 낼 수 있게 되었고, 화가 나는 상대에게 있는 대로 화를 내고 나니, 친구란 친구한테는 모두 전화해서 있는 고민 없는 고민 다 털어 놓고 나니 속이 좀 후련했고, 블랙독은 내게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요즘은 그런 우울감이 거의 생기지 않지만, 그래도 조심해야한다. 블랙독은 언제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타날지 모르니까....!
원래, 워낙에 낙천적인 성격인데다 밝아서 아무도 내가 그럴 될 줄 몰랐다고 얘기했지만, 원래의 성격이야 어떻든 블랙독은 한번 들러붙으면 떨어질 줄 모르는 미친개다-_-
조심하자, 우울증. 그리고 주위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보자.(사실, 내 한몸 간수하기도 어렵지만-_-)
책 마지막에 보면 우울증 자가진단테스트 같은게 있는데 그때의 그 감정상태를 테스트 해보니까 심각한 우울증이라고 당장 가까운 병원을 찾으라고 되어 있었다. 10분만에 다 볼 수 있을 만큼 아주 짧은 책이니까, 모두들 테스트 한 번 해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