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4학년 1학기를 마치고서 휴학을 했다. 남들보다 더 잘 살아보겠노라고, 내가 원하는 꿈을 찾아 날개를 펼치기 전에 잠시동안 움츠리는것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취업에 대한 일종의 도피 휴학이였다. 스킨만 대충 펴바른 칙칙한 얼굴에, 뿔테 안경을 끼고, 츄리닝을 입은채 토익책과 HSK책을 들고 도서관과 독서실과, 내 방 책상위를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왔다갔다하며 공부에 파묻혀 있는게 일상이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하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고, 우울증과 탈모, 극심한 외로움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꿈을 찾기는 커녕, 이러다 자살을 해버리겠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우울한 일상에 활력소가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오기사 책과 같은 완소 "여행책님"들이다.  언제부터 여행이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외국이 되었든, 한국의 들어본적도 없는 시골이 되었든 일상으로부터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행은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기차를, 혹은 비행기를 탄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세면도구를 챙기는 것 하나만으로도 일상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버릴 정도로 여행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떠날 수 없는 처지. 닥쳐올 시험과, 부족한 용돈의 압박, 부모님은 주지도 않고 있는 눈치를, 스스로 보면서 난 여행을 갈 수 없어!라고 단정지어버린다.

 

뭐! 아무렴 어때! 오기사와 함께한 바르셀~로나가 있는데...!!

 

요즘은 워낙에 다양한 여행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문자 그대로 개나 소나 여행관련 책을 내고 있고, 대부분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서는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가는 길, 각종 느낀 점들을 엿볼 수 있기에 별 특별날 것도 없어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어쩐지 마음이 흐뭇~했다. 그렇지 않아도 영어과 중국어의 줄타기 속에서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았는데, 글자가 많이 없으며 무성의 한듯, 성의 있는 오기사의 그림은 보기에 꽤 괜찮았으며, 드문드문 출현해주시는 스페인어는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으나, 꽤 멋진 사진들 속에서 그런 기분도 말끔히 씻었다.

 

이 세상 어려움들이 모두 내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저마다의 어려움과 곤란함은 있는거다. 쇼펜하우어도 말하지 않았던가, 생은 苦라고.... 나 뿐만 아니라, 책속 오기사의 룸메이트들도, 그리고 오기사도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었다. 국적을 분문하고, 젊은이들은 누구나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고,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성장해나가는 거다. 그게 젊은이들의 특권이다. 책속 오기사도, 서른 하나의 나이에 훌쩍 떠나버린 바르셀로나에서 생활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며, 마냥 즐겁지도 않았을 것이다. 외로웠을것이며, 수없이 한국에 돌아오고 싶었을 것이며, 남들과 다른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 나아감을 위해, 더 행복하기 위해 또 다시 스페인 행을 결정했고, 이제는 아예 눌러앉아 그곳에서 건축 공부를 더 하신단다. 지금쯤이면 열심히 공부 하고 있겠지...?! 그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지금 한 발짝 늦은것이 더 나은 미래와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하자. 아자아자 화이팅!!

 

요즘처럼 머리통이 터져나갈것 같은 시기에, 인문 과학 서적이나, 초!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을 손에 잡게되었다면, 어쩌면 난 정신병원에 실려갈 지도 모르겠다. (물론, 뇌가 열심히 쉬고 있을때도 그렇게 어려운 책은 읽지 않았다...ㅋㅋ;) 최대한 쉬운책, 최대한 마음이 편안해 질 수 있는 책을 손에 들고, 공부 안되고, 집중안될떄 슬쩍 펼쳐서 읽고 나면 몸과 마음이 모두 충만해진다.

 

날씨 좋은 가을날, 음침한 독서실에서 공부만 하기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산으로 들로 놀러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면, 쉽고, 재미난 책 한권 읽어보세~~!!!

 

 

 

312P

같이 사는 친구들이 일제히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인생의 재충전과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지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삶은 주인공을 비탄에 빠뜨리거나 좌절을 겪에 하고는 하는데, 바르셀로나의 여름 태양과 함께 시작되었던 그들의 도전은 생각대로 잘 되지가 않았고, 결국 플라타너스 잎들이 거의 떨어진 지금까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무심하게도 빠르게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원망할 새도 없이 새해는 다가오고 있었고 그들은 진정한 슬럼프를 겪고 있었으며 웃는 얼굴 뒤에 감춰진 초조함과 짜증이 엿보였다.

 

한 지붕 아래 사는 영향으로 그들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본격적인 겨울을 맞는 나도 다소 차분했다. 조금 우울했고, 방안으로 스며드는 추위에 몸을 움츠려야 했다.

 

다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진정한 유럽의 매력은 겨울의 우울함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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