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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출간되자마자 사서 이제 읽었다.(1년간 책장에 얌전히 모셔졌다;;) 나보다 잽싼 어느 리뷰어가 책을 읽고 써 놓은 글을 보고 책에 손대지 않기로 했었다.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어쩃든 요지는 김영하의 맛이 없다는 리뷰였었다.
언제나 김영하 소설에, 글에 열광하는 나는, 그 맛 때문에 좋아했다. 아무도 맛보여주지 않는 김영하 문체만의 맛이 있기때문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신간이 나올때마다 사곤 했는데, 읽기가 싫어졌다. 왠지 김영하에게 실망하게 될까봐. 졸작을 내 놓더라도 그를 사랑해마지 않을 팬이지만, 덜컥 손을 내밀기가 겁났다.
하지만, 아래의 글들을 보라,
*"매력이 문제야. 위성곤씨한테 매력이 철철 넘쳤다면 포르노를 보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야. 매력만 있었다면 사람들은 뭐든 용서하려고 들지. 좀 부도덕해도, 말을 뒤집어도, 사악한 짓을 해도, 다 이해하려고 한단 말이야. 그러나 이런 후진 회사에 다니는 대머리 아저씨가 포르노를 보는 건 용서할 수 없는 거야."
*모든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고 연료통 밑바닥에 가라앉은 몇 방울의 냉소를 연료 삼아 겨우 굴러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권태가 걸음걸음 바짓자락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여전히 김영하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가?! <오빠가 돌아왔다>에서처럼의 유쾌, 상쾌, 통쾌 한 맛은 없지만, <빛의 제국> 역시 다분히 김영하 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취향이 김기영에게, 현미에게, 마리에게 모두 투영되어 있어서 작가가 누구라 가르쳐 주지 않았더라도 김영하가 쓴 책이야!!라는걸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책을 읽기 전에 리뷰를 먼저 봐버린 내 탓이거늘, 김영하의 맛을 잃었다고 말했던 그 리뷰어를 찾을 수만 있다면 응징하리라!!!
뭐, 여전히 재미있고 즐겁게 읽었지만, 마무리는 왠지 모르게 섭섭했다. 너무 빨리, 서둘러 끝내버린 느낌이 계속 해서 들었다. 뭐야, 이거 끝난거야?! 라는 물음을 갖고서 마지막장의 앞뒤를 몇번이고 뒤적였으니... 김영하 아저씨, 무슨 급한 일이라고 있었던가요...?!
아무튼, 최근 김영하의 <여행자>라는 책이 나온 것을 보고서 책장에 모셔져 있던 <빛의 제국>이 기억나 바로 손에 들었다. 정말 단숨에 한남자의 하루와, 그의 인생을 구경했다. 북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어쩐지 우리 부모님에겐 의심스러운 구석이 없나 골똘히 생각해봤다.^^; 진정한 빛의 제국은 어디인걸까...?!?!어쩃든, 재미있었다. 기대했던것보다 훨씬 더~