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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 스무 살이 되는 당신
장영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스무살, 그때의 기억이 아련하다고 하기엔, 내 나이가 아직 젊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내겐 스무살의 풋풋한 추억따윈 없는 관계로 아련하지도, 쌍큼하지도, 산뜻하지도 않았다.
나의 스무살은 고3때 보다 백배쯤은 더 우울하고 골때리고 암울한 고 4였기 때문이다. 햇빛도 들지 않는 침침한 강의실에 약 백여명의 재수생들과 함께, 서로 조퇴증을 끊겠다며, 오늘 아파보이지 않아?! 물어보며... 몰래 살짝 담넘고, 도시락 까먹고, 공부하고, 엎드려 자고, 내게 관심도 없는 모군을 좋아하기도 하며, 그렇게 그렇게 우울한 나날들을 재수학원에서 보냈다.
대학만 가면~이라는 캠퍼스의 낭만을 나누고, 선배들과 술마시고, 동아리 활동하며 세상이 모두 내것인양 돌아 다닐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이미 그렇게 지내고 있는것 같아 보였던 친구들이 저마다의 아픔과 고민으로 방황하는 줄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그들을 동경했고, 나는 스물 한살이 되어 대학에 들어갔으며, 대학 생활에서 낭만따위는 찾기 힘들었고, 나의 스무살에 대한 기억은 더욱 어두워져만 갔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때 재수를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지금 보다 더 좋은 학교를 다녔을텐데, 그때 재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부모님 돈도 안 까먹었을것이고, 좋은 남자는 아니더라도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복학생 선배에게 꼬심을 당했을지도 모르고, 지금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공부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If절은 존재 하지 않으니까, 후회하지 않으련다. 대신 앞으로의 인생에서 후회따윈 하지 않게 노력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장영희 교수님의 글은 언제나 그렇듯 소녀적 감상과 멋진 시로 글을 채워주셨고, 참 좋아하는 김점선 선생님의 글은 사실, 뭘 얘기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되었다. (하지만, 김점선 선생님... 암으로 투병중이라는 기사를 봤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답니다. 더 당찬 말그림을 스무살 아가씨들에게 보여주셔야죠..... 어서 빨리 쾌차하세요...!!!) 김현진이라는 작가의 글은 비슷한 또래라 그런지 가장 공감이 되는 글이었다.
나의 스무살은 더이상 돌이킬 수 없다. 사실,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돌아가게 된다면 뻔히 수능 잘쳐놓고, 어이없이 대학에 또 떨어져버리는 실수 따윈 하지 않겠지만, 그때의 시간들은 그대로 묻어두고, 서른살즈음을 기다려보자....
아직 나도 어지리만, 겨우 스물 넷이지만, 스무살의 그 언저리에 있는 아가씨들이라면, 지금 하는 것이 무엇이 되었든, 조금 더 미쳐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뭐 하나를 해도 화끈하게 미쳐봤으면... 그리고 나도, 아직 스무살의 언저리라고 믿고, 내가 하는 일에 화끈하게 미쳐보고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스무살은 어떤 추억으로 가득차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